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영화 바다에 풍덩 빠졌다

2009.10.20 10:31:50 호수 0호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돌아보기>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0월8일부터 16일까지 성대하게 열렸다. 넘실대는 영화의 물결은 해운대와 남포동 극장가를 푸른빛으로 흠뻑 적셨고 영화팬들은 짭조름한 바닷바람에 실려 온 영화의 향기를 마음껏 음미했다. 저마다 일상의 무거운 짐을 훌훌 벗어버리고 누구나 영화 보기의 순수한 매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10월의 부산이다.

<화려한 개막식> 부산 하늘 수놓은 불꽃놀이

국내외 150여 명의 영화인 참석
스타들 옆에서 보니 ‘신기하네’

지난 8일 오후, 모 항공사의 부산행 비행기 안은 스타들로 가득했다. 많은 스타들이 영화제 개막식 참석을 위해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들의 도착 시간을 어떻게 알았는지 소녀팬들이 김해공항 입국장 바깥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옷까지 새로 갈아입고 비행기에서 내린 어떤 스타에게는 정작 환호성 한 번 제대로 보내지 않았다.

해운대 인근 숙박업소들은 몰려드는 영화팬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룻밤에 4~5만원 하는 투숙료가 10만원대로 치솟았다는 소문도 들렸다. 어렵게 잡은 호텔에 여장을 풀고 프레스센터로 달려가 ID카드를 받고 개막식이 열리는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 각 신문사 사진 기자들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자리경쟁이 치열하다.

오후 7시. 부산 수영만 요트장 레드카펫은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장미희와 김윤석의 입장으로 시작됐다. 이어 한예슬, 김하늘, 수애, 최강희, 하지원, 성유리, 임수정, 김윤진, 엄정화, 전도연, 변정수, 전혜빈, 김민선, 선우선, 서우, 유선, 고은아, 임성민, 장미희, 채민서, 윤지민, 김소연, 박솔미 등 셀 수 없이 많은 여자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물론 이민호, 강지환, 설경구, 조재현, 류덕환, 김남길 등 남자배우들도 여성 팬들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올해 영화제의 특별한 손님인 할리우드 스타 조쉬 하트넷은 자신의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 함께 출연한 이병헌과 함께해 우정을 뽐냈다. 그래도 개막식의 주인공은 역시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주인공들. 대통령 역할을 맡은 장동건은 장진 감독과 동료배우 고두심, 한채영과 함께 보무도 당당하게 입장했다.

배우 장미희와 김윤석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서는 부산광역시장인 허남식 조직위원장이 개막을 선언했고 김동호 집행위원장,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소개했다. 영화제 뉴커런츠부문 심사위원 장 자크 베넥스 감독, 플래쉬포워드 부문 심사위원 프레데릭 부아이예 칸영화제 감독주간 집행위원장,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인 인도의 야쉬 초프라 감독 등 해외에서 온 귀빈 영화인들도 함께해 축제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파티 문화에 약한 탓일까. 유쾌한 몸짓으로 팬들의 환호에 답례한 몇몇 배우를 제외하면 국내 배우들 대부분은 어색한 미소만 지으며 레드카펫을 밟았다. 외국 배우들의 팬 서비스 자세는 차라리 감동적이다. 손을 높이 들어 박수를 유도하고 관객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줬다.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상영까지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 수영만 하늘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드디어 축제가 시작됐다.

해운대 이곳저곳에서 영화인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었다. 영화제 기간만큼은 마치 미국 LA의 베벌리힐즈처럼 스타들을 눈앞에서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 부산이다. 해가 진 뒤 백사장앞 횟집들은 영화인들에게 ‘지뢰밭’이다. 아는 사람들을 두어 명만 만나면 금세 소주 2~3병을 먹게 된다.

몇몇 제작자들은 안면 있는 감독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최근 영화계의 현안들과 그들의 연출 아이템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영화학도들은 무슨 영화가 괜찮고 재미있을지를 놓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부산의 밤은 술과 함께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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