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몰이’ 조희대 대법원장 흔들기, 왜?

2025.09.23 14:15:40 호수 1550호

파기환송 마음에 담아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법원에 이어 대법원장까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는 동조의 뉘앙스를 풍겼다가 은근슬쩍 발을 뺐다. 일각에서는 국회와 행정부의 사법부 흔들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연 복수일까, 정상화일까?



여당이 대법원에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최근에는 그 범위가 대법원장으로까지 넓어졌다. 국회 과반 의석으로 입법 권력을 틀어쥔 여당은 대법원장 탄핵까지 거론 중이다. 입법·사법·행정 등 삼권분립이 무너졌다는 지적과 사법부 정상화라는 반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흔들기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은 이미 법원 내부에서 신뢰를 잃었고 대법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편향적이라는 법원 내부 평가가 있었다.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한가? 대통령 위에 있나? 국민의 탄핵 대상이 아니냐?”며 압박했다.

앞서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조 대법원장이 헌법 수호를 핑계로 사법 독립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사법 독립을 위해 자신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추 법사위원장은 “검찰 독재 시대에는 침묵하다가 가장 민주적인 정권 아래에서 무슨 염치로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느냐”며 “세계사적으로 부끄러운 검찰 쿠데타 체제에서 사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한 적이 있느냐”고 일갈했다.


조 대법원장 사퇴 논란은 대통령실의 브리핑으로 더 크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5일, 언론 브리핑에서 추 법사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면서도 “시대·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점에서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의 거취 논란에 대통령실이 동의 입장을 취했다는 취지로 발언이 해석되자 강 대변인은 “선출 권력의 입장을 임명 권력이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원칙적 공감을 언급한 것이며 대법원장 사퇴 요구 자체에 대한 입장이 아니다”라고 공지했다. 언론이 발언을 오독하고 오보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브리핑 속기록에서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표현을 삭제했다가 기자단의 반발에 다시 포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여당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대법원장 거취에 대해 논의한 적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진화에도 여당발 사퇴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탄핵 이야기도 수면 위로 본격 부상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조국혁신당은 이미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준비해뒀다”고 말했다.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조 비대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스스로 거취를 고민하는 것이 맞다”며 “이를 거부한다면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여당에서 사퇴 압박
대법관 증원 초읽기

일각에서는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이 언급하는 사법개혁의 이면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정부 들어 대법원이 표적이 된 배경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등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주장하면서 내세운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부의 행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앞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 판사는 내란 관련 재판을 맡고 있다.

민주당은 지 판사가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내란 사건을 ‘내란전담재판부’ ‘내란특별재판부’ 등을 구성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민주당은 입법을 통해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국회가 특정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를 만드는 게 위헌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에 규정된 사법권과 법관 임명권, 평등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이 사건을 배당할 때 ‘무작위 전산 배당’을 하는 상황에서 특정 사건에 대해 국회가 법관을 추천해 새 재판부를 꾸리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발언하자 민주당은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도 동시에 제기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대법원 압박은 대선 전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현재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인 대법관 수를 늘리는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드러냈고 사법부를 개혁 대상으로 지목해 왔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을 곧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앞서 민주당이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뜻을 피력 중이다. 지난 12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각급 법원장 42명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진행했다.

법원장들은 공동 명의 입장문을 통해 “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중대한 책무이자 시대적 과제”라며 “국민과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추진돼야 하며 이를 위해 폭넓은 논의와 숙의 및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윤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만났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은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고자 마치 언론을 ‘입틀막’ 하듯 출퇴근 촬영을 불응한다고 발표했다”며 “내란 특검은 충격적인 의혹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장은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한덕수 전 총라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정상화냐

민주당이 지핀 사법개혁의 불씨는 이 대통령의 선거법 파기환송에서 시작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대선을 한 달 앞둔 시기에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의 유일한 걸림돌이 사법 리스크였던 만큼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은 엄청난 파장을 낳았다. 당시 민주당은 대법원이 선거에 개입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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