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야행> 손예진

2009.11.17 10:14:13 호수 0호

“저 30살 안 넘었어요”


눈물의 여왕, 소매치기, 두 남편을 두는 여인…. 배우 손예진은 늘 모든 것을 보여줄 듯하면서 많은 것을 감췄다. 은근하지도 도발적이지도 않으면서 경계선에 놓여있는 그녀의 매력에 대중은 항상 강렬하게 반응했다.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백야행>은 손예진의 이런 매력에 온전히 기댄 영화다. 어두운 과거를 잊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재벌의 도움으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인물을 스크린에 옮기기에 손예진이 필요했다. 정적이고 처연한 모습 뒤에 참혹한 야심과 사랑을 지닌 여인을 연기한 손예진을 만났다.



완벽한 인격과 외모 속에 어두운 내면 숨긴 미호 역
재벌가 자제와 스캔들…“그런 분과 만난 적 없어요”

일본의 유명 소설이 원작인 <백야행>은 14년 전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서로의 존재가 상처일 수밖에 없는 살인 용의자의 딸인 한 여자와 피살자의 아들인 한 남자의 운명적인 관계를 그린 작품.

“판권을 산 제작사에서 책을 먼저 주셨어요. 추리 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느 순간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시나리오를 초고부터 읽고,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애정이 깊어졌죠. 모든 에피소드를 보여주면 좋겠지만 임팩트 있게 보여줄 수 있게 완성된 것 같아요.”
손예진은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인격과 외모 속에 어두운 내면을 숨긴 미호를 통해 또 한 번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미호는 극 후반 그녀의 과거가 밝혀지기 전까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설명되어지는 까다로운 캐릭터다.

절제된 연기 ‘힘들어’

“규정짓기 힘든 캐릭터예요. 그래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절제된 연기를 펼쳐야 했죠. 미호가 가지고 있는 색깔은 블루와 화이트밖에 없었어요. 사실 현실적이지 않은 캐릭터잖아요. 고호하고 단아하지만 궁극적으로 야망을 가지고 있죠. 감독님께서 고고한 학 같은 느낌을 원하셨어요. 메이크업도 평소보다 두 톤 정도 높게 해 빛과 같은 느낌을 연출했어요.”(웃음)

미호는 손예진이 지금껏 연기한 인물 중 난이도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캐릭터의 감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라면 연기하기가 편했을 텐데 미호라는 인물은 내면의 풍경이 미묘하게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미호는 분량적으로 많지도 않은 데다 한석규 선배나 고수와 만나는 장면도 많지 않아요. 장면이 이어지는 게 많거나 애정표현을 분명하게 하는 인물이면 연기하기 편할 텐데 등장하는 장면도 툭툭 끊어지고 상대 배우와도 자꾸 맴돌기만 하죠.”

<백야행>은 이전 두 작품 <무방비도시> <아내가 결혼했다>에 이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노출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억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홍보도 되기 전에 ‘손예진이 세 번째 벗는다’는 식의 기사가 나왔어요.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건 좋은 것이지만 의도와 전혀 다르게 ‘벗는 배우’라는 느낌을 주는 게 좋지는 않더라고요. 이전 두 작품도 노출과는 별 상관이 없었고 <백야행>도 ‘파격’과는 전혀 상관이 없거든요. 배우라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인정하지만 순간적으로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여배우라는 위치는 그런 점이 무척 힘든 것 같아요.”

손예진은 어느덧 연기파 배우로 평가받는다. 그녀는 특별한 스캔들은 없었으면서도 재벌가 자제와 사귄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정확한 정보가 있다면서 그런 말들을 믿어요. 아마도 연예인들이 화려하고 ‘그런 사람들과 만나지 않을까’라는 일반적인 생각이 있어서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 번도 그런 분들과는 만난 적이 없어요. 오히려 세상에 책임이 많은 분들과는 못 사귈 것 같아요. 최근에는 대학원생과 만난다는 말도 들었어요. 같이 하는 배우들과는 3~4개월 같이 있다 보면 이성적인 호기심을 넓힐 기회는 많아지지만 딱 그 정도 선까지인 것 같아요.”

‘노출’만 홍보 ‘아쉬워’


그가 사랑을 한다면 지금까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준 수많은 사랑 중 어떤 사랑을 할지 궁금해진다. 손예진이 생각하는 ‘미래의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
“매번 때때로 달라지는 것 같아요. 뭐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데 어떤 때는 친구처럼 나를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연기자다 보니 생각도 복잡하고 감성적이잖아요. 아무 이유 없이 슬픈데 남자친구가 문득 전화해 줬으면 하는 생각. 굳이 설명 안 해도 새벽 3시쯤 뒤척이고 있는데 전화를 해 ‘뭐해’라고 물어준다면 누구라도 넘어갈 것 같아요.”

손예진은 이제 28살로 많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손예진이 30살이 넘은 줄 안다.
“나이 이야기를 하면 30살이 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동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역할만 해서 그런가 봐요. 이제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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