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공제회 콜센터 상담원의 절규

2013.12.09 11:23:02 호수 0호

‘일자리 대통령상’ 받고 실상은…

[일요시사=사회팀] 여의도 한국교직원공제회 건물 앞에는 시위 현수막이 줄지어 있다. 하루 이틀이 아닌, 벌써 몇 달째다. 이곳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공제회 콜센터 해고자 현희숙(58)씨. 그녀는 불법파견 노동자로 일했다며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공제회와 도급회사 측은 직원 개인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행정소송에 이어 이제는 민사소송까지. 이 논란의 종지부는 언제쯤 찍을 수 있을까.







“한국교직원공제회는 간접고용으로 침해받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하지 말라!” “콜센터 노동자를 원청이 직접고용하라!”

연일 시위가 이어지는 한국교직원공제회 앞. 이곳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현수막에 적혀있는 문구에 한 번쯤 관심을 보였다. 이렇게 현수막이 걸리게 된 원인은 교직원공제회에서 아웃바운드로 보험을 판매하던 한국고용정보 소속 현희숙(58)씨가 부당한 업무관행 등의 시정을 요구하자 지난해 8월31일 해고된 것이 발단이다.

몇 달째 복직투쟁

교직원공제회는 콜센터 업무를 위해 한국고용정보와 ‘도급계약’을 맺었다. 현씨를 비롯한 한국고용정보 소속직원 모두가 교직원공제회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해왔다.

현씨와 사무연대노동조합은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는 같은 해 10월 회사 측의 잘못이라며 원직 복직 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지난 1월, 상황이 달라졌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와 다른 결정을 내렸다. 현씨를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한국고용정보와 현씨가 체결한 계약은 ‘위촉계약’이었다. 영업 실적에 따라 수당이 지급됐다.

현씨는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맞섰다. 표면적으로는 도급 직원이지만 실제는 불법파견 형태로 일해왔다는 것. 교직원공제회와 한국고용정보간의 계약에 따라 현씨가 도급 직원으로 일했다면 교직원공제회는 A씨에게 업무와 관련한 교육, 지시 등을 할 수 없지만 현씨는 그간 교직원공제회가 제공하는 사무실과 집무에 필요한 기기들을 사용하며 업무지시까지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남부지청은 불법파견 혐의가 없다며 관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행정소송은 교직원공제회 측이 승소했다. 그리고 현씨와 사무연대노조는 교직원공제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에 있고 현재 1월로 연기된 상태다. 영하의 날씨지만 피켓 시위와 농성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콜센터 직원 수가 많다 보니 직접 운영하기 어려워 전문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며 “(콜센터 직원들은)한국고용정보 소속이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서 협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상담원과 도급 업체 간 문제는 ‘실적 저조’가 원인이었다”며 “당시 그분(현씨)이 내부 분위기를 흐트렸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장과 마찰이 있어 해촉된 것”이라며 “이미 법적인 판결까지 나온 상태”라고 했다. 사용자 측은 현씨가 실적이 낮아 해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칙적으로 보면 오히려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부당 업무관행 등 시정 요구하자 해고 
위촉계약직은 노동자 아닌 개인사업자?

한국고용정보 관계자는 “영업실적이 현저히 낮아 해촉했다”며 “그분(현씨)은 꼴찌였다”고 말했다.
반면 현씨는 실적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현씨는 “처음에 3명이 해고당했는데 그 중 실적이 1등인 사람도 있었다”며 “보통 실적이 낮으면 기본급을 지급하지 않는데 기본급을 받지 못한 적이 없었다”고 말하며 실적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현씨는 당시 실적이 하위권이었던 사실은 인정하지만 실적을 이유로 해고될 정도로 낮은 순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현씨에 따르면 당시 총무는 유리한 DB를 한 직원에게만 몰아줬다.
DB가 많으면 그만큼 높은 실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직원공제회는 꼼꼼하게 확인하는 교사를 상대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자료가 매우 중요하다. 자료가 곧 실적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특혜를 직접 목격한  직원들이 총무에게 항의했다. 당시 신입직원 2명을 제외한 15명이 고용정보 측에 항의했다. 한 사람에게 특혜를 주는 총무를 교체해 달라는 요구였다.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당시 함께 항의했던 직원 2명은 사측과 합의해 원만히 마무리했지만 현씨는 해고당했다. 그리고 불합리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사무연대노조 관계자는 “교직원공제회가 콜센터 상담원을 개인사업자로 분류하는 불법 도급계약을 했다”며 “김정기 이사장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해온 만큼 법적 판단 이전에 직접 고용 등 교직원공제회의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씨는 2001년부터 콜센터 텔레마케터를 시작해 13년 경력을 갖고 있다. 처음 일할 때만 해도 직접고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고용정보’라는 위탁업체가 들어왔다. 큰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그저 한국고용정보라는 간판과 새로운 관리자만 들어올 뿐이었다. 이 생소한 위탁업체는 콜센터 직원들에게 ‘위촉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인하게 됐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직접고용일 때에는 해고, 징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있었는데 위탁업체 소속이 되고 나서는 해고가 훨씬 쉬워졌다.


현씨는 부당한 일에 대해 항의를 하다 해고당했다. 위탁업체 사장 처제가 상담원으로 같이 근무를 하면서 온갖 특혜를 다 받았던 것. 총무가 실적에 가장 중요한 DB를 한 직원에게만 몰아준 게 화근이었다. 현씨는 그것에 문제제기를 했다가 해고가 됐다.

“직접고용하라”

이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 지방노동위에서는 승소를 했다. 그러나 몇 개월 뒤 중앙노동위는 ‘위촉계약서’에 사인했다는 이유로 특수고용이기 때문에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현씨는 콜센터 노동자로 13년을 살았지만 현실은 암담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한국고용정보는 좋은 일자리 창출 부분에서 대통령상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교직원공제회는 지난달 5일 안정적인 수익확보를 위해 미국 맨해튼의 오피스빌딩 ‘뉴욕 AOA’ 우선주에 815억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위촉계약직이란?

말이 좋아 특수고용…일 없으면 굶는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간접고용 활용실태 및 간접고용 근로자 근로실태’에 따르면 현재 콜센터 상담원의 절대다수는 비정규직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콜센터 비정규직에도 계급이 나뉜다. 직접고용 무기·장기계약직, 단기계약직, 간접고용 외주업체 소속 정규직, 비정규직, 위촉계약직 순이다.


보통 인바운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고, 아웃바운드는 위촉계약직이 대다수다. 위촉계약직은 쉽게 말해 하청에 하청으로 특수고용직이다. 갑을관계로 치면 ‘병’ 정도 되는 셈이다. 얼핏 프리랜서 같지만, 결국 열심히 일해도 성과가 없으면 ‘한 푼’도 받아갈 수 없는 신세가 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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