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지식산업센터, 방치할 것인가 살릴 것인가

2026.04.10 09:06:02 호수 0호

이제는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결단할 때다

지금 수도권 곳곳에서 불이 꺼진 건물이 늘어나고 있다. 간판은 켜져 있지만 사람은 없다. 한때 ‘미래형 산업 인프라’라 불렸던 지식산업센터가 공실의 상징으로 변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부동산 침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안에는 은퇴자와 중산층의 노후 자금이 묶여 있고, 금융 시스템의 부담이 함께 잠겨 있다. 건물 하나가 아니라 경제의 한 축이 멈춰 서 있는 상태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공공 매입과 용도 전환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논의’가 아니라 ‘설계’다.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금리는 이미 올랐고, 공실은 더 늘어나고 있다.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늦으면 대책이 아니라 사후 처리로 전락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상가·업무시설 등 비주택을 오피스텔·기숙사 등 준주택으로 전환해 공급하는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착수했다. 역세권 공실 건물을 매입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2000호를 시작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과거 유사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던 것처럼, 사업성·소유구조·재무 부담이라는 현실의 벽이 여전히 존재한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시범사업’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움직이는 설계’다.

지식산업센터 문제의 본질은 과잉 공급이다. 정부가 허가를 풀면서 공급이 급증했고, 수요는 따라오지 못했다. 그 결과 임대는 막히고, 이자는 쌓이고, 자산은 얼어붙었다. 특히 60대 이상의 투자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노후 대비로 선택한 자산이 오히려 노후를 위협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정책의 결과다.

현재 수도권 지식산업센터는 약 1,200여 개 단지, 호실 기준으로는 30만 실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최근 공실률은 지역에 따라 20~40%에 달하고, 일부 신축 단지는 절반 가까이가 비어 있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것은 임대료다. 공급 경쟁이 과열되면서 임대료는 분양 당시 예상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고, 월 임대료로는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마이너스 수익’ 구조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 구조가 지속되면 단순한 부동산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60대 투자자들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후 자산이 묶이고, 이자 부담이 누적되며, 소비가 급격히 위축된다. 이는 곧 내수 붕괴로 연결된다. 지금 지식산업센터는 건물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경제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개인의 파산이 아니라 세대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이미 지어진 이 건물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철거할 수도 없고, 그대로 둘 수도 없다. 답은 명확하다. ‘용도를 바꾸는 것’이다. 산업시설로 막힌 자산을 주거와 생활로 풀어야 한다. 막힌 수요를 열어야 시장이 움직인다. 정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개입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법도 명확하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신규 아파트는 최소 5년 이상이 걸린다. 반면 지식산업센터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면 1년 내 공급이 가능하다.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집값 안정의 가장 빠른 해법은 지식산업센터를 오피스텔 형태의 준주거시설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미 주차장, 엘리베이터, 상업시설이 갖춰져 있고, 역세권 입지도 많다. 신규 아파트는 5년에서 10년이 걸리지만, 이 방식은 1년이면 공급이 가능하다. 시간의 싸움에서 이보다 빠른 해법은 없다.

법적 장벽도 생각보다 높지 않다. 오피스텔은 준주택으로서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다. 지식산업센터는 층고가 높고 구조가 단순해 개조도 어렵지 않다. 상하수도는 이미 갖춰져 있고, 가스가 없어도 전기 인덕션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 지금의 주거 방식은 이미 변하고 있다. 정책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뿐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야 한다. 필자가 지난 2월1일자 시사펀치에서 언급했던 ‘탈온돌 아파트’ 개념이다. 한국은 여전히 온돌 중심의 주거 규정에 묶여 있다. 그러나 해외 대부분의 주거는 중앙 냉난방이나 전기 기반이다. 규정을 바꾸면 공간 활용은 훨씬 유연해진다. 지식산업센터를 주거로 전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바로 이 낡은 기준이다.

또 다른 해법은 ‘용도의 분리’다. 주거는 주거대로, 숙박은 숙박대로 풀어야 한다. 지금 아파트에서는 에어비앤비라는 숙박공유 서비스 확산으로 갈등이 크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산단 사무실을 숙박용으로 일부 허용하면 된다. 도심형 관광 수요를 흡수하면서 주거 갈등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규제가 아니라 설계다.

핵심은 누가 이 사업을 주도하느냐다. 민간기업에 맡기면 수익 중심으로 흐르고, 결국 가격 왜곡과 특혜 논란이 발생한다. 따라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개발(SH) 등 공기업이 매입과 설계를 주도해야 한다. 민간기업은 시공과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가 적절하다. 공기업이 방향을 잡고 민간기업이 실행하는 모델이다.

매입 방식도 중요하다. 강제 수용이 아니라 ‘적정가 매입’이어야 한다. 감정평가를 통해 시장 가격을 반영하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있다. 동시에 부실 채권을 선제적으로 정리하는 효과도 있다. 금융 리스크 관리까지 동시에 해결되는 구조다.

이 정책이 성공하면 효과는 단순하지 않다. 첫째, 도심 내 주거 공급이 단기간에 확대된다. 청년, 신혼부부, 저소득층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다. 둘째, 공실이 해소되면서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정상화된다. 셋째, 묶여 있던 자산이 풀리면서 소비가 살아난다. 이것이 바로 민생 회복이다.

더 나아가 이 모델은 도시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산업, 주거, 상업이 결합된 복합 생활권이 만들어진다. 출퇴근 시간이 줄고, 생활 효율이 높아진다.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공간을 재활용하는 만큼 비용도 절감된다. 환경 파괴 없이 도시를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정부 펀드를 조성해 매입과 개조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이다. 주택금융공사(HF)와 정책금융기관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여기에 문화·관광 수요까지 결합하면 수익 구조도 안정된다. 단순한 구조 조정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접근이다.

결국 이 문제의 본질은 ‘속도’다. 방향은 이미 나왔다. 공공 매입, 용도 전환, 주거 공급. 문제는 언제, 어떻게 실행하느냐다. 정책은 늦어질수록 비용이 커진다. 지금은 선택의 시간이 아니라 실행의 시간이다.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체적인 설계와 빠른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시장은 이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더 늦으면 회복이 아니라 붕괴를 막는 단계로 넘어간다. 지식산업센터는 실패한 정책의 결과가 아니다. 아직 활용되지 못한 자산이다. 문제는 건물이 아니라 정책이다. 그 구조를 바꾸면 위기는 기회로 전환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공급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살리는 전략이다.

지식산업센터 문제를 가장 빠르게 푸는 방법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 사안을 공식 의제로 올리는 것이다. 전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한 번 언급되는 순간,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가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정책의 속도는 의지에서 나오고, 의지는 공개된 자리에서 확인될 때 실행력을 가진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국무회의에서 기한과 목표가 있는 지시가 내려져야 한다. 예컨대 30일 내 전수조사, 60일 내 시범사업 착수, 6개월 내 제도 개편 완료 같은 구체적 일정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이 문서가 아니라 현실로 내려온다.

부처별로 나뉘어 검토하고 법적 해석을 따지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못한다. 조율은 시간이 아니라 결단으로 줄이는 것이다. TF를 만들고,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책임자를 지정해야 한다. 정책은 구조가 아니라 사람이 움직인다.

지식산업센터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이미 시장은 신호를 보냈고, 시간은 충분히 줬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뿐이다. 검토가 아니라 지시, 논의가 아니라 착수다.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가 다뤄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언제까지 무엇을 할 것인지’가 함께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정책은 시간이 아니라 결단으로 움직인다. 지금 그 결단이 필요하다.

<skkim5961@naver.com>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