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 SSM 편법 개점 철퇴

2009.09.01 09:25:56 호수 0호

도둑고양이식 얌체 오픈 발목 잡혔다!

최근 SSM 매장이 전국적으로 논란인 가운데 롯데슈퍼의 꼼수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롯데슈퍼가 상인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규제망을 교묘히 피하는 수법으로 신규 매장 개설에 속도를 내고 있는 탓이다. 흡사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개점 준비는 그룹 내부에서도 오픈 1~2주 전 실무자들에게만 알려질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 개장 직전까지 사실을 알 리 없던 인근 상인들은 롯데슈퍼의 꼼수에 롯데제품 불매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최근에는 중소기업청이 직접 나서 롯데슈퍼의 편법적인 기습 개점 행태를 막아섰다. 

첩보전 방불케 하는 개점 준비…인근 상인 모르게 ‘쉿’
뿔난 상인들 불매운동 벌여도 ‘모른 척’…중기청도 ‘스톱’


기업과 상인들 사이에 SSM 출점을 두고 뜨거운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롯데슈퍼가 무리한 시장진입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슈퍼는 지난 7월20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옥련점을 시작으로 SSM에 대한 소상인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SSM 진출에 대해 한 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상계7동점, 염창점, 신정점 등 3곳의 개장을 보류하겠다고 언론에 밝힌 것.

‘상생’은 이미 뒷전



업계는 롯데가 무리한 입점보다는 ‘상생’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과는 달리 보류선언 며칠 뒤 슬그머니 해당 점포의 문을 열었다.
개점보류 선언을 단 며칠 만에 철회한 롯데슈퍼는 이젠 오히려 속도를 높이며 SSM 개점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달 11일에는 147호점인 서울 목동점을 기습적으로 오픈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해당 매장은 건물 외부를 베니어판으로 가린 채 비밀리에 공사가 진행됐다. 

2일 뒤인 13일엔 서울 홍제점을 오픈했다. 이전에 영업하던 피자가게의 간판을 버젓이 건 채 내부공사를 하다가 오픈 당일 갑작스레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롯데슈퍼의 잇따른 기습개점에 슈퍼연합회는 강하게 항의하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연합회 한 관계자는 “롯데슈퍼가 각종 편법으로 기습개점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는 상인 반발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난했다. 이미 개장한 점포는 중기청의 사업조정 신청 대상에 해당되지 않기에 이를 피하기 위한 편법 조치라는 것.

연합회는 곧바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일부지역에선 롯데그룹 계열사 상품에 대한 판매 중지 및 반납 등 불매운동도 전개했다.
다행히 롯데제품 불매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던 연합회의 초기 선언은 일단 철회된 상태다. 연합회는 중기청의 중재가 적극적인데다 롯데에 대해서만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여타그룹에 대한 차별성이 제기될 수 있어 철회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향후 롯데가 상인들과 상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안을 내놓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롯데는 언론을 통해 “중소상인들과 상생할 수 있는 형태로 조율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앞에선 ‘상생’ 위한 대책 강구에 힘쓰겠다던 롯데슈퍼가 뒤에선 여전히 기습 개점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취재결과 롯데슈퍼는 최근 149호점인 서울 구의점과 150호점인 충남 아산의 탕정점을 각각 지난달 21일과 24일에 잇따라 개점했다. 두 매장의 개점은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스럽게 진행됐다.

매장 외곽에는 대형 천막을 쳐 내부 공사를 진행하고 제품 납품도 밤 12시쯤에만 이뤄졌다. 오산의 한 물류공장을 출발한 이 제품들은 롯데의 로고가 찍힌 물류차량이 아닌 외부 용달차로 옮겨져 매장으로 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늦은 밤이라도 인근 상인이나 주민들이 로고차량을 확인하고 개점 사실을 미리 알아챌 수 있기에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개점 당일에도 화려한 오픈식 없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며칠 전부터 판촉 전단지를 뿌려 개점 홍보를 하던 예전과는 상이한 모습이다.
비밀리에 진행된 개점 준비로 매장 인력도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모습이다. 서울 구의점의 경우 21일 문을 열고 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계산대 및 매장 운영 인력을 모집하고 있는 형국이다.

롯데슈퍼는 연이은 기습 개점 논란에 대해 ‘기습’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롯데슈퍼 한 관계자는 “‘기습 개점’이란 표현을 누가 쓰는 건지 모르겠다”며 “현재 안팎으로 여러 상황이 어지러워 예전처럼 홍보는 못하고 조용히 오픈하는 것일 뿐”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몰래 오픈을 준비한 적도 없다”며 “최근 오픈한 아산 탕정점의 경우에는 신규 상권이기 때문에 주변 상인들의 반발을 살 위험이 없어 오픈을 숨길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늦은 밤 자사 물류 차량이 아닌 별도의 차량으로 제품을 배송하는 이유에 대해선 “확인해 봐야겠지만 특별히 야간에만 작업하라는 본사의 지시 같은 건 없었다”고 해명했다.

첩보전 같은 개점 준비

그러나 롯데슈퍼의 도둑고양이식 개점도 앞으로는 힘들게 됐다. SSM 편법 개점 논란이 커지자 중소기업청이 SSM 사업조정에 대한 세부지침을 마련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중기청은 지난달 25일 새 지침에서 SSM 사업조정신청 대상의 요건에 대해 사업의 개시 시점을 ‘간판 등 제3자가 영업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등 실질적인 영업을 개시한 시기’로 판단하도록 했다.
이는 그동안 롯데슈퍼가 이미 영업을 개시한 점포는 사업조정 신청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악용해 기습적인 개점을 감행한 것에 대해 중지 선언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중기청은 또한 이번 지침을 통해 중소유통업체가 대기업 측의 개점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도록 사전조사신청제도를 통해 ‘사업조정 신청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롯데슈퍼는 매장 개설 사업장의 소재지와 개시일 등을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
중기청의 이번 지침에 대해 롯데슈퍼 한 관계자는 “중기청의 세부지침이 객관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다”며 “현재 내부적으로 내용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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