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의 군 정보기관 개혁이 시작됐다. 12·3 내란에 가담한 방첩·정보사의 기능이 약화될 전망이다. 군 안팎에서는 내란 잔재 세력이 정부·여당에 개혁을 막기 위한 로비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국방정보본부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국군방첩·정보사령부는 사령관이 없는 상태다. 12·3 내란에 연루돼 조직이 와해될 위기에 놓였다. 각 기관의 기능이 분리돼 ‘절단’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방첩·정보사를 지휘하는 국방정보본부는 자체적으로 개혁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사실상 이재명정부 차원의 군 정보기관 개혁을 최소화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풀이된다.
인맥 동원
국방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방첩사 소속 장성급 3명을 추가로 직무에서 배제했다.
지난 18일, 국방부는 “비상계엄 관련 객관적 사실 확인과 조직의 조기 안정을 위해 방첩사 2처장 공군 준장 임삼묵 등 방첩사 소속 장성급 장교 3명의 직무 정지를 위한 분리 파견을 18일부로 단행했다”고 밝혔다.
임 준장 외에도 나승민 방첩사 신원보안실장과 박성하 방첩사 기획관리실장, 이창엽 방첩사령관 비서실장에 대해 직무 배제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명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시절 중요 보직에 임명돼 측근으로 군 인사와 관련한 신원 조사와 세평 수집 등의 임무를 담당했다. 또 비상계엄 준비 과정은 물론 일부는 포고령 작성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이에 따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령관과 참모장을 포함한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다. 방첩사는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에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12·3 내란 당시 방첩사는 이른바 ‘정치인 체포조’를 운영하는 등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방첩사 개혁을 대선공약으로 내놨고 국정기획위원회도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국방 분야 주요 과제로 방첩사의 폐지와 필수 기능 분산 이관을 발표했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내란 연루 의혹 방첩사 간부 줄줄이 직무 배제
폐지 후 각 기능 분산·이관 안보 공백 우려도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에도 방첩사를 존속시켰다. 하지만 현 방첩사의 이 같은 기능이 사라질 경우, 문민 국방부 장관은 정보에서 배제되고 특정군·특정 출신이 국방 전반에 관여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방첩사는 최근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지난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및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군 정보기관 와해 수순
“어떻게든 막아라” 지침
한 군 관계자는 “방첩사가 지금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을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방정보본부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진영승 합동참모의장 후보자는 지난 14일 인사청문회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국방부 정보 조직 부대 개편과 연계해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 정보본부장 겸직 해제 등 국방 정보 조직의 복잡하고 폐쇄적인 지휘 및 부대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소속 기관인 국방정보본부는 주로 대북 정보를 포함한 국외 정보를, 합참 정보본부는 주로 대북 정보를 다룬다. 지금은 3성 장군(중장)이 국방정보본부장과 합참 정보본부장을 겸직하면서 국방부와 합참의 정보 조직을 함께 지휘 중이다.
진 후보자는 “정보본부장의 겸직 해제는 효율적 임무 수행 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보 수집부대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수집 능력 및 전문성을 향상 시킬 수 있도록 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정보본부는 최근 군 정보기관 개편을 위해 ‘국방 정보 조직 추진 계획’을 짰다. 이 계획의 핵심은 정보사의 인간정보(HUMINT) 부대를 국방정보본부장이 직접 통제하고, 합참 정보본부와 정보사·777사령부의 분석 기능도 관리하도록 한다.
특히 방첩사의 보안 기능까지 국방정보본부장 산하로의 이관을 계획했다.
국방정보본부는 본부장 부대 개편 지침이라며 지난달 중순 이 같은 계획을 수립하면서 ‘정보 조직개편 보안 유지 및 확대 해석이나 폄훼 지양’ ‘보안 방향 위주 협업이 중요’ 등을 강조했다.
극심한 갈등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군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국회를 수시로 드나든다. 주로 국회 국방위와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을 만나려 하는데 국방개혁 관련 협의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방정보본부가 아니어도 한 기관에 수많은 권한이 쏠리는 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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