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돌아가겠다” 인요한 의원직 전격 사퇴, 왜?

2025.12.10 17:12:59 호수 0호

“진영논리 벗어나야 국민통합 가능”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10일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4·10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지 약 1년6개월 만이다.



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 반 동안의 의정활동을 마무리하고 국회의원직을 떠나 본업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정부의 계엄 이후 1년간 이어지고 있는 불행한 일들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극복해야 할 일”이라며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본업에 복귀해 국민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회를 향해선 “오직 진영논리만을 따라가는 정치 행보가 국민을 힘들게 하고 국가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흑백 논리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지만 국민통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30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기여와 헌신을 해온 저희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한다. 특히 인도주의적 실천은 앞으로도 제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라며 “그동안 부족한 저를 따뜻하게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는 기자회견 전 장동혁 대표 등과 면담했으며, 국회의장실을 찾아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아침에 장 대표가 많이 만류하셨다”며 “(인 의원이) 의료 전문가로 영입됐는데 양극단의 대립 속에 본인이 생각한 정치가 제대로 안 된다는 아쉬움과 무력감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인 의원의 사퇴 소식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감사 인사가 뒤따랐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과 민생을 위해 의정활동에 함께해온 인요한 의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동시에 민주당은 인 의원의 진단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오직 진영만을 바라보는 정치는 국민을 지치게 만들고 민생경제의 발목을 잡을 뿐”이라며 “민생과 국민통합의 길로 국회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같은 당 박선원 의원은 과거 인 의원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난 1985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대학생들이 서울미문화원 농성을 할 때, 연세대 의대생이던 인요한이 찾아와 평화적 마무리를 설득했고, 미국엔 우리의 투쟁이 반미가 아닌 민주주의를 위한 것임을 설명해줬다”며 “그때 학생들과 미국이 충돌하지 않도록 애쓰던 그가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가 이제 다시 본업으로 돌아간다고 한다”며 “속 깊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공석이 된 비례대표 의원직은 후보자 순번에 따라 국민의힘 세종시의원을 역임했던 이소희 변호사가 승계할 예정이다.

정가 일각에선 인 의원의 사퇴를 두고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비례대표를 한 차례 맡은 뒤 다른 선거에 도전하는 의원들의 사례가 적지 않아, 다음 커리어를 위한 선제적 정리로 볼 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가 과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번복한 전력이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보탠다.


인 의원은 지난 2023년 김기현 대표 시절,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위촉됐을 당시만 해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듬해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서 비례대표 8번을 부여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다만 스스로 “본업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데다, 당초 의료·국제보건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영입 인사’였던 만큼 향후 다시 선거에 나서기보다는 의료 현장 복귀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인 의원은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을 지낸 국제보건 전문가다.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도 알려진 그는 전북 전주 출생으로 5대째 국내에 거주하고 있으며, 앞서 지난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엔 대학생 신분으로 광주에서 시민군과 외신기자 사이에 통역을 맡기도 했다.

지난 1992년엔 ‘한국형 구급차’를 직접 설계·제작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로 등재됐고, 호남 출신 보수 정당 인사라는 이력 덕에 정치적 상징성도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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