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다 저랬다’ 변호사 고무줄 징계

2025.10.14 11:20:20 호수 1553호

법조계 4만명 호객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국내 변호사 수는 약 4만명에 달한다. 많아진 변호사 수만큼 변호사들이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심해졌고, 품위를 떨어뜨리는 변호사들도 늘었다. 두 상황 모두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의 징계 사유지만, 정작 손님 유치를 위한 과도한 광고에만 신경 쓰는 분위기다. 징계 수위도, 건수도 모두 광고 규정 위반이 품위유지 위반보다 강하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한 의문을 계속 표하고 있다.



사법고시가 폐지된 후 로스쿨제로 변화한 이후 변호사 시장은 포화를 이뤘다. 많아진 변호사 수와 비례하면서 변호사 징계 건수도 덩달아 늘어났다. 문제는 변호사 징계에 명확한 규정이나 규칙이 없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치 경쟁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2025년 연도별 변호사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변호사 징계 건수는 2020년 85건에서 2021년 46건으로 내려갔다가 2022년 169건, 2023년 154건으로 증가하고 2024년에는 206건에 달했다.

2020년 대비 2.4배 증가한 것이다. 올해는 지난 6월10일까지 86건의 징계 건수가 집계됐다.

징계 수위도 높아져 중징계인 ‘정직’과 ‘제명’이 뚜렷하게 늘었다. 2020년 9건, 2021년 4건에 불과했던 정직은 2022년 10건, 2023년 17건, 2024년 19건으로 최근 3년간 해마다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3건의 정직이 내려졌다.


제명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1건, 2021년 2건, 2022년 1건에 머물렀던 제명은 2024년 7건으로 늘었고, 올 6월 4명의 변호사가 제명됐다. 다만, 영구 제명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변호사법 제90조에 따르면, 변호사 징계는 영구 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으로 분류된다. 징계 사유 중에선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 위반’이 26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199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으며, ‘성실의무 위반(92건)’ ‘법무법인 등의 퇴직 공직자 활동 내역 제출 위반(49건)’ ‘공직 퇴임 변호사 수임 자료 제출 위반(39건)’ ‘수임제한 위반’(25건), ‘사무 직원 신고 의무 위반(23건)’ 순이다.

업계에서는 징계 수위에 대한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음주 운전 등 품위유지 위반 사례의 징계보다 광고 규정 위반으로 인한 징계의 수위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광고 266건·품위유지 199건
명확한 규정 없는 징계, 왜?

사례별로 살펴보면, A 변호사는 폭행 혐의로 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음주 후 차량을 운전한 B 변호사와 무면허 상태로 운전한 C 변호사는 각각 과태료 100만원씩을 처분받았다. 심지어 음주 운전 후 적발된 이후 경찰을 폭행한 변호사에겐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온라인상에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D 변호사는 견책 처분을 받았다. 녹취록을 편집하고 조작해 재판부에 제출한 E 변호사에게는 과태료 300만원이 부과됐다.

반면, F 변호사는 온라인 광고에서 ‘리뷰 작성 시 상담료 70% 할인’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가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로부터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받았다.

G 변호사는 ‘모든 빚을 1/10로 줄여드린다’는 과장된 문구와 ‘최고, 가장 빠르게’라는 단정적 표현을 광고에 사용했다. 심지어 무료 법률 상담을 내세워 의뢰인을 유치하려 했다는 이유료 과태료 700만원을 물었다.

광고 규정 위반 징계는 개인 변호사뿐만 아니라 법무법인도 받았다. 이달 초 징계 개시된 H 법무법인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광고를 진행했다. 이곳은 ‘리뷰 작성 시 상담료 70% 할인’을 홍보하다가 적발돼 500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 외에도 변호사 개인은 과태료 100만~1000만원, 법무법인은 과태료 500만~3000만원까지 광고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증가했기에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집행하는 과도한 광고에 대한 징계는 이해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변호사로서 음주 운전을 하거나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품위유지를 위반하는 행위보다 광고 규정을 위반해 받은 징계 수위가 더 높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변협에서는 광고 규정을 위반한 것이 국내 법률 시장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며 강한 규제 기조를 띄고 있지만, 그렇게 되면 예전처럼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도록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품위유지 위반보다
광고 위반이 문제?

또 다른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법조인이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스스로 품위유지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으로 우월감에 빠져 말도 안 되는 행위를 하면 오히려 변호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변협은 이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광고에만 몰두해 징계를 내리고 있다”며 “변협의 모습이 오히려 변호사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일각에서는 변협 지도부에 소속된 변호사 및 법무법인들은 광고 규정 위반에서 자유롭다고 지적하는 등 변협 징계 규정에 대한 의문이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2월 개정된 변호사 광고 과정은 변호사 보수액과 관련해 ‘견적’ ‘입찰’ ‘비교’ ‘최저’ ‘원가’ ‘후불’ ‘환불’ ‘할인쿠폰’ ‘수익금 지급’ 등을 표방하는 광고를 폭넓게 금지하고 있다. ‘전관’ ‘전관예우’ 등의 문구를 사용하거나 검찰·경찰·법원 제복을 입은 모습을 활용한 광고도 엄격히 제한했다.

<일요시사>가 지도부 로펌 광고를 분석한 결과,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 지도부가 소속된 로펌 중 대부분의 광고 문구에서 위반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반한 문구는 ▲타 로펌 비교 및 비방 ▲○○대, ○○위 로펌 ▲최상급 표현 사용 ▲변호사 외 전문용어 ▲전관예우 강조 ▲객관적 사실 과장 및 소비자 오도 ▲무료 상담 등 염가 광고 ▲광고 책임 변호사 미표기 ▲사무소 표기 오기입 ▲승소, 상담 사례 등 숫자 과장 ▲공무원과의 연고 등 영향력 선전 등 16가지 이상의 규정 위반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징계를 받은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도부 예외

이를 두고 광고 규정 위반으로 변협과 서울변회의 타깃이 됐던 한 네트워크 법무법인 관계자는 “지도부에서 광고 규정을 새로 도입하고 네트워크 법무법인에 대한 탄압을 하면서도 지도부에서도 자신들이 속한 로펌에서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이라며 “전문직인 변호사를 대표하는 단체서 이렇게 행동하며 스스로 명예를 실추하고 있어 대단히 실망스러울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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