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막말 논란<속으로>

2009.11.03 10:54:28 호수 0호

‘막가는 방송’ 종착역은 “안보여”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토크쇼와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이 내뱉은 말이 말썽이 되고 있다. 거침없는 막말 때문에 출연 프로그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위)의 징계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는가 하면 과거에 대한 폭로와 쓴소리를 했다가 시청자의 거센 항의를 받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일각에선 도가 지나칠 정도로 위험 수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구라·윤종신·최양락 등 ‘막말의 달인(?)’
관계자 “용인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방송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소위 말하는 ‘방송용’ 대화는 잘 다듬고 가지치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산. 오히려 정화되지도 여과되지도 않은 ‘날 것’의 얘기들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며 시청자들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막말 방송으로 논란을 빚은 MC 겸 개그맨 김구라가 지난 10월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방통심위 이진강 위원장에게 “가장 막말을 많이 하는 연예인이 누군지 아느냐”며 상임위장에서 김구라가 지난해 KBS 2TV <스타골든벨> 등에서 욕설을 하는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상영했다. 방송에선 김구라의 “이런 ×같은 경우”, “이런 개××야” 등의 발언이 여과 없이 나왔다.

여과되지 않은 방송
시청자 말초신경 자극

진 의원은 “이 장면은 성인 대상 케이블 심야프로그램이 아니라 청소년 시간대에 방송되는 것”이라며 “방송법에는 막말하는 연예인의 출연제한을 하지 않을 경우 방송사는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KBS 이병순 사장은 개그맨 출연에는 개입하지 않느냐”며 “KBS는 아름다운 한국말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방송사인데 욕설한 연예인은 출연에서 빼 달라”고 촉구했다.

진 의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방통심위가 발표한 지상파 3사 심야 오락프로그램의 막말 방송 위반내역에서 프로그램 1회당 평균 김구라 42.3회, 윤종신 32.8회, 최양락 21.5회를 위반했다.
요즘 TV에선 출연자 간 서로를 헐뜯거나 언성을 높이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개그맨 이경규, 박명수 등에서 시작된 ‘호통개그’는 어느덧 ‘비난개그’로 형태를 바꿔 유쾌와 불쾌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방통심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오락 토크프로그램에서 진행자와 출연자들의 반말 및 비속어 남용이 지상파 방송에서 용인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거침없는 막말 방송은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요즘 환경과 맞닿아 있다. 틀과 형식에서 벗어난 연예인들은 마음껏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소 술자리에서 벌일 법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속어가 난무하고 서로에 대한 폭로전이 전개된다.
그리고 연예인들의 속 얘기에 시청자는 환호한다. 인간은 순응의 동물인 터라 결국 시청자들은 더욱 ‘센’ 얘기를 원하고 연예인들은 여기에 부응한다. 이런 순환구조 속에 방송 환경도 원초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조금이라도 더 튀어 보이려고 자극적인 소재를 찾게 마련이다. 이런 사례들이 반복된다면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피해는 연예인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막말 뿐 아니라 상대에 대한 ‘폭로전’도 가속화되고 있다. 요즘 연예계에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넘쳐 난다. 과거 연예인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공개되면 곧바로 인터넷 기사로 만들어져 네티즌 사이에 회자된다.

폭로전 ‘점입가경’
아슬아슬 줄타기


지난 10월24일 방송된 <샴페인>에서 그룹 젝스키스 출신인 은지원은 ‘젝스키스는 여자 킬러 전문 연예인’이란 당시 루머에 대해 ‘여자 킬러’는 멤버 강성훈이었다고 폭로했다. 이날 방송에서 방송인 붐은 “가수 홍경민이 산에서 나무를 팰 때도 번쩍거리는 ‘은 갈치 양복’을 입고 폼 잡는 걸 봤다”고 말했다.
지난 10월13일 방송된 SBS <강심장>에선 방송인 현영이 “솔비가 화보를 내면서 포토샵으로 몸매를 깎았다”고 밝혔다.

폭로는 비밀스러운 일을 들춘다는 사실만으로도 듣는 이의 구미를 당긴다. 하지만 원치 않는 폭로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가수 이민우는 지난해 말 모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가수 서지영, 배우 신애와 교제했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당시 서지영과 신애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네티즌조차 “경솔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민우 “서지영·신애와 교제 한적 있다” 폭로에 소속사 당혹
신해철·왕비호…톱스타에 거침없는 발언으로 세간의 큰 화제


한 연예 관계자는 “요즘 방송가에서 폭로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 쪽이 폭로를 하면 상대방이 되받아 치는 형식이다. 시청자들은 즐거울지 몰라도 곁에서 지켜볼 때는 아슬아슬하다”고 속내를 밝혔다.
상대에 대한 ‘독설’도 갈수록 수위가 깊어지고 있다. KBS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왕비호’는 독설로 뜬 연예인. 일주일에 한 번씩 왕비호가 내뱉는 말은 즉각 화제가 되며 연예계를 한 번 씩 들었다 놓는다.

‘독설’하면 신해철을 빼놓을 수 없다. 신해철의 과감한 언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 중 신해철처럼 대중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연예인도 드물다. 어찌 보면 그의 이 같은 모습은 최근 10만 안티 양성을 목표로 국내 유명 연예인들에 대해 연달아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왕비호와 닮아 있다.

왕비호는 지금까지 비, 서태지, 동방신기, 문희준, 슈퍼주니어, 원더걸스 등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세간의 큰 화제를 모았다. 연예인들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안티를 만들고 있는 왕비호가 뭐가 좋을까 싶지만 어느 누구도 시원스레 할 수 없었던 말들을 대신 해줌으로 왕비호의 주가는 급상승 중이다.
신해철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요계의 잘못된 관행에 어느 누구 하나 바른 소리를 하지 못할 때 나서서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왕비호가 비호감을 일부러 유발해도 비호감일 수 없듯 신해철이 10년이 넘게 변함없는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다.

발전을 위한 비판
언제나 필요

이들이 대중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나 댓글로 한번쯤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쓴소리들이 대부분 ‘옳은 소리’임을 부정할 수 없어 더욱 통쾌하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들은 이미지를 먹고산다. 때문에 작은 일에도 몸을 사리기 마련이다. 하물며 잘못된 일에 쓴 소리를 내뱉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혹시라도 안티 팬이 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하지만 발전을 위한 비판은 언제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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