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기획 <스타일> 지나친 간접광고 논란

2009.09.08 09:54:14 호수 0호

“드라마 ‘엣지’ 있게 못 만드니”

SBS 주말특별기획 <스타일>이 지나친 간접광고(간접광고 )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가 특정 제품의 과도한 간접광고로 인해 여론의 질타를 받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스타일>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평이다. 과도한 간접광고에 대한 불만은 지지부진한 드라마 스토리와 맞물려 시청자들의 불쾌지수를 높이고 있다.

‘간접광고’ 형태 아닌 ‘중간광고’ 형태 선보여
제작관계자 “부족한 제작비 지원받는 것”


패션을 소재로 한 <스타일>은 베스트셀러이자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동명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작품으로 기획단계에서부터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김혜수와 이지아가 드라마 속 패션지 편집장과 에디터로 캐스팅된 이후 의류, 가방, 구두, 액세서리 등 다양한 패션업체에서 협찬과 광고문의가 끊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업체 제작지원 참여



이런 현상에 대해 당시 업체 한 관계자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의 패션은 큰 이슈를 낳고 있으며 특히 패션을 소재라 삼고 있는 만큼 국내외 업체들의 간접광고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타일>은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감동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전작 <찬란한 유산>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논란과 간접광고로 인한 이미지 손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간접광고는 도가 너무 지나칠 정도다. 드라마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는 장면이 갑자기 튀어나온다.
지난 9회 방송에서는 극중 이서정(이지아)이 뜬금없이 핸드백에서 껌을 세 통 꺼내 주변에 나누어준다. “이것 좀 가져가세요. 사람들 만나는 데 좋은 이미지가 필수잖아요. 에티켓도 스타일 아니겠어요?” 방송에 나온 이 껌은 최근에 나온 상품으로 이 껌의 CF를 보면 ‘스타일이란 이런 것!’이란 카피가 등장한다.
또한 이서정은 길거리에서 벌어진 정수기 판촉행사에 찾아가 물 한 잔을 얻어마시며 “시원하다! 이제 좀 살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 정수기는 <스타일> 초반부터 이서정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다니기(?)로 유명한 정수기다.

이외에도 최근 나온 신상 휴대폰을 무려 1분 동안 대놓고 노출시킨 채 ‘도트 아이콘 만들기’라는 기능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1분이면 CF 4개 분량인데다 드라마 중간에 등장했으니 그 광고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잡지사 발행인 손병이(나영희) 회장이 박기자 편집장(김혜수)을 수입차 매장에 데려가 최신형 스포츠카를 선물하는 장면은 ‘제품 발표회’라고 해도 될 만큼 자동차의 특장점을 상세하게 늘어놓기도 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같은 문제는 <스타일>이 첫 방송을 하기 전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이다. <스타일>에 제작지원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업체는 커피전문점, 정수기, 베이커리전문점, 캐주얼의류 등 5개다. 또 협찬은 휴대폰, 내비게이션, 미용실, 수입자동차, 명품잡화, 와인 등 20여 개에 이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극중 명품 일색으로 보이는 패션스타일과 차량, 배경 등은 소비가 위축된 시청자들과 소비자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듯하다. 더욱이 명품 일색의 브랜드들은 일부 허황된 명품 쫓기에 나선 여성들의 소비심리를 충동시키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스타일> 시청자 게시판에는 “너무 노골적인 간접광고 때문에 드라마에 몰입이 안 된다” “작품에 신경 안 쓰고 광고만 신경 쓰는 드라마” “긴 광고 한 편 본 것 같은데” “간접광고 때문에 드라마 짜증납니다” 등 불만 섞인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까지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많은 간접광고를 보아왔지만 이처럼 대놓고 드라마의 출연진들이 광고카피를 따라하며 상품의 CF를 찍어주는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스타일>은 이제까지 존재했던 간접광고의 개념을 뒤엎어 아예 중간광고 형태를 선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간접광고가 늘어나는 이유는 부족한 제작비 때문이다. 최근엔 단순한 브랜드의 제품이나 협찬의 차원을 넘어서 드라마 제작비까지 충당하는 형국이다. 솔직히 한 푼이라도 아쉬운 외주 드라마제작사 입장에서 반가운 손길인 것이 사실.
드라마 제작 현실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 요즘 제작비 조달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라마 <태왕사신기> <친구>처럼 드라마의 방영권만 방송사에 판매하는 경우 수익을 내기 용이하다.

간접광고로 제작비 조달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드라마 제작사는 광고수익은 고사하고 오직 간접광고로만 제작비를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갈수록 드라마에 등장하는 간접광고의 숫자는 많아지고 노골화되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F는 시청자들에게 취사선택의 자유가 존재한다. 보기 싫으면 안볼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중간광고 형태로 등장하는 CF는 취사선택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기 싫어도 드라마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반드시 봐야만 한다. 따라서 이는 드라마의 전개와 흐름을 방해할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제작비 조달이 어렵다고 해서 드라마의 한 중간에 중간광고를 집어넣는 것이 ‘드라마 발전에 있어서 과연 옳은 일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접광고 논란 제기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은 제작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 제작관계자는 “현 드라마 제작현장이 외주사의 전면 제작비 충당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인 점을 감안한다면 제작비 충당을 위해 간접광고를 싣고 대가로 제작비를 지원받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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