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은퇴 선언에 법조‧정치‧연예계 ‘용서 논쟁’ 확산

2025.12.08 14:18:25 호수 0호

각계서 “죗값 치렀다” 옹호론 제기
‘소년법 위반’ 보도 기자 고발도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고교 시절 소년원 송치 의혹이 일은 뒤 배우 조진웅(49)이 사실상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자, 법조계와 연예계, 정치권 일각에서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필요하지만, 이미 법적 처벌을 마치고 재기한 사람에게 ‘주홍글씨’를 씌워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조진웅은 지난 6일 소속사를 통해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은퇴를 공식화했다. 고교 시절 특가법상 강도 강간 혐의 등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의 은퇴 선언 직후, 각계에선 ‘지나친 마녀사냥’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법조계에선 소년법의 취지를 근거로 들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난 7일 SNS를 통해 “청소년 범죄는 처벌하면서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소년사법의 특징”이라며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법적인 대응도 시작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호인 김경호 변호사는 전날 조진웅의 과거 소년범 이력을 최초 보도한 매체 <디스패치> 기자 등을 소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알렸다. 소년법 제70조에 따르면 소년 보호사건과 관련된 소년의 신상을 보도해선 안 되는데, 이를 어기고 실명을 공개해 보도한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기자가 공무원이나 내부 관계자를 통해 이 금지된 정보를 빼냈다면, 이는 취재가 아니라 법률이 보호하는 방어막을 불법적으로 뚫은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클릭 수를 위해 법이 닫아둔 문을 강제로 여는 행위가 용인된다면, 우리 사회의 교정 시스템은 붕괴한다”며 “한번의 실수로 평생을 감시당해야 한다면, 누가 갱생을 꿈꾸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동료 연예인들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가수 이정석은 지난 6일 SNS를 통해 “연예계 은퇴? 왜 그렇게까지 만드나. 세상이 안타깝고 더럽다”고 격분했고, 배우 정준 역시 “형이 치러야 할 죗값은 어린 시절에 치렀다고 생각한다. 용서라는 단어를 생각해보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이번 논쟁은 정치권으로까지 확산하며 진영 논리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에서는 조진웅이 그간 보여온 ‘친여 성향’ 행보를 감안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여권 일부 지지층에선 “우리편 인사를 보수 언론이 찍어내기한다”는 프레임도 일부 공유되는 분위기다.

조진웅은 문재인정부 시절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특사로 활동했고, 지난 8월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하는 등 현 정권과 코드를 맞춰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원이·박범계 등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SNS를 통해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나” “대중에게 이미지화된 현재의 모습도 중요하다”며 조진웅을 옹호하고 나섰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만 모든 선택은 가역적”이라며 “변함없는 팬인 저는 tvN 드라마 <두 번째 시그널>을 꼭 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반면 같은 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한 교수와 김 의원 등을 겨냥해 “다들 제정신인가. 좌파 범죄 카르텔 인증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직격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SNS에 “피해자들은 평생을 고통에 헤맨다. 가명 때문에 당시 극악했던 범죄자가 조진웅인지 모르고 지냈을 것”이라며 “당신들 가족이 피해자라도 청소년의 길잡이라고 치켜세울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소년범 기록’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인·성폭력 등 흉악범죄 전력이 사각지대에 남는 것은 부당하다”며 대통령·국회의원 등 공직 후보자의 소년기 흉악범죄 전력을 검증·공개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대통령이 되는데 음주 운전, 공무원 자격 사칭, 폭행과 집기 파손쯤은 문제없다는 것을 지난 6월 투표가 보여줬다”며 “조진웅씨는 강간 등 혐의는 부인하고 있고 결국 폭행을 시인한 배우가 소년범 전력으로 은퇴하게 됐다. 대통령은 괜찮고 배우는 은퇴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언제부터 배우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했느냐’며 진영 논리로 조진웅씨를 감싸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여론은 싸늘하다. 소위 ‘전문가’들과 정치권의 옹호론이 나올수록 대중의 반감은 오히려 커지는 모습이다. 대다수 누리꾼들은 “피해자는 평생 고통 속에 사는데 왜 제3자들이 나서서 용서하니 마니 왈가왈부하나”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소년범 이력뿐만 아니라 데뷔 후 성인이 돼 저지른 음주 운전, 폭행 전과 등이 함께 재조명되면서 “개과천선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그가 피해자에게 사죄하기를 했나, 피해보상을 위해 노력하기를 했나”라며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오지 않았나. 이는 과거를 딛은 게 아니라 뭉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악인이 능력은 있어서 그렇게 과거를 뭉개고 성공한 게 언제부터 미담이 됐나 싶다”고 비판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한편, 조진웅의 전격 은퇴 선언으로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줄줄이 비상이 걸렸다. tvN 드라마 <두 번째 시그널>은 지난 8월 이미 촬영이 끝났으나 재촬영은 어렵게 됐으며, SBS 다큐멘터리는 해설자 교체 녹음에 들어갔다. KBS는 조진웅이 출연한 다큐를 유튜브에서 비공개 처리했다.

앞서 연예 매체 <디스패치>는 조진웅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차량 절도와 성폭행 등에 연루됐으며, 특가법상 강도 강간(1994년 기준)으로 형사 재판을 받고 소년원에 송치됐다는 기사를 지난 5일 단독 보도했다.

조진웅이 성인이던 무명 배우 시절에도 극단 단원을 구타해 폭행 혐의로 벌금형 처분을 받았고,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찍을 당시에는 음주 운전으로 면허 취소를 당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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