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뒷담화> 탤런트 A양, CF에 목숨 거는 이유

2009.10.13 10:18:31 호수 0호

“영화 찍고 싶은데…싸게 해드릴게요”

‘불황, 불황’ 해도 요즘처럼 불황을 몸으로 실감하는 때는 없었다. 영화, 가요, 방송 등 연예계 전반에 걸쳐 침체기를 맞곤 있지만 영화계는 더욱 심하다. ‘대박 날거다’고 소문난 시나리오에 톱 A급 스타와 감독이 합류했지만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제작이 무산되는 영화가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고, 투자를 받은 영화조차 제작을 연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IMF 때보다 훨씬 심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연예계에서는 살길을 찾아 저마다 머리를 굴리고 있다.

탤런트 A양 출연 예정이던 두 편 영화 투자 안돼 취소
금전적 어려움 겪는 소속사, 광고주 미팅 잡느라 분주

지난해 미니시리즈와 아침드라마에 출연, 이름을 알린 탤런트 A양. A양은 이미지 변신을 위해 ‘다음 작품은 무조건 영화를 찍겠다’는 신념으로 올 초부터 여기저기 영화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톱스타와 감독 캐스팅 불구
투자되지 않자 영화 엎어



신인이지만 연기력은 인정받은 그녀이기에 오디션은 무리 없이 통과했고 계약서에 사인하고 촬영에 들어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라는 작업을 처음 하는 A양의 기대는 제작사 측에서 크랭크인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조금씩 초조함으로 바뀌었다.   
톱스타가 출연하기로 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 영화의 제작사는 “다음 주에 촬영에 들어간다. 조금만 기다려라”라는 말을 밥먹듯 건넸다. 하지만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엔 “영화 제작을 엎는다”고 통보를 하고 연락을 끊어버렸다.

A양의 매니저 B실장은 “제작사가 ‘시나리오가 좋고 톱스타를 캐스팅해 투자가 잘될 줄 알았는데 현재 영화계가 불황이고 투자가 안 돼 어쩔 수 없이 영화 촬영을 할 수 없게 됐다’는 말만 하고 연락을 끊었다”며 “톱스타가 캐스팅돼 투자가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쉽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쉬운 마음을 추스르고 여러 영화의 오디션에 응시, 두 번째 촬영에 나서기로 한 A양은 또 한 번 낭패를 봤다. 대작 영화로 해외 로케이션이 잡혀 있었으나 환율 상승으로 해외 로케이션이 계획된 영화의 제작을 더디게 했다. 당시 일본 현지 촬영을 계획하고 있던 영화는 엔화의 환율이 천정부지로 솟구쳐 제작을 차일피일 미루었다.

B실장은 “두 번째 출연하기로 한 영화는 일본에서 90% 이상 로케이션 촬영이 진행되는 것이었다. 당시 환율 상승 때문에 제작비 부담이 컸을 것이다. 제작사 측에서 ‘제작비 절감을 위해 촬영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두 번이나 영화 촬영이 무산되자 마음의 상처를 얻은 A양은 물론 소속사도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기에 이르렀다. 올 초부터 지금까지 영화 촬영을 기다리느라 활동을 못해 벌어들인 돈 없이 지난해 받은 출연료를 모두 탕진한 것. B실장은 “돈 나올 데가 없다.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놓았다.

광고시장에서도 탤런트 C양의 ‘반값’ 세일에 밀려
몸값 올리고 CF 찍으려다 낭패…“제발 살려주세요” 
 

이 시점이 되다 보니 ‘지난해 인기 있을 때 CF라도 찍어둘 걸’이라는 생각이 절로 나는 상황이 된 것. 지난해 출연했던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여러 광고주들로부터 CF 제의가 들어왔으나 ‘몸값을 더 올리고 찍자’는 내부 방침에 따라 CF 제의를 모두 거절했던 것이었다. CF만큼 돈이 되는 것은 없다. CF를 많이 찍는 연예인이 기획사에는 보물인 셈이다.

B실장은 “회사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다음에 CF를 찍자는 조율이 있었다. CF는 한번 찍으면 몸값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인기가 올라가도 광고주들이 과거의 금액만 얘기한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금액으로라도 찍을 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후회의 말을 전했다.  
최근 들어 B실장이 하는 일은 A양과 함께 광고주들을 만나러 다니는 일이다. 지난해 한창 인기가 있었을 때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광고 미팅 제의가 들어왔지만 지금은 하루에 10여 군데 미팅을 잡아도 성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B실장은 “뭐라도 출연을 시켜야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비전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A양은 광고시장에서도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어렵게 잡은 광고주 미팅에 참석한 A양은 광고주로부터 “최근엔 불황으로 연예인들의 CF 가격이 많이 낮아졌으니 몸값을 깎자”는 제의를 받았다.

돈 되는 CF 찍으려
하루 미팅만 10군데

자존심은 상했지만 기획사 생각을 해 책정한 몸값보다 20% 정도 낮은 금액에 계약을 하기로 하고 문을 나선 A양은 다음 날 CF 계약이 탤런트 C양에게 넘어간 것을 알았다. C양의 기획사에서 광고주를 찾아가 50% 이상 낮은 금액으로 ‘후려친’ 것이었다.
B실장은 “C양이 몸값을 절반으로 줄이고 촬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는 조건을 내밀었다. 광고주 측에서 너무 요구가 많아 할까말까 고민하던 차였는데 갑자기 뺏기게 되니 서운하기도 하다”며 아쉬워했다.

B실장은 이어 “C양이 ‘반값’ 광고로 CF계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C양 정도면 톱클래스라고 봐야 한다. 그런 C양까지 개런티를 대폭 낮출 정도이면 나머지 연예인들의 수입은 어떻게 하느냐”며 울상을 지었다.
최근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영화의 제작이 투자 부진으로 무기한 연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는 연예계 불황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배우로 스크린에서 이름을 날리던 스타들이 안방극장을 노크하는 것 역시 이런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아침드라마는 소위 잘나가는 배우에게는 ‘최후의 보루’ 같은 것.

연예계 관계자들은 “지금처럼 제작 편수가 줄어든 상황이 지속되면 몇몇 CF 스타를 제외하고는 어떤 배우도 자존심만을 내세울 수 없는 처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과거에도 스타들은 ‘출연할 작품이 없다’는 말을 종종 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 스타들은 말 그대로 작품이 없어 출연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요사이 배우들로부터 제발 영화 좀 제작해달라는 전화가 자주 온다. 다들 출연작이 없어 고민인 모양이다. 심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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