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이 불러온 촉법소년 재논쟁

2025.12.15 10:10:06 호수 1562호

나이가 면죄부? 피해자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배우가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논란이 된 배우는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어린 시절 한순간의 실수’라고 옹호하는 의견과 ‘피해자에겐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라는 반대 의견이 대립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급증하고 있는 소년범죄를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어느 사회든 미성년자는 약자로 분류된다. 가정과 학교, 사회의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성년자에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부분이 있다. 범죄를 저질렀을 때 특히 그렇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길다는 전제하에 계도와 교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안 혼내니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거나 처벌이 미약하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해가 갈수록 소년범죄 건수가 늘어나고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처벌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촉법소년’의 사례는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9월 대법원이 발표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소년 보호 사건은 5만848건으로 전년(5만94건)과 비교해 1.5% 늘었다. 최근 5년간 접수 건수는 2020년 3만8590건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5만건을 넘어섰다. 이 중 60.7%는 보호처분으로 이어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촉법소년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신 법원이 내리는 보호처분을 받는다. 보호처분은 보호자 감호위탁(1호)부터 장기소년원 송치(10호)까지 범죄에 따라 단계별로 나뉜다. 소년의 교정과 선도를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은 7294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처음 4000명을 넘어선 뒤 2022년 5245명, 2023년 7175명으로 늘었다. 2023년 처음 7000명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더 늘어난 것이다.

전체 건수로 따지면 상승세가 더 눈에 띈다.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2022년 1만6435명에서 지난해 2만814명으로 2년 새 26.6% 증가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강간·추행이 2022년 557명에서 지난해 883명으로 58.5% 증가했으며 절도는 같은 기간 7874명에서 1만418명으로 32.3% 늘었다. 폭력 범죄는 2022년 4075명에서 지난해 4873명으로 19.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촉법소년 관련 논란은 해가 갈수록 범죄 연령이 낮아지면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백화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테러 예고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는데, 그 작성자가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나이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쟁이 촉발됐다.

해당 글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피해를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난 8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세계백화점 폭파 안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백화점 직원과 고객 등 4000여명을 급히 대피시켰다. 영업을 중단한 백화점 내부를 경찰이 샅샅이 수색했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숫자 늘고 수위 높아지는데
신중한 접근 VS 처벌 강화

이후 경찰은 해당 글이 올라온 지 6시간 만에 작성자를 검거했다. 제주시 노형동에 거주하는 중학교 1학년생이었다. 백화점 측은 영업이 3시간가량 중단되면서 6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작성자가 형사 책임이 면제되는 촉법소년이라 법적조치는커녕 배상을 받아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신세계백화점 폭파 협박 사건’은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로 사회가 떠들썩할 때마다 연령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법 개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처분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 대법원은 2023년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 상항을 13세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을 때 반대 의견을 냈다. 13세 소년이 형사 책임 능력을 갖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실무에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는 13세 소년의 경우 부모의 학대, 경제적 빈곤 등으로 인한 가정파탄,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사물 변별 능력이나 그 변별에 따른 행동 통제 능력이 결핍된 경우가 많다”며 “13세 소년에게 그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벌 법령 저촉 행위를 한 13세 소년에 대해서는 성인과 동등하게 응보적 관점에 입각한 처벌을 부과하기보다는 다양한 보호처분을 활용해 신속한 교육과 치료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점을 내세워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사례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계도와 교화를 목적으로 소년법에 따라 조치하고 있지만 범죄에 대한 반성 없이 이뤄지는 처분은 그야말로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실제 범죄를 저지른 소년이 경찰의 질문에 “나 촉법소년이다”라고 답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일종의 ‘방패’로 삼는 것이다.

2020년 촉법소년들이 훔친 렌터카로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을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은 서울에서 차를 훔쳐 대전까지 몰고 갔다가 오토바이를 친 뒤 달아났다. 당시 사고 낸 이들은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어서 형사처벌을 면했다.

이 사건은 문재인정부에서 운영했던 청와대 국민청원에 거론됐다. ‘렌트카 훔쳐 사망사고 낸 10대 엄중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은 국민 100만명의 청원을 받았다. 당시 정부는 “정부와 20대 국회는 촉법소년 연령 인하를 포함한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를 논의해 왔다. 그러나 국회에서 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소년범죄 문제는 처벌의 강화라는 형사사법적 측면 외에도 범죄 소년을 올바르게 교육해 다시 사회로 복귀시켜야 하는 사회복지 및 교육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널리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2년 뒤 처벌을 피했던 소년들 가운데 일부는 또 다른 범죄로 구속됐다. 이들은 자신보다 어린 중학생을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처분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동시에 형사처벌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막 나가나?

촉법소년 논란은 십수년 전부터 제기된 사회의 ‘해묵은 문제’이자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평행선’이다. 유명 배우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소년범이 치른 죗값의 무게를 두고 또 한 번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피해자가 평생에 걸쳐 겪어야 했을 상처의 무게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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