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여의도의 시선이 6·3 지방선거에 쏠렸다. 6·3 조기 대선 이후 정확히 1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로 수비에 나선 여권과 역전승을 기대하는 야권, 그리고 틈새를 뚫으려는 군소 정당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비상계엄과 정권 퇴진으로 격랑의 시간을 보낸 유권자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 주요 격전지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전 위원장의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하 광주특별시) 선거 출마로 해석됐다.
보나 마나?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실제로 사퇴했다. 이어 지난 6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전 위원장은 “광주·전남에서 보수 후보가 30% 지지를 받는다면 정치 지형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며 “30% 혁명이 일어나면 예산과 정책, 국책사업 배치와 미래산업 투자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광주에서 보수의 악착같음을 한번 보여드리고 싶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전 위원장 외엔 사실상 광주특별시장 선거에 출마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지난 8일엔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이 묻고 이정현이 답하다’라는 사실상의 출마 선언문을 공개했다.
이 전 위원장은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 왜 나왔느냐. 쇼하는 거냐는 질문을 봤다”며 “쇼라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선 가능성은 제로 이하일 수도 있지만, 정치는 가능성만 보고 하는 일이 아니”라며 “누군가는 불리해도 나서야 하고, 어려워도 균열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 지역에선 사실상 공천 즉시 당선 확정으로 통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선 지난 5일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민형배 의원이 최종 경선에 올랐다. 김 지사와 민 의원 중 1명은 지난 12일부터 3일 동안 진행되는 결선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로 확정된다.
소수 정당에서도 후보 선출이 이어지고 있다. 진보당은 지난달 10일 이종욱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을 후보로 추대했다. 원래 진보당 광주시장 후보였던 이 후보는 진보당 김선동 전남도지사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쳐 후보로 확정됐다. 이 본부장은 아직 선거 출마 경력이 없다.
다시 도전하는 이정현 “30% 혁명으로 변화”
민주당은 김영록·민형배 중 최종 선출 예정
정의당에선 지난달 31일 강은미 전 의원이 광주광역시의회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 회견장에는 정의당 권영국 대표가 동석했다. 따라서 광주특별시장 선거는 사실상 4파전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전 의원은 지난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각각 광주 서구의원·광주시의원으로 당선된 적이 있다. 국회의원 선거엔 광주 서을에서 총 4회 출마해 낙선했다. 다만 지난 2024년 총선에선 14.66%를 득표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단연 주목받을 후보는 이 전 위원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 곡성 출신인 이 전 위원장은 보수 정당 후보로 지난 2014년 재보궐선거와 2016년 총선 당시 각각 전남 순천·곡성과 전남 순천에 출마해 당선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위원장의 호남 선거 출마는 지난 1995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그는 광주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그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광주 시민은 이 전 위원장으로부터 명함을 받으면 보는 앞에서 욕설을 하면서 명함을 찢었다. 그는 10.05%의 지지를 얻어 낙선했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광주 서을에 출마했다가 불과 720표(1.03%)를 받는 데 그치며 보기 좋게 낙선했다. 하지만 4년 뒤 총선에선 비례대표로 당선돼 인지도를 올린 이후엔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이 전 위원장은 다시 광주 서을에 출마했다. 당시 그는 드라마 <대장금>이 큰 화제였던 것에 착안해 붉은 곤룡포를 입고 선거 현장을 누비는 특이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당시 선거에는 민주당 후보가 아닌 통합진보당 오병윤 전 의원이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당시 이 전 위원장은 ‘호남 예산 지킴이’를 자처하면서 연간 약 20억원 상당 특별교부세를 지역 예산으로 확보한 이력을 내세웠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오 전 의원과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전 위원장은 39.7%를 득표해 낙선했지만 39.7%의 득표는 상당한 이정표로 남았다. 이 수치는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모든 선거를 통틀어 광주에 출마한 보수정당 소속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율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진보당 이종훈·정의당 강은미 출마 선언
이 지지율·국힘 혼란·진보 단일화 변수
이후 이 전 위원장은 호남에서 승승장구했다. 앞서 언급한 2회의 당선은 정가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후 호남에서 당선되지 못했지만, 득표율은 인상적이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18.81%를 득표하면서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았다. 국회의원을 지낸 순천·곡성에선 30% 이상 득표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024년 총선에선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을에 출마했다가 23.66%를 득표해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았다. 당시 국민의힘 후보로 전북 전주 을에 출마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함께 호남에서 20% 이상을 득표한 후보였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 등 최근 국민의힘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은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누비고 있다. 각각 부산 부산진구을·수영구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이헌승·정연욱 의원은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배경에 흰색·노란색 글씨를 사용해 제작한 현수막을 길거리에 내걸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선거운동을 할 때마다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한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홍보하고 당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가 호남에서 선거에 출마할 때마다 얻는 표는 국민의힘의 표라기보다 이 전 위원장 개인이 얻은 표에 가깝다”는 분석이 있다.
따라서 광주·전남 양쪽에서 높은 득표를 해 당선 혹은 선거 비용 전액 보전을 받았던 이 전 위원장이 이번 선거에선 어떤 친화력을 보일지에 따라서 당선까지는 못 되더라도 광주특별시장 선거의 판을 일정 부분 흔드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준석 당시 대표가 “광주엔 왜 복합쇼핑몰이 없느냐”는 논점을 주도적으로 제시해 화제로 만든 적이 있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광주 12.72% ▲전남 11.44% ▲전북 14.42% 등을 득표하는 등 보수 정당 대선후보 중 가장 많은 스코어를 찍었다.
당시 국민의힘은 광주 복합쇼핑몰 문제를 통해 “민주당이 지나치게 장기 집권해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논점을 제시해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민주당이 장기 집권하는 상황을 특유의 친화력을 가진 이 전 위원장이 흔들면 낙선하더라도 선거 비용 전액 보전 등 성과를 다시 거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판 흔들기
이번엔 이재명정부가 꾸준히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고, 그 높은 지지율의 배경엔 국민의힘의 혼란스러운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이 전 위원장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진보당·정의당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해 시정에 일정 부분 참여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전 위원장은 과연 이번에도 선거 판을 흔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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