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직원 자살 비화

2013.10.21 13:31:40 호수 0호

"그때 제대로 했으면 그는 안 죽었다"

[일요시사=경제1팀] 대한적십자사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억대의 시설 임대료를 횡령·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자체 감사가 시작된 지 3일 만의 일이다. 그런데 해당 직원이 자살 직전까지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그의 죽음에 대해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일부 직원들이 대관료의 일부를 횡령하고 유용했다는 사실이 자체 감사에서 드러났다. 광주전남지사는 한 해 300여개 단체에 광주적십자수련원 공간과 강당, 회의실 등을 빌려주고 5억여원의 대관 수입을 올리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이 대한적십자사가 제출한 감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적십자사 광주지사의 직원들이 지난 4년간 회관 대여료 수입 등에서 1억4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4년이나 그랬는데…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7월15일 종합감사에서 대관료 횡령사실을 확인하고 7월25일부터 8월24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추가조사를, 9월15일부터 9월19일까지 자체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모 전 관장과 박모 관장을 포함한 일부 직원들은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대관사실을 은폐하고, 대관료를 현금 또는 별도계좌로 받는 수법으로 빼돌린 후 미수금으로 관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 52건에 걸쳐 총 8500여만원을 횡령했다.


여기에 회관대관 수입을 실제보다 축소 기록하는 방식으로 유용한 금액(4600여만원)과 납품 업체로부터 수수한 금액(650여만원)을 합하면 이들이 횡령·유용한 금액은 모두 1억4000여만원에 달한다.

대한적십자사는 관련 직원들이 혐의를 인정했다며 김 전 관장을 형사고발하고 박 관장에 대해서는 중징계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관련 내용이 알려진 뒤 ‘광주적십자회관대관료 횡령 및 유용 관련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태 해결에 나서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사과문에서 "자체 내부 감사 결과, 광주적십자 회관에서 대관료 횡령 및 수입 유용 사실을 적발했다"며 "투명성, 윤리성, 사명감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대한적십자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것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고 전했다.

이어 "비위 사실이 밝혀진 직원에 대해 형사고발 및 횡령 부분을 전액환수 조치하고 관리자에 대해서도 중징계 처분을 조치 중이다"며 "앞으로 전 기관에 대한 철저한 감사뿐만 아니라 회계 업무 관리 강화, 회계특별점검, 전사적인 청렴교육 등 조직혁신을 통해 투명성과 윤리성을 더욱 높여가겠다"고 다짐했다.

공금 횡령 사실 드러나자 극단적인 선택  
3년 전 감사 땐 못 밝혀…부실 논란 일어

그런데 대한적십자사의 감사 기간 중 횡령사건에 연루됐던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건은 대한적십자가의 자체 감사 기간인 9월15일과 9월19일 사이에 발생했다. 횡령 및 유용 혐의에 연루되어 조사대상이 됐던 직원 A씨는 감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자취를 감췄다. 회사도 무단으로 결근하기 시작했다. 광주회관 내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의 행방을 아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3일 뒤 A씨는 광주회관 관사 내 화장실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앞서 2010년 대한적십자사 정기 감사 때도 A씨는 같은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대한적십자사는 이번과 같은 비리를 적발해내지 못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직원 관리 소홀과 부실 감사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류지영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2년 전 정기 감사 때 제대로 된 감사가 진행되었다면 이와 같은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었다"며 "이는 관리 감독을 담당하는 복지부 또한 책임을 통감하여 추가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밝히면서 필요하다면 감사원 감사를 요청할 것으로 뜻을 내비쳤다.

류 의원은 또 "적십자사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어느 조직보다 청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1억원이 넘는 돈이 횡령 및 유용되었던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종합감사를 통해 밝혀진 광주 전남지사 이외에 추가로 유사한 임대운영을 하고 있는 부산, 경남지사에 대해서도 감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적십자사는 본사 및 14개 지사를 두고 있으며, 이중 부산·광주·경남지사는 적십자회관을, 각각의 적십자 회관은 적십자 교육원과 수련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는 회관(임대·대관) 사업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64억47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올해 결산 수입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예산은 23억6500만원이 책정됐다.

"처음엔 봐줬다"

대한적십자사는 관련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2010년 실시한 감사 때는 미수금이 몇 백만원대로 조사되어 크게 문제를 삼지 않고 넘어갔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면서도 "이번에는 미수금이 몇 천만원대를 넘어섰기 때문에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해 관련 비리를 적발한 것이다. 부실 감사는 말도 안된다"고 해명했다.

직원 관리 소홀 논란에 대해서는 "감사가 시작된 9월15일부터 해당 직원이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9월17일 관사 내에서 그를 봤다는 직원이 있다.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경찰 측이 발표한 사망 추정시간은 18일 오전이다"고 덧붙였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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