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뒷담화> ‘탤런트 L양 매니저 A실장’갑자기 대머리 된 사연

2009.12.01 09:49:28 호수 0호

“아직 장가도 못 갔는데…”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지상파 방송 3사가 제작비 축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연예 산업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외주제작이 대부분인 요즘 경비 절감 차원의 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 편성 축소는 외주사 경영 악화, 수익구조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연예기획사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 노는 배우가 늘면서 연예기획사의 줄 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연예인은 물론 기획사 매니저들도 일자리를 잃고 있다.

매니지먼트사들 경영 위기…매니저 구조조정 들어가
A실장 스트레스로 머리 조금씩 빠지더니 ‘원형탈모증’ 


유명 연예기획사 C엔터테인먼트는 오전 회의 시간만 되면 여기저기서 나오는 한숨 소리로 가득하다. 최근 회의 안건의 핵심은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이라’는 것. 회의는 많은 연예기획사들이 도산 위기에 처할 만큼 힘든 상황이고 월급을 받지 못하는 매니저들도 있다는 소식으로 시작된다.

식사는 저렴한 식당에서



C엔터테인먼트 A실장은 “소속 연예인들에게 들어가야 할 기본적인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절약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미 진행비가 지난해에 비해 50~70% 수준으로 줄어 출퇴근 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닌다. 아예 자전거를 마련한 로드매니저도 있다. 또 한 달에 2~3번이던 회식은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다. 아낀다고 아끼고 있지만 여기서 더 무엇을 줄여야 할지 걱정이다.

A실장은 “연기자들 위주의 중소형 매니지먼트사들은 이미 10여 개나 문을 닫았고 더 이상 경영이 어려운 곳도 상당수에 달한다”며 “꽁꽁 얼어붙은 영화 시장에 이어 방송사의 드라마 편성까지 줄어 ‘일터’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경영난이 심각하다. 이미 밴도 처분했고 신인급 연기자들 대부분을 내보냈다”며 “고액 개런티나 CF 수입에 의존하는 몇몇 톱스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연기자는 드라마 출연료가 수입에 전부인데 영화 제작이 거의 올스톱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드라마 편수마저 줄어든다면 중소 매니지먼트사의 줄 도산은 불 보듯 뻔하다”고 하소연했다.

최근에는 모 대형 매니지먼트사도 매물로 나온 상태다. 점심시간의 풍경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예전 같으면 영화사나 방송사 관계자들과 식사 약속을 잡았겠지만 사무실 근처 저렴한 식당에서 회사 사람들과 해결한다. 그 자리에서도 최근의 불황으로 인한 힘든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A실장은 “예전엔 업계 관계자들이나 기자들과 점심 약속을 잡았으나 요즘은 점심 먹자는 전화가 오면 선약이 있다고 둘러댄다”며 “밀려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전했다. 요즘 생긴 또 하나의 풍경은 다른 회사 매니저들과 함께 뭉쳐 다닌다는 것이다. 방송사에 갈 일이 있으면 매니저 4~5명이 연락을 취해 같이 움직인다. 소속사 지시도 있지만 고유가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A실장은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신경 쓰는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해 병 아닌 병이 생겼다. 지난달부터 정수리 쪽에서 조금씩 빠지기 시작한 머리가 이제는 50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로 변한 것. 얼마 전 찾은 병원에서 급기야 ‘신경성 원형탈모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A실장은 “병원에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술, 담배를 줄이라고 하는데 요즘 같은 시기에 그게 맘대로 되겠는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과연 이 불황은 언제 끝날까?’라는 근심을 담은 연기가 하늘로 날아간다. 아직 장가도 못 갔는데 대머리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다”라고 전했다.

A실장은 이어 “최근 대부분 연예기획사는 상황이 어렵다. 톱스타들 몇 명 있어도 회사를 운영하기에 별반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조건이 좋아 봐야 소속 연예인 수익 대비 회사의 수익은 20%도 안 되기 때문에 직간접 경비를 제하면 남는 것이 없다. 수많은 톱스타들을 보유하고 있는 굴지의 매니지먼트사들도 요즘 경영상의 위기를 겪고 구조조정에 들어갈 정도”라고 덧붙였다.

스케줄 있을 때만 대동

유명 연예인들을 거느리고 있는 A엔터테인먼트는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제일 먼저 매니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드라마, 영화 제작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한 것. 매니저 수가 줄면서 항상 연예인 곁에 그림자처럼 하루 종일 따라 붙던 매니저들을 이제는 스케줄이 있을 때만 대동한다.

A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연예인들이 개인사를 볼 때 매니저를 대동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명 연예기획사 B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소형 기획사들의 경우 매니저 한 명이 여러 연예인들을 도맡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대형 기획사들도 사정이 비슷해 연예인 한 명에 매니저 한 명을 배치시키기 힘들어졌다”고 털어놨다.

매니저 한 명이 여러 연예인 도맡아
부업 하거나 전업하는 매니저 늘어


매니저 K실장은 “매니저 한 사람이 여럿을 맡다보니 책임을 다할 수 없게 됐다”며 “매니저들은 연예인의 스케줄 뿐 아니라 그들의 신변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기획사들이 최소한의 보호망을 갖추고 몸집을 줄여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급변화에 불편을 겪고 있는 연예인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탤런트 C양은 “회사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몸집을 줄인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혼자 다니다보니 혹시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연예인들의 신변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기획사가 작은 불을 끄기 위해 큰 불을 키우는 꼴이다”라고 우려했다. 탤런트 C양은 한 때 연예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납치 사건들을 상기시켰다.
 
C양은 “여자 연예인들의 경우 납치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그러한 위험에 매니저들이 버팀목이 돼 줬는데 이제는 밖에 나가기 두려울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부업을 하는 매니저도 늘고 있다. 지난여름 한 유명 여자가수의 소속사 대표는 커피 전문점을 열었다. 가수 활동기에는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지만 그 가수가 활동을 접으면 커피 전문점에 더 신경을 쏟는다.  그는 “처음엔 연예계가 기복이 심해 부업으로 시작한 커피 전문점이었지만 최근에는 주업과 부업 비중이 때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월급 밀리는 기획사 많아

또 다른 7년차 매니저는 “어릴 적부터 꿈꾸던 직업을 가진 뒤 지금까지 7년여 동안 매니저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다른 직업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이제 떠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비슷한 연배의 매니저들을 만나면 다들 힘들어한다”며 “몇 달만에 만나면 연예계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중소형 기획사들은 직원 월급이 수개월 밀려 있다는 얘기도 흔히 들린다. 문제는 불황의 터널을 이제 들어갔기 때문에 금방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서 오는 절망이다. 한 매니지먼트사 실장은 “요즘 적자 아닌 연예기획사가 어디 있겠느냐”며 “다만 버티고 안 버티고는 회사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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