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리얼리티 프로그램 ‘조작 논란’ 후폭풍

2009.11.10 11:12:07 호수 0호

‘리얼리티 프로그램’에‘리얼’이 없다?

최근 주말 황금시간대 TV를 틀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패밀리가 떴다> <1박2일> <무한도전>은 줄곧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방영 중이다. 여기에 걸그룹 가수들이 시골로 내려가 온갖 고생을 하는 <청춘불패>까지 등장했다. 그야말로 요즘 오락프로그램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세다. 하지만 최근 <패밀리가 떴다>가 방송 조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시청자들로부터 ‘리얼이 리얼이 아니네’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후폭풍’을 맞고 있다. 

‘패떴’ 김종국 참돔 낚는 장면 의혹
방송사 증거 제시에도 인터넷 ‘후끈’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방송된 참돔낚시 설정논란이 제작진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건은 지난 10월25일 <패밀리가 떴다-우도 편>을 통해 멤버인 김종국이 참돔낚시를 하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불거졌다. 김종국은 갯바위 낚시에 나서 시가 20만원에 상당하는 참돔을 잡았다.
하지만 방송 직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방송 조작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당시 김종국이 낚은 참돔을 놓고 낚시를 아는 네티즌 사이에서 ‘참돔이 순순히 잡혀 올라왔다’ ‘참돔의 입 주변에 낚싯바늘을 바깥에서 꽂았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패밀리가 떴다> 제작진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제작진 측은 “물고기가 잡힌 것뿐인데 뭐라 할 말이 있겠는가. 조작을 의심하는 시선으로 보면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 방송에 앞서 인터넷에 올라온 한 블로거의 여행기도 방송 조작 논란을 부추겼다.
한 블로거는 ‘우도 여행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도를 여행하는데) 가이드 아저씨에게서 재미있는 사실을 들었다”며 “며칠 전에 <패밀리가 떴다> 제작진이 와서 김종국씨가 참돔을 건져 올리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검멀레 잠수부들이 물속에서 미리 잡은 참돔을 끼워줬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시청자 불신 키웠다”
묘안 필요한 상황



여기에 더해 당시 녹화를 본 네티즌들의 글을 증거로 “잠수부가 물속에서 고기를 잡는 것을 봤다”는 등의 의혹이 올라왔다. 이 글을 캡처한 화면에는 녹화 전에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게재시점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잡힌 참돔의 지느러미가 일반적인 참돔의 지느러미에 비해 그 크기가 작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마디로 참돔을 미리 잡아 낚싯줄에 꿰는 과정에서 지느러미가 손상됐다는 주장인 셈.

SBS 측은 이에 홍보팀을 통해 지난 10월31일 참돔 사진을 보도자료로 보내 “김종국이 잡은 참돔은 원래 지느러미가 짧은 종류의 참돔인 것 같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의 항의는 줄지 않고 있으며 “그렇게 억울하면 원본을 공개하라”는 주장이 늘었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패밀리가 떴다>는 대본 논란과 비속어 논란 등 리얼버라이어티의 존재가 부정될 수 있는 논란에 휩싸였지만 명확하지 않은 해명으로 시청자의 불신을 키운 부분도 있다”며 “참돔 논란에 나서기에 앞서 시청자의 불신을 거둘 묘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1박2일>도 각종 논란 휩싸여
MC몽 “<1박2일> 100% 리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리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박2일>은 ‘굴렁쇠소년’ ‘숭어잡이 논란’ ‘강호동 씨름 승부 논란’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1박2일>에 출연하는 MC몽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박2일>은 ‘100% 리얼’임을 강조했다.
MC몽은 “아직도 ‘강호동이 해병대에서 씨름에 졌는데 이긴 걸로 편집했다’ ‘숭어잡이도 조작이다’ 등의 논란들이 있는데 100% 리얼이다.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1박2일>에서 조작이나 연출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MC몽은 이어 “세상이 각박해져 이렇게들 못 믿나 안타까울 때도 많다. 하지만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라 그러려니 하고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리얼에 대본이 웬 말?
대본도 리얼이다

<패밀리가 떴다>는 대본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리얼’을 넘어 ‘시트콤’ 논란을 겪은 바 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기관지 <방송문예>의 2008년 12월호에 공개된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에는 출연진의 대사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상황 설정과 행동 등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조작 논란에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이하 나는 펫)>은 시즌 6에 출연한 한 여성 출연자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감정까지 대본에 따른다”며 프로그램이 ‘리얼’이 아니라고 밝혀 조작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 출연자는 “촬영 날 주어진 대본에는 상황뿐만 아니라 출연자가 해야 할 말과 감정표현까지 적혀 있다”며 실제 자신의 모습과 많이 달라 힘들다고 고백했다.
능력 있는 여자와 연하남의 동거 이야기를 다룬 <나는 펫>은 한정된 공간에서 여성 주인과 남성 펫이 벌이는 묘한 갈등과 감정 변화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리얼’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출연자의 대사와 표정, 속마음까지 모두 기록된 대본이 공개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총각 연애하다>도 연예인 지망생과 타 방송에 나왔던 출연자들이 중복으로 출연했던 사실이 공개되면서 리얼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지금껏 그것이 리얼이냐 아니냐가 늘 도마 위에 올려지곤 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이 같은 논란은 ‘리얼’을 바라보는 제작진과 시청자의 관점이 달라서 생긴 것일 수 있다. 시청자들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무슨 대본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즉 핵심은 대본의 존재유무다.

모 프로그램의 한 제작자는 “우리 프로그램은 20%의 설정만 주어질 뿐 나머지는 모두 리얼이다. 대사와 갈등은 전체적인 틀을 잡는 것이고 내용은 출연진들의 몫이다”라고 강조했다. 대본은 단지 상황을 설정하고 방향을 잡는 과정일 뿐이지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출연자들의 성격과 여러 에피소드는 출연진의 재량에 맡긴다는 것이다.

조작 논란→시청률 감소
시청률 감소→제작비 감소

다른 프로그램의 제작진 역시 “대본은 가이드라인과 미션을 제공할 뿐 그대로 촬영하는 출연진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대본 없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대본대로 진행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청자가 생각하는 리얼은 이와 다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대본 및 상황 설정, 가이드라인도 없는 100% 날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날것을 원하기 마련이다.

한 문화평론가는 “리얼에 대한 기대치에는 양측이 다소 차이가 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연예인이 매주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망가진 모습이나 잠에서 막 깨어난 여배우의 얼굴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연예인들의 인간적 면모에서 리얼을 찾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공적인 상황에서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출연자들의 시기와 질투 등 인간의 사사로운 감정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패밀리가 떴다>가 방송 조작 논란에 휩싸인 이후 시청률이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시청자들이 배신감(?)에 등을 돌린 것이다. 이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자들은 ‘후폭풍’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시청률 감소는 제작비 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모 프로그램의 제작자는 “협찬을 하는 입장에서는 작은 시청률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시청자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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