영화 <여배우들> 고현정

2009.12.08 10:24:58 호수 0호

“스캔들이 뭐 나쁜가요?”

고현정만큼 솔직한 배우가 또 있을까. 그녀는 개인적인 성향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건 필요하다. 너무 무난한 것도 예의가 아니고 애써 많은 걸 드러내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여배우들>이라는 영화도 그런 것이다. 고현정의 과감한 입담을 통해 그녀의 사생활과 연기관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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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보그> 특집 화보 촬영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여섯 명의 여배우들이 속내를 얘기하고 때로는 팽팽한 긴장감을 주고받는 내용을 그렸다. 다큐인지 극인지 모를 감정이 순간순간 변해 가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평소에 열심히 모니터하며 봐 왔던 다른 배우들에게 의외성은 없었어요. 순하고 착해서 너무 좋았어요. 오히려 내가 떨었죠. 착하게 보일까, 아니면 앞으로도 그럴 거지만 까칠하게 굴까 빨리 판단해야 됐어요. 그러면서 오버하지는 않으려 했죠.”

TV 모니터링은 ‘필수’

고현정은 <여배우들>에서 ‘스캔들’ 타이틀을 맡았다. ‘스캔들’이라는 말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스캔들이 뭐 나쁜가요? 스캔들이 없으면 되레 우울할 것 같아요. 혼자 숨어서 살 수는 없잖아요?”

동료 배우들을 상대로 시비 거는 캐릭터를 맡은 그녀는 한류스타 최지우와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난생처음 만나 첫 장면부터 싸우는 연기를 했다.
“‘지우히메’로 불리는 최고의 한류스타를 제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니까요. 제가 일본을 자주 가는 편인데 혹시 일본팬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을까 걱정도 돼요. 근데 최지우를 처음 봤는데 ‘곱다’는 말이 저절로 나와요. 제가 결혼생활의 반을 최지우 드라마를 보면서 지냈을 정도로 최지우의 연기를 좋아했거든요. 막상 만나보니까 훨씬 예쁘더라고요.”

‘타고난 배우’라는 평을 듣는 고현정은 TV 모니터링을 꼼꼼하게 하는 등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지상파 드라마와 케이블 드라마, 각종 프로그램을 모두 본다. 밤을 새워서라도 끝까지 시청한다.
“배우라면 당연히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가 다른 배우들과 언제 만나서 연기할지 모르는데, 그들의 연기 스타일을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연예계 복귀 후 그녀는 몇몇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사생활도 상당 부분 노출됐다.

“어느 정도의 사생활 노출은 어쩔 수 없는 거죠. 밖으로 나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데 남들이 모르기를 바라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닌가요. 그게 두려우면 어디 들어가서 나오지 말아야죠.”
지금은 이처럼 자신 있게 말하는 고현정도 지난 2005년 연예계 복귀 당시에는 철저하게 외부와 소통하지 않았다. ‘신비주의 전략’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네, 그런 말에 물론 저도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복귀했을 때 너무 소탈하게 하는 것도 가증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무얼 해도 야단맞을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억울한 것도 없고 오해라고 해명할 것도 없어요.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1989년 제33회 미스코리아 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고현정은 이후 연기자로 활약하다가 1995년 신세계 그룹의 정용진 부회장과 결혼했다가 2003년에 이혼했으며 2004년 연기자로 복귀했다.

이후 드라마 <봄날> <여우야 뭐하니> <히트>, 영화 <해변의 여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선덕여왕>으로 시청률 40%대를 돌파하며 성공리에 컴백했음을 대중적으로 알리게 됐다.
“이렇게 될지 정말 몰랐어요. 컴백할 때 기자회견장에서 말했지만 그때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계속 밥만 먹고 지낼 수는 없으니 뭐라도 해야 했어요. 그때는 정말 두렵기도 하고 암담하기도 했어요. 제가 큰 욕심이 있어서 한 것은 아니어서 야단맞을 것은 맞고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 역으로 안방극장을 휘어잡는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고현정은 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김남주와 함께 강력한 연기 대상 수상자로 예측되고 있다. 고현정의 풍부한 표정연기는 시청자들을 빨아들이기에 충분했다.  
“대상 후보로 이야기되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런 것에는 큰 관심이 없어요. 미실의 풍부한 표정연기요? 그게 다 무거운 가체 때문이에요. 가체가 얼마나 무거운지, 목을 제대로 돌릴 수 없었다니까요. 고개가 자연적으로 숙여져요. 그래서 밑으로 처진 얼굴을 억지로 끌어올리다 보니까 그런 표정이 나온 거죠.”(웃음)



“연기대상? 신경 안 써요”

한국 나이로 내년에 마흔 줄에 접어드는 고현정. 여배우로서 나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뭘 알아야 겁이 나죠. 일단 만개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그러려면 순간순간 잘 해야죠. 사실 속마음은 어렸을 때부터 조금 성숙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대가 넘어서면서 멈췄고, 작년과 올해 좀 많이 자란 것 같아요. 겉모습은 어쩔 수 없죠. 나이를 먹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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