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0대 여성이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한 뒤 약물을 주입해 살해한 사건이 세간의 화제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으로도 두 건의 살인과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복수의 상해를 포함한 연쇄 범죄 사건이다. 이쯤 되면 시민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범죄자의 신상 정보 공개 여부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보편적 시민들의 생각이나 기대와는 달리 경찰에서는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론냈다. 대다수 시민과 심지어 언론까지도 미공개 결정에 의아해하고 있다.
범죄자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찰 측의 설명은 공개 여부의 심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기준이란 다름이 아닌 범행 수법의 잔인성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범행 수법이 신상 정보를 공개할 만큼 잔인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자 여론의 요구에 따라 검찰은 신상 정보 공개 여부를 심의,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에서는 공개하기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해 경찰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고, 그 결정에는 어떤 공과가 숨어있기에 경찰의 미공개 결정에 시민과 언론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을까?
먼저 경찰의 범죄자 신상 정보 공개 제도를 보자. 전국 경찰서마다 내부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되는 심의위원회가 있고, 경찰이 위원회를 소집해 공개 여부를 심의, 결정토록 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전국 경찰서마다 위원회가 따로 구성돼있고, 심의, 의결이 판단 기준이 대체로 분명하지 않아 주관적 판단일 수 있어서 통일된 기준이나 결정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위원회에 회부된 사건은 거의 다 공개 결정이 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위원회가 최종 결정은 하지만 사실은 위원회에 회부되는 사건에 대해서만 결정하는 것이어서 경찰이 회부하지 않으면 심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런 절차와 과정은 결국 경찰이 1차적으로 공개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한 다음에 위원회에 회부해 실질적으로는 공개 여부가 경찰에 의해서 결정되는 결과가 되고 만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경찰이 자의적으로 결정한 다음 위원회에 회부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충족하는 사건은 전부 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여기에 더해 피해자나 그 가족들에게도 심의를 요구할 수 있게 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사법 정의는 피해자를 중심으로 피해자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가치다.
그리고 공개 여부의 판단 기준도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다. 그조차도 경찰의 자의적, 재량적 판단에만 맡겨져 있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가 범행의 잔인성이라고 한다. 즉 이번 사건이 그리 잔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여성 범죄, 특히 여성 살인범죄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번 사건이 충분히 잔인한 것은 다수의 인명이 죽고 다쳤다는 점에서고, 또 하나는 여성에 의한 살인 범죄에서 약물 살인이 어쩌면 가장 잔인한 범행 수법이라는 점이다.
꼭 총에 맞고 칼에 찔려서 피를 흘려야만 잔인한 것은 아니다. 인명 살상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잔인하다. 이 이상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어야 잔인한 것인지 시민들은 의아해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번 미공개 결정은 몇 가지 부차적인 문제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이다. 바로 사적 제재의 문제다. 사건의 피의자에게 있어서는 이미 각종 SNS 등을 통해서 경찰에서 공개하는 신상 정보를 훨씬 능가하는 모든 정보가 공개됐다.
결국 경찰의 미공개와는 무관하게 오히려 미공개함으로써 피의자의 신상 정보가 더 많이 공개되어 더욱 보호받지 못하는 또 다른 피해를 받게 되고, 신상을 사적으로 공개하는 행위도 그 자체가 범죄행위여서 또 다른 범죄자를 만들게 되는 부작용만 초래하게 된다.
결국, 신상 정보 미공개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보호돼야 할 권익은 모두 침해되고 국민의 알 권리와 공공의 안전은 우려되고, 사법 정의는 불신받게 되며, 더 많은 새로운 범죄와 범죄자만 양산하는 결과만 초래됐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