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전자랜드 이현호 처벌 논란

2013.05.28 09:53:08 호수 0호

요즘 같은 시대에 '진정한 용자'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12일 서울 양천경찰서로 한 통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유명 프로농구 선수가 청소년 5명을 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비난을 받아야 할 이 농구선수는 도리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농구선수와 청소년들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막나가는 자식 뒤에는 막나가는 부모가 있다?" 닉네임 swee***는 최근 있었던 한 농구선수의 폭행 사건을 이렇게 정리했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주장 이현호는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을 훈계하다가 뜻하지 않은 폭행 사건에 휘말렸다.

무서운 10대들

지난 13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A(17)양 등 청소년 5명의 머리를 때린 혐의로 이현호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현호는 입건 전날인 12일 오후 7시께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 놀이터 앞을 지나고 있었다.

이날 자신의 아내와 산책을 하던 이현호는 아파트 한 귀퉁이에서 오토바이를 몰며 담배를 피우던 무리를 발견했다. A양 등 남녀 10여 명은 그곳에 모여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이현호는 이들을 훈계하기로 결심했다. 청소년이 담배를 피우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이현호는 일행 중 1명에게 "몇 살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고1인데요"란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이현호는 "오토바이 면허증은 있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현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욱하는 마음에 안 좋은 말을 했다. 실수로 손이 먼저 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현호는 남학생 2명과 여학생 3명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쳤다. '꿀밤' 정도의 위력이 가해졌다.


한 여학생이 경찰에 이현호를 신고했다. 이현호가 신고한 여학생에게 전화기를 달라고 하자 "상관하지 말라"는 고성이 오갔다. 이현호에 대한 학생들의 욕설은 극에 달했다. 출동한 경찰은 이현호를 입건했다.

이현호가 입건된 파출소로 아이들의 부모가 달려왔다. 폭행당한 5명 중 3명의 부모는 경찰관의 이야기를 들은 뒤 "별 일 아니다"라며 돌아갔다. 이현호의 처벌을 원치 않았던 것. 그러나 여학생 2명의 부모는 이현호를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이 사건은 다음 날 복수 매체에 의해 기사화됐다.

담배 피우던 청소년 훈계 중 가벼운 손찌검
폭행혐의 입건…"오히려 표창감" 격려 쇄도

폭행사건에 휘말린 유명 농구선수. 그러나 이현호는 '악플'이 아닌 '선플'을 받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보기 드문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는 평가였다.

먼저 닉네임 돈*은 "다들 나몰라 하는 세상에 아이들을 훈계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가슴훈훈하다"며 "현호씨가 내준 그 용기가 오히려 감사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닉네임 Shadow******는 "싸가지 없는 어린 것들이 뭐라고 대거리 했으니까 욱하는 마음에 꿀밤 한 대씩 매겼겠지"라며 "저런 걸 폭행죄 운운하면 안 된다"고 거들었다.

이어 닉네임 채*는 "행동하지 않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폭력이 아닌 훈계였으므로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또 닉네임 김재윤**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무죄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현호의 의협심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적었다.

덧붙여 닉네임 마라*는 "이현호는 정말 멋진 운동선수"라며 "비록 작은 일이지만 이현호 같은 시민이 많아져야 우리 사회가 맑아지는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밖에도 이현호를 응원하는 글들이 각 기사마다 수백개씩 달리며, 이현호는 단숨에 '국민 영웅'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현호에게 씌워진 폭행 혐의는 지워지지 않았다. 피해자 부모들과 합의를 맺는데 실패한 것. 그러자 피해자 부모를 채근하는 댓글들이 속속 발견되기 시작했다.


먼저 닉네임 즐겁*은 "이현호의 사회적 명성을 이용해 합의금을 받아내려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저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애들 안 봐도 뻔하네"란 글로 맹비난했다.

또 닉네임 funny****는 "고맙다고 말하는 개념부모가 있는가 하면 은혜를 모르는 무개념 부모가 있다"며 "담배 피운 게 자랑이라며 욕하고 대드는 아이들이나 부모, 다 거기서 거기다"고 비교했다.

닉네임 돈까스와*** 역시 "흡연에 욕설까지 한 청소년들이 과연 피해자일까요"라면서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이번 기회에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본인도 생각지 못한 의외의 역풍에 이현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최근 인터뷰에서 "이유를 막론하고 폭력을 썼다는 것에 반성하고 있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 향후 이현호는 즉결심판을 통해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현호에게 청소년 선도 홍보대사를 수여하자"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닉네임 김**은 "좋은 일 한 사람을 처벌하면 앞으로 길에서 담배 피우는 애들을 누가 훈계하겠냐"면서 "사회가 거꾸로 가는 분위기다"고 안타까워했다.

닉네임 가을같은** 역시 "벌금이 20만원이라 '에게'라고 할 수 있지만 엄연히 따지면 전과가 기록에 남는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받는 피해는 누가 구제하냐"고 지적했다.

응원 댓글 넘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들의 비행 사례를 언급한 글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닉네임 okay***는 "요즘 애들은 모여 있으면 무서운 것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 엄마 보고도 **년이라는 육두문자를 쓴다"면서 "'아저씨 돈 많아요'라고 아이들에게 조롱당했던 이현호를 생각하면 왜 그의 손이 올라갔는지 이해가 된다"고 적었다.


닉네임 정민*도 "우리 신랑에게 늘 거리에 무리지어 있는 청소년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말라고 말한다"면서 "이렇게 말하는 내가 씁쓸하지만 훈계하다가 목숨까지 잃었다는 기사를 본 뒤부터는 그저 두렵기만 하다"고 의견을 남겼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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