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28탄] 동아제약 ‘가그린’

2009.12.01 09:16:04 호수 0호

입속 청소부 구강청결제… “너무 믿지 마세요”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 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신종플루 여파로 개인위생이 강조되면서 손세정제와 함께 구강청결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신종플루 특수를 맞은 관련 업계는 쏟아지는 주문에 생산량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체 구강관리용품 시장 규모는 3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 중 구강청결제 시장은 지난해만 해도 200억원을 밑돌았으나 신종플루 대유행 이후 올해 3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놓고 국내 제약사들이 각각 구강청결제를 내놓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등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브랜드까지 10여 개의 업체들은 모두 “자사제품이 입냄새 제거는 물론 구강내 세균억제 기능이 탁월해 신종플루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며 신종플루 특수를 노리고 있다.

시장점유율 60%
판매 꾸준히 증가

업계 관계자는 “전염성이 강한 세균성 질병은 발병하기 전에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를 통한 사전예방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신종플루가 입, 코 등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속 청결을 관리하는 구강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구강청결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품은 동아제약의 ‘가그린’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아제약이 밝힌 가그린의 매출액은 2005년 112억원, 2006년 117억원, 지난해 12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매출이 벌써 113억원이 넘었다. 신종플루가 한창 기승을 부린 3분기에만 전년 동기(28억원)에 비해 60% 정도 증가한 46억원어치가 팔렸다.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50%대에서 올해 상반기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그린의 호조에 덩달아 동아제약의 실적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동아제약은 지난 3분기 제약업계의 한 분기 매출 사상 최고치인 2082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1.09%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41%와 9.74% 상승한 282억원, 206억원을 올렸다. 동아제약은 올해 목표액인 80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주력품인 박카스와 신약뿐만 아니라 신종플루 영향에 가그린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이로 인해 회사 실적 역시 꾸준히 상승해 지난 분기 최고 실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가그린은 국내에서 구강청결제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가그린’이란 이름이 아예 구강청결제의 일반명사처럼 통할 정도다. 1982년 첫선을 보인 가그린은 ‘가그린 레귤러’ ‘가그린 마일드’ ‘가그린 스트롱’ ‘가그린 메디칼’ ‘가그린 어린이용’등 5종류로 구성돼 있다.

‘가그린 레귤러’는 은은한 민트향이 특징으로 부드러운 구강청결제를 원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양치만으로 부족한 충치예방을 원하는 소비자가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가그린 마일드’는 자극이 적어 가그린을 처음 써보는 사람이 사용하기 좋다. 입안이 자주 헐거나 혓바늘이 자주 돋는 민감한 구강을 가진 사람이나 여성, 청소년이 사용하기 편하다.

신종플루 특수 지난해 비해 50% 이상 매출 상승 

입냄새 제거·구강내 세균억제 탁월 ‘인기몰이’ 

‘가그린 스트롱’은 강한 향과 에탄올 함유로 살균력이 강하다. 그만큼 입속에서 상쾌함이 오래 지속된다. 구강질환자와 충치로 고생하는 소비자가 제격이다. ‘가그린 메디칼’은 더블살균으로 염증예방에 효과적이다. 발치, 잇몸치료, 교정 등 치과치료를 받는 사람을 위해 개발됐다. ‘가그린 어린이용’은 무알코올 처방으로 자극이 적어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 휴대용 구강위생 스프레이와 타블렛, 치약인 가그린333, 틀니 전용 클리덴트e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동아제약 측은 “가그린은 충치 예방, 구취 제거, 구강 정화, 치태(프라그) 제거, 치은염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며 “칫솔이 닿지 않는 치아 사이와 잇몸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간단한 양치만으로 프라그 및 입속 세균을 예방·제거하는 전문 구강관리용품”이라고 소개했다.

일각에선 구강청결제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남용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문제가 되는 성분은 ‘클로르헥시딘’이다. 일부 구강청결제 제품에 포함된 클로르헥시딘은 잇몸염증 억제 효과가 있어 주로 치과 수술 후 소독약으로 사용된다. 반면 장기간 사용시 구강내 유해균뿐만 아니라 정상세균까지 파괴시켜 오히려 나쁜 세균만 키울 수 있다. 입이 자주 마르는 구강건조증 환자는 증상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칫솔이 닿지 않는 

입속 구석구석 청소”


또 심하면 치아나 혀가 변색되는 현상과 미각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클로르헥시딘은 대부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 의사 처방과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구강세정제에 함유돼 있다. 하지만 약국, 슈퍼 등 일반소매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의약외품인 가그린은 클로르헥시딘이 아닌 플루오르화나트륨(KP)과 염화세틸피리디늄(USP)이 주성분이다. 가그린 레귤러 100㎖ 기준으로 플루오르화나트륨 20㎖, 염화세틸피리디늄 50㎖이 들어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가그린엔 부작용 우려가 높은 클로르헥시딘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플루오르화나트륨과 염화세틸피리디늄은 회사 연구소 등 전 세계의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에서 안정성이 입증된 성분”이라고 전했다.염화세틸피리디늄은 입속의 유해균을 강력하게 살균하며 칫솔질로 잘 제거되지 않는 플라크를 제거해 충치를 예방하고, 플루오르화나트륨은 치아 표면에 불소막을 형성해 유해 세균으로부터 치아 표면을 보호해 충치를 막아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무리 효과 뛰어나도 

양치질보다 못하다”

반론도 적지 않다. 근본적인 충치 치료와 구취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치과 전문의는 “충치 치료 등 건강한 구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구강청결제 사용보다 치과검진을 통한 원인 제거가 우선”이라며 “아무리 구강청결제의 효과가 뛰어나도 올바른 양치질만 한 입속 청결법이 없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전문의도 “구강청결제를 사용하면 입냄새도 사라지고 개운하지만 알코올 성분으로 인한 일시적인 느낌에 불과하다”며 “입냄새는 구강 질환을 비롯해 위산 역류, 당뇨, 기관지염 등 다른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구강청결제로 100% 제거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무엇보다 때가 때인 만큼 가그린의 신종플루 예방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자체 연구 등 과학적 검증 결과가 나온 것은 없지만 가그린이 신종플루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은 맞다”며 “외출 후 가그린을 습관화하면 도시 매연 등으로 생길 수 있는 각종 호흡기 질환 등 감염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구강청결제를 사용한다고 신종플루 예방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가글 효과’의견 엇갈려 

신종플루 예방 ‘글쎄…’

한 치과의사는 “구강청결제는 입속 세균을 죽이는 성분이 들어있지만 바이러스 살균 효과는 일시적이거나 미미할 수 있다”며 “구강청결제를 신종플루 치료제로 생각하면 위험할 수 있으니 너무 믿지 않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또 가그린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바로 ‘마셔도 안전할까’하는 궁금증이다. 


동아제약 측은 “가그린은 음용으로 개발된 제품이 아니기에 잘못 마셨을 경우 위가 과민반응을 보일 수 있어 의사 또는 약사와 반드시 상의해야 하지만 과량이 아닌 소량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영·유아는 절대로 마시면 안 된다고 회사 측은 경고했다. 가그린 어린이용도 무턱대고 아이들이 사용할 경우 마실 위험이 있어 법적 기준에 따라 6세 이상의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더욱이 플루오르화나트륨은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불소’성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불소가 함유된 어린이치약에 ‘삼켜도 안전하다’고 표시하면 허위·과대광고로 규제하고 있다. 어린이치약은 내년부터 불소함유량(최대 1000ppm)을 표기하도록 의무화된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이애주 의원(한나라당)은 “불소를 장기간 과다하게 섭취하면 근골격계 이상 및 발육부진, 위점막 손상 등의 불소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어린이들은 불소가 함유된 치약을 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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