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화장품> ‘사위 퇴출’에 얽힌 불편한 진실

2009.09.08 09:23:44 호수 0호

‘임시 호위무사’ 임무는 여기까지~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의 사위가 갑작스레 사임해 그 이유와 배경을 두고 말들이 많다. 김태준 전 사장이 그 주인공. 김 전 사장은 뭐가 그리 바쁜지 임기를 남긴 채 야심차게 꾸리던 사업마저 미련 없이 내던지고 유유히 사장실을 떠났다. 반면 유 회장의 아들 유학수 사장은 그대로 자리를 지켜 대조된다. 뒷말이 무성한 코리아나화장품의 지각변동을 분석해봤다.

아들-사위 공동서 아들 단독체제로 “2세 경영 선언”
임기 남기고 돌연 사임 자의? 타의?…가족 불화설도


김태준 전 코리아나화장품 사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돌연 사퇴했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지난달 31일, 김 전 사장의 사임으로 공동대표 체제에서 유학수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유 사장은 유상옥 회장의 장남이며 김 전 사장은 유 회장의 사위다. 처남과 매제 사이인 두 사람은 1960년생 동갑내기다.
부인 이의현씨와 사이에서 2남1녀(학수-민수-승희)를 두고 있는 유 회장은 지난해 1월 유학수-김태준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공동대표 체제를 출범했다. 아들과 사위가 경영권을 분점한 것. 유 회장은 당시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해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사업 막 속도 내는데…’

유 사장은 세종대를 졸업하고 현대전자 등을 거쳐 1999년 코리아나화장품에 입사, 경영총괄 부사장 등을 지냈다. 김 전 사장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고려대를 나와 CJ그룹, 삼성자동차 임원으로 일하던 중 2006년 코리아나화장품 마케팅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회사 측은 투톱체제에 대해 “창립 20년을 맞는 내년에 중장기 비전 달성을 가속화하고 경영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초 김 전 사장의 임기가 내년 초까지 4개월 정도가 남아있던 것으로 알려져 갑작스런 사임을 두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시작된 투톱 경영도 불과 1년9개월 만에 막을 내려 궁금증을 더한다.

더욱이 김 전 사장은 외국화장품 업계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자신이 직접 진두지휘한 프랑스 자연주의 화장품 ‘이브로쉐’ 브랜드숍 사업이 이제 막 속도를 내고 있는 와중에 지휘봉을 놓았다.
지난해 7월 코리아나화장품과 MOU 체결을 맺은 ‘이브로쉐’는 지난 4월 1호점인 명동점을 시작으로 올해 50호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은둔 CEO’로 유명했던 그는 브랜드숍 지점 오픈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업계에선 김 전 사장의 퇴임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오너 아들에게 밀려났다는 것이다. 또 김 전 사장의 사임이 가족 간 불화가 원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 세부적으론 김 전 사장이 집안에서 ‘팽’ 당하지 않았느냐는 얘기까지 덧붙여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긴급 소집된 이사회의 대표이사 변경 결정에 따라 해임된 것으로 안다”며 “김 전 사장의 심정은 모르겠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아들이 경영권을 물려받기 전까지 임시 호위무사 노릇을 한 셈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유 회장이 최대주주(12.53%)로 있으며 부인 이씨 0.26%, 장남 유 사장 3.85%, 차남 유민수씨 2.62%, 딸 유승희씨 2.64%, 사위 김 전 사장 0.28% 등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 구성돼 있다.
차남 유민수씨는 신선화장품 브랜드 ‘제니스웰’을 판매하는 코비스코퍼레이션과 광고홍보사인 스위치코퍼레이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코리아나화장품의 계열사이지만 ‘외곽 부대’에 속한다. 유 회장의 딸이자 김 전 사장의 부인인 유승희씨는 유 회장을 도와 코리아나화장박물관 부관장으로 있다.

유 회장 자녀들의 회사 지분이나 현 직함으로 따져봐도 후계자는 장남 유 사장이 확실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유 회장의 평소 강조대로 이들 형제는 남다른 우애를 과시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불문율’이 깨질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유 회장이 다시 경영 일선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적다. 올해 76세인 유 회장은 현재 코리아나화장품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화장품 박물관인 ‘코리아나화장박물관’ 운영에 열중하고 있다.

이사회 긴급 결정 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이 박물관은 유 회장이 40년 간 모은 5300여 점의 화장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유 회장은 지난 4월 평생 월급을 쪼개 수집한 삼국시대 토기 유병, 고려시대 청자 유병, 조선시대 백자청화 유병 등 화장문화 유물 200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선뜻 기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코리아나화장품 측도 부인하지 않았다. 김 전 사장의 사임이 2세 경영을 위한 예정된 수순이란 설명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김 전 사장 사임은 회사의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를 의미한다”며 “공동대표에서 단독대표로 전환한 것도 유 사장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인사와 조직체계 변경은 항간에 나도는 가족 간의 불화설과 전혀 무관하다”며 “불화설은 전혀 근거가 없는 악성 루머”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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