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지방선거의 민낯

2026.04.09 09:28:00 호수 1579호

선거와 정치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비유가 있지만 총칼을 들지 않는다고 걱정이 없을까? 6·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각 정당의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 곳곳에서 전쟁과 같은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선거 때마다 반복돼 왔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 양상과 강도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선거의 본질인 민생 토론이나 지역 정책 경쟁은 온데간데없고, 공천을 둘러싼 치졸한 잡음과 권력 탐욕이 전면에 등장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공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계파 싸움이 수면 위로 드러나 갈등이 노골화되고 있으며, 여당에서는 후보가 난립해 그야말로 군웅할거(群雄割據)의 혼돈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불안과 한심함, 그리고 깊은 우려로 가득하다.

야권의 공천 잡음은 그 치졸함의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지역 현안을 논하기 위해 모여야 할 자리에서 누가 공천권을 쥘 것인가, 누가 어느 계파와 손잡을 것인가를 두고 물밑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작당 정치’가 지방선거의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당내 서열과 줄 세우기가 횡행하면서,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인물보다 계파의 낙점을 받은 인물이 공천 라인에 서는 기이한 풍경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탈을 쓴 봉건적 정치 문화의 민낯이다.

여당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군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정책 경쟁은커녕 인물 검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리를 향한 욕망이 지역을 향한 비전보다 앞서고 있다. 과거의 낡은 얼굴들이 다시 등장해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시대의 요청을 외면하고 있으며, 함량 미달의 인물들이 ‘지역 연고’나 ‘계파 배경’을 앞세워 공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 지역 주민들이 기대하는 '일 잘하는 일꾼 정치'는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를 관통하는 세 가지는 계파정치, 탐욕정치, 그리고 혐오 정치다. 이 세 가지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계파정치는 인물 중심의 패거리 문화를 조장하고, 권력 탐욕은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구조를 고착화하며, 혐오 정치는 상대를 악마화함으로써 합리적 토론과 타협의 공간을 소멸시킨다. 이 삼각파도 앞에서 유권자들은 점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혐오 정치의 심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방선거는 본디 지역의 살림살이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 담론은 지역 현안 대신 진영 논리로 채워지고, 정책 대결 대신 인신공격으로 가득하다.

여야 모두 상대를 ‘국민의 적’으로 규정하는 극단적 언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하면서 정치 혐오를 스스로 키우고 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화두가 되는 나라, 정치에 등을 돌리는 유권자가 늘어나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투표 포기자가 급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치 혐오가 극에 달하면 국민은 선거장 문을 닫아버린다. 민주주의는 참여 위에서만 작동한다. 투표율 하락은 단순한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의 위기를 의미한다. 함량 미달의 후보들이 낮은 투표율 속에서 당선되는 악순환이 반복될수록, 정치의 질은 더욱 떨어지고 국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다. 

<hntn1188@naver.com>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