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지난 6월 국내 각종 매체 및 언론은 '어반쉐리프'라는 레스토랑을 주목했다.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은 디자인이 적용된 신개념 매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스토랑 운영업체인 ㈜벌집의 대표가 개그맨 출신 사업가 이승환씨여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어반쉐리프의 매장 디자인을 담당한 영세 인테리어 업체가 "디자인을 뺏겼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달콤한 조건을 앞세워 인테리어를 도용하려는 갑의 횡포'라는 것. 무슨 사연일까.
개그맨 출신 CEO 이승환씨와 한성진씨가 함께 공동대표로 있는 ㈜벌집은 국내에 220개가 넘는 '벌집 삼겹살' 체인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에는 일본 나고야 지역에 진출해 5개 매장을 열었다. 벌집 삼겹살에 이은 제2브랜드 소고기 전문 프랜차이즈 '도개걸육' 가맹사업도 진행 중인데 지난해 2월 서울 발산동에 직영 1호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직영점을 10개로 늘렸다.
베끼고 내치기?
2011년 창립해 서울 송파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영세 인테리어 업체 '구월'은 지난 4월 ㈜벌집으로부터 새로운 프랜차이즈 디자인 및 시공에 대한 의뢰를 받았다. 구월 측에 따르면 구월로부터 최종 디자인 시안을 제출받은 ㈜벌집은 '추후 타 지점 공사를 100% 수주하게 해 주겠다'는 조건하에 견적금액을 감했다.
2개월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 6월 '어반쉐리프 발산점'이 문을 열었다. 각종 매체 및 언론은 새로운 디자인과 콘셉트의 어반쉐리프 매장을 주목했고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문제는 2호점인 '가양점'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지난 8월 발생했다. 구월은 발산점의 성공적인 오픈 재현을 위해 매장 실측부터, 레이아웃, 최종시안 작업까지 더욱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최종 시안 제출 후 ㈜벌집은 평당 150만원으로 공사를 진행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가양점 층고가 일반 층고보다 3배가량 높은 특성에 따라 평당 210만원 정도의 견적을 산정해 제출했다.
㈜벌집은 견적이 높다는 이유로 공사 진행을 중지했고, 앞서 발산점 공사를 진행하면서 약속한 '100% 수주건'에 대한 내용도 자연스럽게 파기했다. 이후 ㈜벌집은 타 인테리어 업체에게 공사를 발주, 지난 9월 구월이 작업한 발산점과 비슷한 디자인의 가양점이 문을 열었다.
구월은 ㈜벌집에게 어반쉐리프의 디자인 시안에 대한 매뉴얼 비용과 가양점의 설계용역비를 요구했다. 하지만 ㈜벌집은 내용증명을 통해 설계비 지급을 거절하고 매뉴얼의 소유권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구월 측에 따르면 ㈜벌집은 일련의 사항들에 대해 계약서의 유무를 따지고 있다. ㈜벌집은 구월이 최초 인테리어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수시로 변경되어지는 공사 요구사항에 계약조건이나 견적추가 인정에 대해 문서화 하지 않고 구두로 공사가 마무리되면 결산하기를 약속했다. 구월은 자체피해를 감수하며 ㈜벌집에 요구에 따라 공사를 진행했지만 이제 와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는 것.
'어반쉐리프' 매장 인테리어 업체와 갈등
무단 계약 파기·디자인 도용 두고 공방
또한 ㈜벌집은 이 같은 문제가 벌어지고 나서부터 발산점의 추가보수에 관한 부문을 빌미로 영업손실에 대한 부분까지 주장하고 있다는 게 구월 측 얘기다.
실제로 ㈜벌집이 구월 측에 보낸 통지서를 보면 ▲발산점 시공 후 전면 간판에 시공 하자로 인해 녹물이 흘러 얼룩이 발생해 구월에 보수를 요청했으나 이행하지 않아 외부업자에게 따로 맡기는 등 손실이 발생 ▲비가 오면 매장 전면 중앙기둥 부위 누수 발생 ▲메인 누전차단기가 내려가 냉장고를 가동시킬 수 없어 식자재가 상하게 되는 일 발생 ▲매장 전면부 외부 할로겐 등기구 설치가 늦어져 피해 발생 등의 이유로 피해금액을 산정해 구월에 추후 제시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구월 관계자는 "구월은 발산점의 추가 보수 작업에 대해 항상 최선을 다해 처리했고 누수에 대한 보수작업에 대한 금액은 가양점 공사비용에 포함해 생략하기로 했다"며 "㈜벌집이 구월을 통하지 않고 구월의 협력업체에 직접 연락해 직접 추가 작업을 무료로 진행한 적도 몇 차례 있어 이러한 협력업체의 불만이 구월에게 돌아왔지만 ㈜벌집의 수주 약속을 위로삼아 손해를 감수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거대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영세한 인테리어 회사를 상대로 전 매장 공사수주라는 달콤한 조건을 앞세워 디자인을 도용했다"며 "이후 약속되지도 않은 견적가가 정해진 금액이었다고 말을 바꾸어 오히려 책임전가를 하는 모습은 갑의 횡포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갑'의 편의에 따라 필요한 형식적 절차를 생략하고 이를 추후 문제 시에 역이용하는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있는 '을'의 입장을 이용하는 교묘한 술책이 아닐 수 없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동종업계뿐 아니라 지적재산권이 커다란 기업의 횡포에 의해 도용당하는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구월의 기업이미지를 포기하며 ㈜벌집을 고발하려 한다"고 전했다.
㈜벌집 측은 "구월이 주장하는 것처럼 '어반쉐리프 전 매장을 공사하는 조건으로 디자인 및 설계비를 청구하지 않기로 상호 합의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벌집은 구월과 관련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인테리어 업체를 바꾼 점에 대해서는 "구월이 발산점을 착공하며 평당 150만원이라는 시공금액을 약속했는데 착공예정일 5일을 남겨두고 이를 훨씬 초과한 평당 251만원이란 금액을 제시했고 추후 금액 조정을 통해 평당 211만원으로 수정 제시했다"며 "이는 ㈜벌집이 예상한 금액에서 너무 차이가 나는 금액이라 도저히 수용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누구?
디자인을 뺏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반쉐리프 인테리어 디자인 콘셉트는 ㈜벌집이 다양한 동종 외식업체들을 2개월 넘게 직접 탐문, 촬영, 수집해 구월 측에 제시한 것이지 오로지 구월에서 독창적으로 수립해 ㈜벌집에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게 ㈜벌집 측 설명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그맨 CEO' 이승환은?
이승환은 1995년 KBS 개그맨 공채 13기로 데뷔해 인기 개그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 '갈갈이 삼형제'로 인기를 모았다. 인기가 최절정이던 지난 2003년 개그맨 생활을 접고 아동용품 제조업부터 방송 제작사, 공연 제작사까지 여러 분야에 손을 뻗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20억원을 날리고 자살 결심도 했다.
그러던 중 한성진 ㈜벌집 공동대표가 외식 사업을 제안, 이승환은 갈기갈기 찢겨져 육질이 연하고 양념이 잘배 맛이 좋은 지리산 떡갈비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벌집삼겹살'을 탄생시켰다.
올해 론칭 10주년을 맞은 벌집삼겹살은 현재 200여개 매장에서 가맹점 매출을 제외하고도 130억원가량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두 번째 브랜드인 고기전문점 '도개걸육'을 론칭, 올해부터 본격 가맹사업을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강남역 상권에 카페 레스토랑 '바까테813'을 오픈하는 등 신사업 발굴에 힘쓰고 있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