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인 없는 쌍방울 수상한 브로커 추적

2024.08.12 15:00:10 호수 1492호

헐값에 나도는 계열사 지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거래정지에 이어 무상감자에 나섰던 쌍방울 그룹이 30%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려는 모양새다. 자신을 M&A(기업인수) 브로커라고 소개한 A씨는 모 건설사 대표 B씨를 찾아와 “쌍방울 계열사인 ‘아이오케이컴퍼니’가 보유한 ‘제이준코스메틱’과 ‘광림’의 합계 지분 34.23%를 현금 30억원에 인수해달라”고 제안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쌍방울의 지분 매각 시도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줄여 회계상의 손실을 털어낼 수 있으나 주주들에게는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폐 위기
순출 끊나

문제는 쌍방울의 지배구조가 순환출자 구조라는 점이다. 이들은 ‘쌍방울→비비안→디모아→아이오케이→제이준코스메틱→광림→쌍방울’로 연결돼있다. 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쌍방울은 비비안(코스피)의 3.85%(1Q24 분기보고서 기준)와 퓨처코어(코스닥)의 지분 22.16%를 갖고 있다.

광림(코스닥)은 퓨처코어의 38.23%와 비비안의 지분 13.46%(1Q24 분기보고서 기준)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제이준코스메틱은 광림의 지분 15.92%를, 아이오케이컴퍼니도 광림의 지분 8.18%를 갖고 있다. 아이오케이컴퍼니는 또 제이준코스메틱의 지분 26.05%를 갖고 있다. 제이준코스메틱과 광림의 지분을 총 34.23%를 보유한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지분 17.92%는 코스닥 상장사인 디모아가 보유하고 있다.


디모아의 지분 30.16%는 쌍방울의 최대주주인 비비안이 보유하면서 복잡한 순환출자 구도를 이루고 있는 형태다.

현재 쌍방울 측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려는 분위기다. 지난 6월 브로커 A씨는 건설사 대표 B씨에게 “제이준코스메틱과 광림의 지분 총 34.23%가 380억원인데, 현금 30억원에 외상으로 거래할 수 있게 돕겠다”며 “380억원에 인수한 것처럼 공시할 예정이니 걱정말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안부수(아시아태평양교류협회 회장)가 지시한 내용이며, 그가 30억원의 현금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부수가 필요로 한 30억원에 대해 A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내게 안부수가 말하길 국내 옥류관 유치 등 대북사업을 위해 쌍방울이 투자한 돈이 30억원 정도”라며 “30억원을 김성태 측에 돌려줘야 옥류관 사업을 재개하든, 스핀오프할 수 있다 말했고, 넉넉잡아 38억원 정도 필요하다고 내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목서 스핀오프라는 의미는 안부수가 옥류관 사업의 지분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로부터 재매입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취재진이 A씨가 언급한 내용을 확인하고자 안부수에게 직접 전화와 문자를 보냈으나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쌍방울 그룹 측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안부수씨는 쌍방울 그룹사의 주식을 거래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더구나 380억원 가치의 주식을 30억원에 그것도 외상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브로커 A씨의 말이 상식적으로 맞는지 의문이다. 해당 내용은 일개 브로커의 상식 밖의 행위로 보이고 솔직히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매각?···안부수 지시?
거미줄처럼 엮인 순환출자 구조 보니···

쌍방울 대표 김 전 회장과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안부수는 불법 대북송금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부수적으로는 김 전 회장(기업인)-이화영 간의 뇌물공여, 안부수 개인의 횡령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월 안부수는 재판서 대북송금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앞서 안부수는 지난 2022년 11월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증거은닉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이듬해 5월23일, 1심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안부수는 지난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김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중국과 북한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김영철 위원장과 송명철 부실장 등을 만나 총 21만여달러(약 2억7000만원) 및 180만 위안(약 3억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018∼2019년 경기도의 대북 지원사업 보조금 및 쌍방울 등 기업 기부금으로 받은 돈 12억여원과 쌍방울 등 기업 기부금 4억8000만원을 빼돌려 개인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직원들에게 사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10여개를 은닉하도록 하고,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북한 그림을 숨기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대북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금융제재 대상자인 북한 노동당에 5억원이나 넘는 금액을 임의로 지급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19일 열린 결심공판서 검찰은 징역 4년형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측은 “경기도와 쌍방울로부터 받은 지원금과 후원금을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한 점, 그 돈이 12억5000만원에 이르는 데다가 변제하지 못한 점, 전용된 자금을 불법적으로 북한에 전달한 점, 출처가 불명확한 그림을 은닉한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안 회장은 최후진술서 “사회에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며 “제 불찰로 이런 일이 생겼다. 모든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 속죄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23일, 재판부는 보증금 1억원 납부와 실시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을 보석 조건으로 김 전 회장의 보석을 허가했다. 이는 지난 2월3일 법정구속 기한 만료를 앞두고 신청한 보석이었다. 

김성태
재판은?

지난 5월14일, 변론 종결됐으며, 지난달 12일 선고공판서 징역 2년6개월형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으로 유죄 판결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에 정해진 범죄이기에 동조 제3항에 따라 2개로 분리선고된 주문이며, 법정 구속은 되지 않았다.

이에 지난달 17일, 수원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본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이에 같은 달 18일 김 전 회장도 항소했다.


김 전 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쌍방울 주식이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쌍방울은 주식 98% 비율의 무상감자를 결정했다고 지난달 22일 공시했다.

이번 무상감자를 통해 쌍방울의 발행 주식은 감자 전 2억6259만2129주에서 감자 후 525만1843주로 줄어든다. 자본금도 감자 전 1312억9606만4500원에서 26억2592만1500원으로 감소한다. 감자 기준일은 오는 10월23일이다. 감자 방식은 기명식 보통주 50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무상 병합하는 형태다.

쌍방울은 감자 사유로 “자본잠식을 해소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무상감자는 통상적으로 누적 결손금이 커질 경우, 자본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방식으로 회계상 손실을 털어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자본금이 줄어들고 주주에게는 별다른 보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무상감자가 실시되면 주가가 급락한다.

현재 쌍방울은 주식 거래만 중단된 상황인 만큼, 무상감자를 택할 수 있다. 감자를 통해 쌍방울의 자본금이 대폭 줄어들면 자본잠식서 벗어나게 된다.

쌍방울은 지난해 4월에도 무상감자에 나섰던 바 있다. 당시 쌍방울은 보통주 95%의 무상감자를 발표하면서 보통주 20주를 1주로 무상병합하기로 했다. 이 소식에 쌍방울의 주가는 18% 가까이 급락했다.

결과적으로 주주총회 정족수 부족으로 지난해 추진된 무상감자는 부결됐다. 이후 쌍방울은 김 전 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인해 지난해 7월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이어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으나 한국거래소가 오는 12월22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하면서 가까스로 상장 자체는 유지될 수 있었다.

납입 예고
그 주체는?

이에 쌍방울은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한 차례 무산된 무상감자에 다시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무상감자를 통해 쌍방울 50주를 갖고 있는 주주는 1주만 보유하게 되며 이로 인한 보상은 받지 못한다. 무상감자는 쌍방울뿐만 아니라 핵심 계열사인 광림서도 이뤄졌다. 건설현장과 전기공사 등에 주로 사용되는 ‘특장차’ 사업이 주력인 광림은 지난달 12일, 96.6% 비율의 무상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기명식 보통주 30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병합하는 방식이다.

무상감자로 광림의 발행 주식은 감자 전 9070만6696주서 302만3556주로 감소하고 자본금은 감자 전 453억5335만원서 15억1178만원으로 줄게 된다. 감자 기준일은 오는 10월2일이다. 광림도 지난해 7월, 김 전 회장의 횡령과 배임으로 상장폐지 조치를 받았기에 이뤄진 조치다.

순환출자 구조의 불건전성으로 인해 주가도 요동쳤다. 쌍방울 소액 주주들은 감자 소식에 분통을 터트렸다.

한 쌍방울 소액주주는 네이버 종목토론방에 글을 올려 “감자를 해도 적당히 해야지. 50:1은 말이 안 된다”며 “차라리 파산해서 배당받는 게 더 나을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쌍방울, 광림의 상장폐지 혹은 무상감자 조치로 쌍방울 계열사마저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8년 연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아이오케이가 발행한 대규모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이하 CB)를 둘러싼 움직임도 있다. 감자에 이은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콜옵션 기간 연장과 손바뀜 등의 과정을 거치며 수익 실현을 위한 발판은 마련됐다.

다만 차익 실현 과정서 총 주식 수의 절반이 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어 주가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380억짜리 주식을 30억에 외상 거래?
브로커 “김성태에게 30억 줘야 한다”

아울러 최근 주가 급반등의 요인이 된 대규모 자금 조달과 관련, 납입을 예고한 주체가 의구심을 자아냈다. 납입 주체는 자본잠식 상태인 명동의 한 대부업체로, 그간 여러 코스닥 상장사의 ‘머니게임’에 관여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당초 18회차 CB는 지난 2022년 4월에 총 200억원 규모로 쌍방울 계열사인 비비안과 미래산업을 대상으로 발행됐다. 이후 쌍방울 그룹이 미래산업을 매각하면서 미래산업이 들고 있던 100억원 규모의 CB는 또 다른 계열사인 광림이 보유하게 됐다.

이 CB는 지난달 말부터 손바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오랜 기간 보유해 온 비비안은 지난달 28일 돌연 아이오케이 18회차 CB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고수익이 가능한 상황서 이뤄진 결정이다.

광림 역시 지난달 8일에 아이오케이 CB를 처분했다. 하지만 광림과 비비안 모두 매각 대상을 밝히지 않았고, 아이오케이 역시 관련 지분 공시를 하지 않은 상황으로 미뤄볼 때 다수의 주체를 상대로 이른바 ‘쪼개기 매각’에 나섰다고 봤다. 이 경우 5% 공시 의무를 피할 수 있다.

현재 아이오케이 재무구조도 악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253억원으로 지난 2021년 776억원 대비 3분의 1가량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올해 1분기 기준으로 232억원으로 20억원가량 줄었고, 결손금은 1000억원이 넘는다.

적자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224억원, 216억원이고, 올해 1분기 순손실은 29억원을 기록했다.

쌍방울과 KH그룹의 CB 거래도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KH그룹 계열사인 KH필룩스가 쌍방울 계열사 광림으로부터 CB 투자금을 회수한 직후 쌍방울의 또 다른 계열사 아이오케이컴퍼니 CB에 투자하는 등 복잡한 CB 거래를 하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아이오케이컴퍼니는 지난달 10일 50억원 규모의 제22회차 CB를 발행했다. 발행 대상은 케이비비조합으로, 케이비비조합의 최대주주는 KH필룩스(지분율 69.99%)다.

악화된
재무구조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사업 다각화에 따른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아이오케이는 공시를 통해 “CB 발행은 회사 경영상 필요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투자자(KH필룩스)의 납입 능력 및 시기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정상적인 자금조달의 형태”라며 “기업가치 회복과 거래 재개를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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