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한·일 ‘다시 냉각 모드’?

2025.10.21 16:45:43 호수 0호

‘여자 아베’ 극우 성향 우려
APEC 회의서 기조 ‘가늠’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63) 자민당 총재가 21일, 일본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공식 선출되면서 한일 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그의 등장과 유신회와의 연정 체제 출범으로,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시기 소폭 회복된 양국 신뢰 기류가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오는 30일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첫 대면은 향후 한일 관계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일본 국회(중의원)에서 총리 지명 선거가 실시된 결과, 다카이치 총재는 465표 중 237표를 얻어 과반을 넘기며 제104대 총리로 선출됐다. 이어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는 123표로 과반에 1표가 부족했으나, 결선투표에서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에게 승리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중의원 10선 의원 출신으로, 경제안보담당상·총무상 등을 역임하며 ‘유리 천장’을 깬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롯해 역사·영토 문제에서 한국과의 입장을 첨예하게 대립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1994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사죄 발언에 대해 “50년 전 일에 현재 총리가 사과할 권리가 있냐”고 비판한 것은 물론, 역사 문제로 일본을 압박하는 외교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강경 논조를 고수해 왔다.


독도에 대해서도 영유권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달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 토론회에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의 날’ 행사에 내각 장관이 당당히 참석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그를 ‘여자 아베’ ‘극우 인사’로 분류하며, 강경 보수 성향의 상징으로 꼽는다. 특히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그녀의 정치적 행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그녀는 매년 춘·추계 예대제에 참배해 왔으나, 최근 외교적 고려로 10월 추계 예대제 기간에는 참배 대신 공물 봉납으로 일관해 신중함을 보였다.

다카이치 내각의 출범은 자민당이 공명당과의 연정을 해체하고 유신회와 손을 잡으면서 한일 관계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한층 더 높였다. 새 내각의 외교·안보 인선이 더욱 강경해진 탓이다.

특히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이 외무상으로, 보수 개헌론자인 가타야마 사쓰키가 재무상으로 각각 기용되면서 역사 문제와 관련한 한국과의 갈등 재점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가에선 다카이치 내각이 유신회와의 연정을 통해 경제·기술 협력 분야에서 현실주의를 강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으나, 구조적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다카이치 총재가 자민당과 유신회의 연정이라는 불안정한 정치 구도 속에서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정부는 역사·영토 등 상징적 이슈에는 원칙적 대응을, 지난달 합의된 실무 트랙은 끊김 없이 유지하는 ‘투트랙 외교’ 기조를 확고히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 역시 한일 관계를 ‘실용외교’의 틀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후보 시절부터 “과거사 문제는 원칙적으로, 경제·안보 협력은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의 새 내각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한일 관계에 긍정적 흐름 이어가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한일 양국은 격변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무역 질서 속 유사한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글로벌협력 파트너인 만큼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이 함께 노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제징용·위안부 등 한일 과거사 현안이 언제든 외교 갈등의 뇌관으로 재점화될 수 있는 만큼,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의 양국 정상의 만남이 향후 한일 관계의 향방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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