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불거진 출연료 미지급 사태 전말

2009.10.06 10:36:53 호수 0호

빈 수레가 소리만 요란하다?

SBS 아침드라마 <녹색마차> 출연진이 지난 9월24일 경기 고양시 SBS 탄현 세트장에서 마지막 녹화를 앞두고 출연료 미지급을 이유로 촬영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태는 사흘 만에 협상이 타결돼 27일 촬영을 재개했지만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 측은 “부실 외주제작사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근절하기 위해, 전체 외주제작 드라마의 제작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밝혀 사태 추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녹색마차> 출연진 출연료 미지급 이유로 촬영 거부
SBS ‘출연료 지급 보장’하기로 하고 막바지 촬영 돌입

이번 사태는 지난달 24일 <녹색마차>에 출연하는 송선미, 정성환, 류태준, 황지현 등 주인공을 비롯해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그동안의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며 촬영을 거부한 채 출연료 지급을 요구하면서 발생했다.



시청률 높은 드라마도
출연료 미지급 경우 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한예조의 출연거부 결정에 따라 이런 행동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4개월 이상 제대로 된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녹색마차>에 출연 중인 한 연기자는 “드라마는 시청자들과의 약속인 만큼 소중하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수천만원을 받는 스타급 연기자와 달리 우리 드라마 대부분의 연기자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연기자는 “드라마에 합류한 기쁨에 출연료가 한두 번 늦어지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석 달이 넘어가는 데도 출연료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출연료가 나오겠지’라는 믿음으로 주변에 돈을 빌려가며 드라마 출연을 강행해 왔다. 하지만 제작사는 드라마를 모두 끝내고 얘기하자며 다시 한 번 지급 기일을 미뤘다. 드라마가 끝나면 방송사에서도 손을 뗄 텐데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제작사 드림핀미디어가 출연료 지급을 미루자 드라마 종영(10월2일)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집단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녹색마차>는 27일까지 녹화가 재개되지 않는다면 최종회를 포함한 5일간 방송이 결방될 위기에 놓인다. 그간 SBS <아내의 유혹> <가문의 영광> 등이 출연료 문제로 촬영이 멈춰선 적은 있지만 결방까지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연기자들이 속한 한예조는 24일 밤 문제 해결을 위해 SBS, 드림핀미디어와 협상했지만 결렬됐다.

잦은 출연료 관련 법정소송
“미지급 출연료 달라”

당시 드라마 제작사인 드림핀미디어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 출연료가 미지급됐다. 하지만 SBS에서 받을 돈도 남아 있는 만큼 출연료를 분할 지급하고 출연진을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예조 측은 “드라마가 끝나면 사실상 출연료를 받을 방법이 없다. 전액 지급하기 전에는 더 이상 촬영을 진행할 수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사태는 드림핀미디어와 한예조의 팽팽한 입장을 지켜보던 SBS 측에서 “결방만은 막아야겠다. 출연료 지급 보장을 하겠다”고 나서며 해결됐다. SBS 측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결방 사태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일단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SBS가 나섰다. SBS가 출연료 지급 보장을 하기로 했다. 나머지 촬영분이 이틀 정도 남았는데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다. 다음 주 예정된 종영도 큰 변동 없이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비단 <녹색마차> 출연진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출연료 미지급 관행은 이미 만성적으로 퍼져있는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방송된 SBS <아내의 유혹>은 40%가 넘는 고공 시청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 배우들이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에덴의 동쪽>과 <가문의 영광>의 보조 출연자도 출연료를 제때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뿐만 아니라 SBS 드라마 <온에어>의 외주제작사인 케이드림 역시 스태프에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해 3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화제의 드라마 MBC <이산>과 <태왕사신기> 역시 출연 배우들의 출연료 미지급으로 문제가 됐다. 이외에도 MBC <돌아온 일지매> <대한민국 변호사>, SBS <카인과 아벨>, KBS <그들이 사는 세상> 등과 같은 드라마도 이 같은 일을 겪었다.

지난 2008년 1월 종영한 SBS 금요드라마 <아들 찾아 삼만리> 출연진들은 드라마 제작사인 수앤영을 상대로 “미지급 출연료를 달라”며 지난 2008년 8월1일 ‘출연료 지급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아들 찾아 삼만리>의 주인공이었던 이훈은 총 출연료 1억800만원 중 5000여 만원을 받지 못했으며 소유진 역시 6000만원의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 이들을 포함해 드라마 출연자 중 16명이 총 2억3000만원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료 미지급 관행
만성적·고질적 문제

지난 2007년 5월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쩐의 전쟁>의 박신양 역시 출연료 미지급금을 달라며 이김프로덕션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박신양은 <쩐의 전쟁>의 번외편 4회 방영분 출연료 6억2000만원 중 3억4100만원을 1년이 넘도록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드라마 제작사의 배우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외주 제작사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출연하는 스타, 드라마를 편성하는 방송사 모두 공동의 책임을 안고 있다.

물론 1차 책임은 외주제작사에 있다. 제작비 여건을 고려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톱스타 캐스팅에 열을 올렸고 스타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지금의 제작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외주제작사 간의 치열한 캐스팅 경쟁이 스스로 ‘제 목 조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외주제작사들은 드라마 제작에 먼저 돈을 쓰고 결국 출연료를 제때 충당하지 못해 배우들에게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주 제작사·출연 배우·방송사 공동의 책임
외주제작사 간 치열한 캐스팅 경쟁은 ‘제 목 조르기’


설령 톱스타에게 먼저 출연료를 지급한다 하더라도 스태프들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드라마 제작사 한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사끼리도 경쟁이 붙어서 배우 몸값이 하늘까지 치솟고 있다. 어느 한 신생 제작사의 대표는 돈에 눌려 죽은 경우도 있다”며 스타캐스팅 문제가 결국 드라마 제작 여건의 어려움으로 직결된다고 스스로도 인정한 바 있다.

스타들 스스로가 자초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다른 출연자들 혹은 자신과 비슷한 급의 스타들만큼의 대우를 요구하는 배우들이 상당수다. 이 같은 스타들의 요구에 제작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몸값 높은 배우들을 출연시킬 수밖에 없다. 방송사와 제작사의 불공정한 수익배분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드라마로 인한 광고 수익이 높아도 계약구조가 방송사에 유리해 제작사들은 적자에 시달리기 쉽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방송사와 제작사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연기자들은 어디에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도 괜히 나섰다가 다른 작품에도 캐스팅되지 않을까 봐 항변 한마디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일련의 사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외주제작사, 배우, 방송사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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