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사태 통해 본 ‘노예계약’<논란>

2009.08.11 12:00:02 호수 0호

청춘을 다 바치라고…

아이돌 그룹 최소 5년에서 최장 13년까지 계약 체결
뜨는 순간 초기투자비용회수하려는 기획사가 문제

동방신기 사태로 다시 한 번 연예인과 소속사 간 ‘노예계약’ 논란이 집중 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최소 5년에서 최장 13년까지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 그룹에 소속된 멤버 A군은 “다른 회사로 옮기고 싶어도 잔여 계약기간과 위약금이 만만치 않아 쉽지 않다.
수입도 멤버들과 나눠야 하기 때문에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거액을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동방신기 사태가 불거진 뒤 멤버들끼리 자체 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올 4~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YG엔터테인먼트·스타제국 등 20개 연예기획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개 기획사 소속 230명 연예인의 계약서 모두에서 불공정한 계약조항을 찾아냈다.
‘을은 자신의 위치에 대해 항상 갑에게 통보해야 한다’ ‘을이 계약을 해지할 때는 동업종이나 유사한 연예활동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중지해야 한다’ ‘을은 갑의 허락 없이 은퇴할 수 없다’ 같은 조항이다. 대형기획사는 시정을 완료했고 중소기획사는 시정 중이다.

지금까지 연예인의 전속계약을 둘러싼 분쟁은 가수보다 탤런트와 배우 쪽이 많았다. 그러나 한 가요기획사 이사는 “가수들의 불공정 계약이 겉으로 드러난 경우가 적었던 까닭은 합리적 계약보다는 인간적인 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전근대적 측면이 가요계에 많이 남아있어서”라고 풀이했다.
그는 “신인가수들이 소속사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살아남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공개되지 않은 불공정계약 피해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이돌 가수는 계약 당시 대부분 10대이고 연습생 기간 2~3년을 거치며 기획사 눈 밖에 나면 데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리한 계약내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획사가 어린 연습생을 발굴해 키워 내는 도제식 시스템 속에서 스타가 뜨는 순간 초기투자비용을 회수하려는 기획사, 소수의 성공한 아이돌이 탈락자(실패한 아이돌이나 수십 명의 연습생)들의 비용까지 떠안는 시스템 등이 문제를 낳는다.

물론 기획사들은 크게 반발한다. 가수는 신인 1인당 수억원에 달하는 초기투자비용이 드는데 인기 얻었다고 그때그때 계약조항을 바꾸게 되면 기획사 운영이 힘들다는 불만이다. 한 음악평론가는 “한국의 기획사들이 오직 ‘수익’ 관점에서 소속 가수들을 바라본다면 동방신기 사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기획사는 가수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집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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