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최종회)

2013.04.22 14:13:19 호수 0호

배수진 치고 역설적 공격법을 쓰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피할 방법이 없자 재빨리 긴밀한 밀담을 나누다
쫓고 쫓기는 관계에서 건승을 빌어주는 관계로

“글쎄요. 잠시 세분이 한번 상의해보시고 말씀해주시죠? 저희 회사에 부도낸 금액은 알고 계시니까요.”
나는 한발 물러나 가족끼리 협의하여 결정한 후 최종적으로 나와 얘기하자고 유도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이 잘 보이는 건너편 테이블 쪽으로 자리를 옮겨 주었다.
세 사람은 처음엔 서로 서먹한 관계처럼 입을 다물고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닥친 현실에 달리 피할 방법이 없다고 공감했는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긴밀한 밀담을 나누듯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들은 서로 합의를 보았는지 채무자의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보자는 신호를 보냈다.

합의점을 찾다

“그래, 좋은 결론을 보았습니까?”
자리를 옮겨 앉으며 언니라는 사람을 살피며 물었다. 그러자 언니 대신 채무자부인이 내말을 받아 말했다.
“지금 언니네도 우리 때문에 피해를 많이 입어서 형편이 좋지 못해요. 그래서 5000만원만 보증을 서기로 했어요. 더 이상은 절대 안 돼요.”
내 표정을 살피며 얼굴을 쳐다보았다.
“으흠. 5000만원이라….”
나는 혼잣말처럼 말하면서 잠시 고민스러워 하는 체 했다. 그러다가 옆에 앉아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그 언니를 향해 말했다.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5000만원 보증으로서는 해결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기왕에 마음먹고 동생 분을 도와주시려면 좀 더 하시죠?”
“얼마나 더 하라는 겁니까?”

이번에는 채무자가 직접 나서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제가 회사직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 최소한 1억원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아니면 회사에서 도저히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더 이상 그러신다면 얘기를 하지 않은 걸로 하고 여기서 끝냅시다. 저희 회사도 많은 직원들이 먹고 살아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거지처럼 구걸할 수야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회사에서는 부도를 낸 후 나 사장님이 잠수 탄 다음부터는 부도금 2억5000만원을 날렸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구차하게 5000만원을 회수하지 못한다고 해서 회사가 문을 닫기라도 하겠습니까? 그러나 다만, 회사와 평생을 죽기 살기로 전쟁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하고 배수진을 치고 역설적인 공격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더 이상 내가 물러설 뜻이 없다는 것을 인식했는지, 세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그 언니가 결심한 듯 말했다.
“좋아요. 그러나 지금 당장은 상환할 수가 없어요. 1억원을 그렇게 쉽게 마련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 시간을 많이 주세요.”
“그야 물론입니다. 기간을 얼마나 드렸으면 좋겠습니까?”
“한 3년의 기한을 주셔요.”
“3년이나요? 그건 곤란합니다. 분할하여 상환하기로 하고 20개월 기한을 드리겠습니다.”
“20개월이요?” 나 사장이 피곤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그러면 매월 얼마나 갚아야 하죠?”
채무자의 부인이 거들었다.
“매월 약 500만원 정도 됩니다.”
“500만원씩이나…. 그건 너무 무리한데요.”


나는 더 이상 지체하면 또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호프집 주인아주머니에게 종이와 볼펜을 가져다 달라고 하여 테이블위에 놓고 작성을 요구했다. 그 언니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가 불러주는 대로 보증서를 작성해 주었다. 나는 작성한 내용에 대해 잘못된 부분이 없나하고 다시 한 번 세밀히 검토한 후 도장이 없어 대신 지장을 찍도록 하고, 양복 윗도리 안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미안합니다만,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회사에 연락하여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자 채무자 나 사장이 의혹의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보증서까지 작성해 주었으면 그만이지, 회사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 건 웬 말입니까?”
“제 입장에서는 사장님을 회사로 데리고 가야 할 임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승인을 받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회사 영업이사에게 이곳 사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 상황으로서는 채무자를 회사까지 데리고 간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함을 설득했다. 영업이사는 회사 사장님께 보고 드린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영업이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장님께서 처음엔 나 사장을 데리고 오라고 하시다가 사정을 설명하자 그렇게 하라고 승낙하셨다는 거였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회사로부터 겨우 승낙을 받았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매월 지급하기로 한 결재 기일을 절대 어기지마시기 바랍니다. 만약 기일을 어길 경우 즉시 법적조치를 할 것임을 명심하세요. 아 참, 그리고 모든 게 원만히 잘 마무리되었으면 합니다.”
나는 진심으로 나 사장을 향해 건승을 빌어주기도 했다. 서로 입장이 달라 몇 달 동안 쫓고 쫓기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래도 일말의 동정심이 작용하기도 했다.
나 사장은 나와의 한판 승부를 겨룬 이후 약 6개월 동안 계속 숨어 다니다가, 어디선가 경찰의 불심검문에 검거되어 구속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인생역전 따로 없어

나 사장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동안 나 사장의 부인과 그의 언니가 회사로 찾아와 나 사장이 구속된 마당에 연대보증 선 1억원에 대한 채무금을 상환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보증채무금을 삭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역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거절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약정한 1억원 전액을 모두 정산 받았지만, 후일 생각하니 인생역전 드라마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

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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