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후보 난립’ 국민의힘 대구시장, 교통정리돼야

2026.04.08 14:31:28 호수 0호

6·2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 선정을 앞두고 후보군이 난립하는 현상은 단순한 ‘경쟁의 활력’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부작용이 적지 않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조차 후보가 과도하게 쏟아지는 현실은 정당의 인재 관리 부재와 공천 시스템의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다양한 인물이 출마 의지를 밝히는 것 자체는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경쟁이 정책과 비전이 아닌 인지도와 계파, 줄서기에 의해 좌우될 때 유권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선택의 확장이 아니라 혼란이다.

현재 대구시장 후보군을 보면, 각기 다른 정치적 이력과 경력을 가진 인사들이 앞다퉈 출마를 선언하거나 저울질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비전이 얼마나 차별화돼있는지, 그리고 지역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청사진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후보 수가 많아질수록 정책 경쟁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현실에서는 메시지가 분산되고 논점이 흐려지며, 오히려 유권자의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결국 남는 것은 ‘누가 더 유명한가’ ‘누가 더 중앙정치와 가까운가’라는 피상적인 기준뿐이다.

더 큰 문제는 공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후유증이다. 특정 정당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지역일수록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천 경쟁은 본선보다 더 치열해진다. 이 과정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결과에 불복하거나,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경우가 반복돼왔다.

이 같은 분열은 결국 보수 진영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정치에 대한 시민의 불신을 키운다.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인식이 굳어질수록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선거는 내부 권력투쟁의 장으로 변질된다.

또 후보 난립은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이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미 인지도가 높은 인사들이 다수 경쟁하는 상황에서 신인은 자신의 정책을 알릴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 언론의 주목은 제한적이고, 유권자의 관심도 분산되기 때문이다.

결국 경쟁은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독점’으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정치의 세대교체와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한 예비후보는 경선에서 컷오프(배제)되자 “신인 가점이 있는데도 부당·불공정하게 컷오프됐다”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맨발 차림으로 직접 준비한 전기톱을 들어보이며 “당내 의사결정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당권파의 힘에 의해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고 사당화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금명간 당에 탈당계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공천에서 컷오프되자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민의힘이 현재의 상황을 방치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내부 갈등, 장기적으로는 지역 정치의 활력 저하라는 이중의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정당이 책임 있는 정치 주체라면 단순히 후보를 많이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인물을 체계적으로 선별하고 경쟁을 구조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에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박덕흠 공관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워진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예컨대 공관위는 정책 중심의 예비경선, 공개 토론 의무화, 평가 기준의 투명화 등을 통해 ‘누가 더 준비된 후보인가’를 명확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공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유권자 역시 이런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후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안도할 것이 아니라, 각 후보의 정책과 자질을 냉정하게 비교하고 평가해야 한다. 동시에 정당에 대해서도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해야 한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구조 속에서, 정당의 책임성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민주주의의 질은 후보의 수가 아니라, 후보의 수준과 경쟁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대구시장 선거는 단순한 지역 선거가 아니다. 보수 정치의 방향성과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다. 후보 난립이라는 현재의 상황이 건강한 경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무질서한 혼전으로 끝날지는 전적으로 정당과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많은 후보’가 아니라 대구 지역에 맞는 ‘준비된 후보’이며, ‘요란한 경쟁’이 아닌 ‘내용 있는 경쟁’이다. 국민의힘이 이 기본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대구 정치의 미래는 암담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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