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가는 스타들<현주소>

2009.08.25 12:01:22 호수 0호

연예계 곳곳에서 ‘억!’ 소리

최근 스타들을 둘러싼 법정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대중문화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스타의 몸값이 치솟은 데다 스타와 관련된 수입창출 창구가 급증하며 스타들의 법정 싸움은 확대일로에 놓여 있다. 연예인과 연예기획사의 관계는 흔히 ‘악어와 악어새’에 비유된다.

출연섭외와 일정, 이미지 관리 등 매니지먼트에 의존도가 높은 연예활동의 특성상 연예인과 연예기획사는 같은 배를 탄 운명이다. 그러나 최근 엔터테인먼트사업이 대형화되면서 연예인과 연계기획사 간의 계약파기와 소송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동방신기·윤상현·남규리 등 전속계약과 관련 분쟁
소송 바람의 원인은 무엇보다‘돈’…신뢰가 우선돼야

동방신기, 윤상현, 남규리 등 인기 스타들이 전속계약과 관련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당사자와 전 소속사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연예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동방신기 세 멤버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지난 7월31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 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SM 측은 이에 대해 “동방신기가 한 측면만 부정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데뷔 후 현금만 110억원을 수령했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같은 날 윤상현 전 소속사 엑스타운은 “이중계약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윤상현을 상대로 10억1000만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소송 원인은 대부분 ‘돈’

현 소속사인 엠지비엔터테인먼트 측은 “소송은 윤상현에 대한 흠집내기용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엑스타운 측도 보도자료를 통해 “윤상현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했으며 전속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변호사와 상의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소속사에 따르면 윤상현은 지난해 MBC 일일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이 종영되고 난 후 출연료 미정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께 만나기로 했지만 바로 전날 약속을 취소했고, 이후 차기작으로 KBS 일일극 <집으로 가는 길>의 대본 연습이 끝난 상황에서 12월 중순 회사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도하차하고 전속계약도 파기해 소속사에 피해를 안겼다는 설명이다. 씨야 남규리도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와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남규리는 씨야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 측과 지난 4월부터 전속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추악한 감정싸움

남규리는 최근 소속사와 접촉해 씨야 합류와 가수 활동 여부에 대해 코어콘텐츠미디어와 논의를 벌이면서 화해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복귀를 최종 거부하면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연예계에 불어닥친 소송 바람의 원인은 무엇보다 ‘돈’에서 찾아진다. 연예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이권 다툼과 갈등도 커진 것. 모 연예기획사 대표 H씨는 “특히 3~4년 전부터 본격화된 연예기획사들의 인수합병과 코스닥 우회상장 열풍은 기획사와 연예인의 관계를 더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외부자금을 끌어들여 몸집을 키운 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활동 범위를 크게 넓히고자 한 반면 기획사를 옮겨 다니며 수시로 계약금을 챙기는 얌체 연예인들도 등장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몸값은 종전 계약 파기에 대한 위약금을 치르고도 남는다. 심지어 일부 연예기획사나 영화 또는 드라마 제작사는 위약금 이상의 몸값을 제시하며 스타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의 법적 구속력은 무의미한 휴지조각이 되곤 한다.

이런 과정에서 벌어지는 계약 당사자 간의 감정싸움은 추악하기 그지없이 펼쳐져 연예계의 구조적 후진성을 드러낸다. 사소한 부분에 대한 흠집 잡기부터 사생활에 대한 공격까지 이어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미지 실추로 인한 상품성 손상, 신뢰도 추락, 생명력 단축 등의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된다. H씨는 “몇 년 전부터 연예인들이 일에 대한 지원이나 신뢰보다는 돈을 쫓아 기획사를 찾는 풍조가 당연시되고 있다”며 “기획사들 역시 정상적인 이익 창출보다 수익을 외부 자금 유치에서 찾다보니 서로 상대를 이용하려는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연예인은 기획사를 옮겨야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인 때부터 모습을 보아온 원제작자에게는 하기 싫은 스케줄을 빼 달라거나 사소한 것에 대해 나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 등이 쉽지 않으나 스타급에 올라 거처를 옮기면 부담 없이 요청할 수 있다.

H씨는 “소위 ‘떴다 하는 연예인’들은 신인시절 본인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에서 출연 요청이 오면 ‘내가 저길 나가야 돼’하는 식으로 말하며 매니저와 싸우는 경우가 잦아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며 “이에 자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주는 소속사를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연예산업의 특성상 활동에 쓰인 비용의 규모를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고 연예인과 기획사간 수익을 둘러싼 다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계약 초기부터 법적 자문을 구하는 연예인이나 기획사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예인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는 L 변호사는 “최근 들어서는 연예인 전속계약을 위한 계약서 양식이 많이 보급되고 수익구조나 회계 등에 있어서도 사전 법적 검토를 의뢰하는 곳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신뢰 바탕으로 꼼꼼히 계약해야”

이와 함께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등 연예산업 풍토개선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H씨는 “아무리 처음부터 법적 검토를 하더라도 연예산업 특성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로의 근본 신뢰 관계가 깨진다면 법적 장치가 있더라도 일을 더불어 해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바닥의 관행을 사전에 연예인에게 충분히 숙지시켜주고 활동을 하면서도 많은 대화를 통해 상호 오해를 만들지 않는 경영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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