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경락을 받아 상품성 갖춰라
얕은 꾀 부리다 소탐대실하다
“자알 되었네요. 그럼 더 이상 미룰 것이 아니라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처럼 이 자리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내일 중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읍시다.”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약정서를 작성하라고 못을 박았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서로 이행각서를 주고받았다.
다음 날 오후, 오 선배와 추 사장은 서로 만나 관할 구청에 가서 건축물 명의를 오 선배 앞으로 이전한다는 동의서를 작성해 주었다. 오 선배는 추 사장에 대한 연대보증에 대해 면책해 주었고, 공사 중단한 채 남아있는 잔여공사를 계속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약정서를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하였다.
공사업자인 추 사장은 그 후에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비가 부족하다며 추가 지급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건축물 준공검사를 필하고 오 선배 앞으로 등기필증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또 남아 있었다. 대지권에 근저당권자인 금융기관과 일반채권자들이 경매를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신축공사를 떠맡은 추 사장이 공사를 마무리 하면서, 오 선배로부터 공사 잔금을 모두 받아간 후 잠적을 해버린 것이다. 업자가 잠적하자 혹시나 하고 기다렸던 자재납품업체들이 오 선배에게 몰려가 유치권을 주장하는 등 추 사장에게서 받지 못한 자재대금을 책임지고 지불해달라고 난리를 쳤다.
오 선배는 양도 받기 전에 일어난 자재대금에 대해서는 책임질 이유가 없다고 버텼지만 자재업자들은 오 선배를 협박하며 무조건 대금을 독촉해댔다. 결국 궁지에 몰린 오 선배가 다시 나를 찾았다. 이미 공사대금을 모두 정산한 오 선배로서야 수억원이나 되는 자재대금을 이중으로 지불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 역시 자재대금과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예견하고 있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산 넘어 산
결국 고민 끝에 오 선배와 함께 자재업자 4명을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나는 그들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이해를 구했다. 문제는 금액이 큰 업자 둘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난리를 피웠다. 얘기인즉 박 사장과 건축업자와 오 선배가 서로 짜고 자재대금을 고의적으로 떼먹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그들과 대화하는 게 의미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해서 오 선배에게 눈짓을 하며 그만 나가자고 했다. 화가 난 그들이 따라 나오며 오 선배에게 “사기꾼!” “나쁜 놈!”하며 고함을 쳤다.
그러자 간신히 참고 있던 오 선배가 그들과 멱살을 잡으며 실랑이를 벌였다. 나는 더 이상 지체하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싸움을 말리면서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불러 세워 오 선배를 먼저 태웠다. 그러나 그들은 차를 가로막고 출발을 저지했다.
어쩔 수 없이 경찰에 신고를 하자 경찰관이 출동을 했다. 나는 경찰관에게 전후사정을 간단히 설명하고는, 업자들이 우리를 택시 안에 감금한다고 주장했다.
경찰관은 두 업자를 불러서 “당신들이 억울한 게 있다면 고소를 하든지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택시 안에 감금을 한다면 체포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를 했다.
그제야 그들이 한 발짝 물러나고, 그 틈을 타서 오 선배와 나는 간신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들 중 금액이 많은 업자는 변호사를 선임해서 정식으로 대금청구소송을 법원에 신청했다. 오 선배 역시 변호사를 선임해서 맞대응을 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몇 차례 심리를 하고는 도저히 싸워봐야 승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상대방은 어느 날 소송을 취하했다.
이제 오 선배로선 남은 문제는 경매가 진행 중인 토지를 되찾는 길이었다. 이번에도 나는 오 선배에게 어떤 경우라도 경매에 참여하여 경락을 받아서 상품성을 갖추라고 권했다. 어차피 대지 없는 건물은 가치성이 없으니 제대로 된 건물 값을 받으려면 경락만이 최선책이었다.
하지만 오 선배는 내 말을 듣지 않고 경매 전문가에게 의뢰하면서 최저가에 경락받기만을 노렸다.
오 선배 판단은 건축주와 대지주가 다른 문제점이 있는 대지를 누가 감히 경락을 받겠느냐고 주장하면서, 유찰을 기다리다 보면 자연히 싼값에 낙찰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그러다보니 경매업자도 이번 차례도 유찰 될 것이라고 이리저리 통밥만 굴리다가 기회를 놓쳐, 결국 다른 자가 낚아채는 상황을 만들었다.
오 선배는 또 한 번 얕은꾀를 부리다가 소탐대실했다. 그러고는 허겁지겁 나한테 달려와서 경낙 받은 자들을 상대로 협상을 벌여서 싼값으로 매수해달라고 했다.
나는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았지만 기왕에 일을 봐주려면 끝까지 봐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해서 경락 받은 공동 소유자 중 1명과 연락해서 남대문 어딘가로 찾아갔다.
그들과의 대화는 간단했다. 그들은 높은 가격으로 매도하고자 작정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몇 차례 대화하면서 서로 중간 지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의 진행을 봐오던 오 선배가 그들에게 고의적으로 경낙 받은 사기꾼 놈들이라고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경락 받은 가격 이상은 절대 지급할 수가 없다고 날뛰었다.
나는 그들이 정당하게 경락 받은 투자자들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하면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오 선배는 내 말을 무시하고는 그들과의 협상을 거부했다.
한편의 드라마
그 후에 그들은 법정 지상권 해당 여부 운운하며 건축물을 철거하든지 아니면 토지사용료를 달라는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오 선배 역시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했다. 물론 이쪽으로서는 무조건 불리한 재판이었다. 건물을 철거할 수 없다면 토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다급해진 오 선배가 변호사를 통해 법정화해를 유도했지만, 그것은 내가 합의했던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제시 했다.
어쩔 수 없는 오 선배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 토지를 매입하였고, 건물과 토지를 자신 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고생해서 만든 재산을 다 날리고 말았다니….’
장시간 친구에게 얘기를 해주면서도 내 마음은 여전히 쓰라렸다. 나는 지나간 얘기를 다 털어놓고는 씁쓰레한 심정으로 남은 술을 마셨다.
“아하, 마치 한편의 드라마와 같구먼. 임 이사, 자네의 지혜와 노하우가 없었다면 그 오 선배라는 분은 그 빌라를 차지 할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4억원 이상의 많은 돈을 날릴 뻔했구먼.”
얘기를 다 들은 친구가 새삼 놀랍다며 말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