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한 아파트 입주민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금지 표지판을 설치해 독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우리 아파트 장애인 주차구역’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단지의 단체 대화방에서 얘기가 나와 직접 확인했다”며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해당 입주민은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으로, 출차 후엔 주차금지 표지판을 세워 다른 차량의 이용을 막는 등 특정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사실상 사유 구역처럼 사용하고 있다. 차량엔 보호자용 장애인자동차 표지도 붙어 있다.
그는 “표지는 유효 기간 갱신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다른 사람의 주차를 방해하지 말라고 항의하자 해당 입주민은 저에게 표지판을 던지며 폭력을 행사했고, 이후 저는 확보한 표지판을 돌려주지 않았다”며 사진을 함께 공유했다.
그가 올린 표지판엔 “저희 가족의 처지를 살피셔서 이 구역을 우선으로 사용하도록 양해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표지판을 제가 갖는 대신 표지판을 던지고, 저를 때린 일은 고소하지 않고, 주차 방해 건도 신고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사건이)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그런데 이후 저를 절도로 고소한다고 해서 저도 폭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글을 접한 다수의 보배 회원들은 “단지 내 다른 장애인분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게 맞다. 자기 지정석으로 사용하는 건 문제 있는 행동” “전용 주차장으로 사용하네” “개념 없는 사람과는 어떤 합의도 하지 말라. 일반적인 일도 개념 없는데 약속을 지킬 리 없기 때문” “장애인 주차증 갱신 안 하면 벌금 아닌가?” 등 해당 입주민을 비판했다.
일부는 “같은 장애인 등록 차량이 있는 입주민이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전화하지는 말라. 그거 하나로 스토킹으로 신고될 수도 있다” “불법 장애인 차량 조회 서비스에 번호를 입력해 보라” 등의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장애인 주차 표지를 사용한다는 한 회원은 “주차 표지의 유효 기간이 지난 것은 아니”라며 “사진에 기재된 ‘2019년’은 발급 일자며, 유효 기간이 비어있는 것은 영구 장애라서 갱신이 필요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표지판은 주차 방해로 신고하고, 저 구역 건너편에 주차해 놓고 혼자 타거나 내리는 장면이 블랙박스에 포착되면 불법 주차로 신고하시면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A씨가 절도 혐의로 고소당하더라도,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기 힘들어 실제 죄가 성립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다. 불법영득의의사란 타인의 물건을 자기 소유물처럼 이용·처분하려는 의도를 말한다.
대법원도 “단순히 점유를 침해한 것만으로는 절도죄가 구성될 수 없다”며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권리를 침해할 의사, 즉 재물이나 목적물에 대해 영득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확정한 바 있다.

반면 해당 입주민은 주차 금지 표지판을 설치한 사실이 입증되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27조에 따라 최대 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또 블랙박스에 보호자 혼자 승·하차하는 장면이 확인될 경우에도 과태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같은 법 제17조에선 주차 표지를 부착했더라도 보행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자동차를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탑승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주차 표지가 차량 단위로 발급된다는 점에서 제도적 허점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5월26일, 주차 표지 발급 기준을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는 제도 개선안을 의결해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권익위는 기존 방식이 자동차 소유권 변동 시 반납 후 재발급해야 하는 등 불편을 낳고, 주차 표지만 있으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왔다고 지적했다.
개선안은 보행상 장애인 본인에게 표지를 발급하고, 별도 관리 앱을 통해 위치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후에 주차 위반 여부를 판별하는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IT 기반 인증 방식은 개인정보 활용과 직결되는 만큼, 사생활 침해 논란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편 <일요시사>는 25일 A씨에게 입주민 대화방 반응, 관리사무소 건의 여부, 단지 내 다른 장애인 입주민 현황 등을 묻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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