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 범죄학> 고 김창민 감독 사망 사건의 교훈

  • 이윤호 교수
2026.04.21 10:12:33 호수 1580호

어느 촉망받던 영화감독이 자정이 넘은 시간, 돈가스가 먹고 싶다는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찾은 심야 식당에서 옆자리 20대 일행과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난 폭행으로 그는 결국 뇌사 판정을 받고 여러 사람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간 사건이 벌어졌다.

있어서는 안 될 인명 살상의 중대 범죄지만, 더 큰 문제는 사건 이후의 상황이다.

피해자 유족 측의 주장에 따르면, 경찰의 초기 대응 부실부터 수사 지연 등 피의자 수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부실 수사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개별적인 내용을 논하고 잘못을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마침 형사사법 제도와 절차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대변혁이 일어나거나 곧 일어날 예정이어서 이번 사건이 끝이 아니라 유사한, 아니 더 심한 상황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주는 가장 큰 우려는 바로 무고한 피해자의 양산과 사법 제도와 절차와 과정에 의한 ‘2차 피해자화’의 우려다. 경찰 수사는 지연되고 부실했다는 것이고, 법원의 영장 기각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유족 측의 주장이다.

CCTV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고, 그 물증 속에 구체적인 사건의 내용이 다 들어있었음에도 왜 그토록 오랜 기간이 필요했으며, 그럼에도 왜 집단 중 단 한 명만 검찰에 송치했고, 법원은 구속 영장 신청을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각했나하는 것이다.

그 결과, 피의자 측 일행 6명 모두가 사건 이후 근 반년 동안이나 동네를 활보하는 반면, 피해자 유족들은 보복 등의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법원의 영장 기각부터 따져보자. 검찰이 영장을 신청하고 법원이 발부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를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고려한다고 하는데, 이는 더도 덜도 아닌 행정 편의에 지나지 않는다. 수사와 재판의 편의며, 여기에 ‘불구속이 원칙’이라는 가해자 인권이 가미된 결과다.

재범의 우려와 피해자의 보호가 영장 심사의 중요 잣대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도 피해자의 배려나 보호를 고려하는 구석이 없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보호하는 것이 더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사법개혁으로 조만간 경찰과 검찰이 수사와 기소로, 기능이 완전하게 분리될 모양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검찰의 보완수사권이나 보완 수사 요구권마저 없어진다면 모든 사건이 경찰에서 시작되고 경찰에서 끝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찰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을 ‘거리의 재판관’이라고 하듯, 재량권은 엄청나다. 다행하게도 이번 사건은 아직 검찰이 재수사할 수 있어서 다시 들여다보지만, 그마저 없었다면 이번 사건의 유족들은 어디에 하소연하고 구제받을 기회마저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피해자가 영화감독이라는 사회적 지위가 있어도 경찰 수사를 비롯한 법원의 영장 심사 등에 울분을 토할 정도라면, 정말 민초들에게는 이마저도 공허할 따름일 것이다.

그야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 또는 “유권(有權)무죄(無罪), 무권(無權)유죄(有罪)”가 현실이 되고, 결과적으로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교도소로 간다”이라는 미국 범죄학계의 격언 아닌 격언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사법 서비스의 빈익빈 부익부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현실은 무고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법기관과 제도, 절차와 결과에 대한 불만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사법기관과 제도는 물론, 국가 권력 전반에 대한 불만과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법 제도의 대변혁이 시작되면, 이미 그 재량권이 엄청난 경찰권이 오용과 남용될 여지는 더 커지기 마련일 텐데, 어느 때는 지나친, 그래서 불공정한 법 집행으로, 때로는 집행되지 않아 불공정하게 되어 억울한 피해자를 낳게 될 것이다.

재량이 아닌 자의적, 선별적 법 집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혹시 ‘민간인 시민 소청심사 위원회나 경찰권의 오남용을 감시할 수 있는 방법과 ’시민 적부심 제도‘나 ’사적 기소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장치는 마련했는가가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삼고 준비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