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경 대원 순직에 출동 관리 시스템을 묻다

2025.09.18 10:34:57 호수 0호

최근 순직한 해양경찰 이재석 경사의 죽음은 단순한 ‘업무 중 사고’가 아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바다로 향했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의 출동이 제대로 된 안전 관리와 체계적 시스템 속에서 이뤄졌느냐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외면해 온 해양경찰의 열악한 출동 관리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해양은 예측 불가능하고, 출동 임무는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하지만 위험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와 절차가 존재해야 한다. 문제는 현행 출동 관리 체계가 ‘위험의 제도적 분산’이 아닌 ‘개인의 희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석 경사가 떠난 그 순간 그는 ▲충분한 장비를 갖추고 있었는지 ▲기상과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됐었는지 ▲무엇보다 무리한 출동 지시는 없었는지 등의 질문이 남는다.

해경 내부에서는 ‘출동 지연은 곧 문책’이라는 암묵적 압박이 존재한다. 국민의 눈높이는 빠른 대응을 요구하지만, ‘속도’가 ‘안전’을 압도하는 순간 현장 인력은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무리한 기상 조건에서도 ‘실적 관리’라는 이름으로 출동이 강행되고, 정작 안전 장비 보강이나 인력 충원은 뒷전이다.

이번 사고 역시 신속 대응에만 중시한 나머지, 관리 체계가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실제로 일부 언론들은 출동 당시 ‘2인1조 규정 위반’을 어겼다며 비판 보도를 쏟아냈다. 또 동료들로부터 ‘영웅으로 만들자’며 함구를 지시했다는 이른바 ‘내부 은폐 함구령’까지 폭로됐다. 


구조 위한 구조? 누구를 지키는가
제도 개선 없는 추모는 공허할 뿐

해양경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데 있다. 하지만 출동 관리 시스템이 허술해 오히려 구조자가 구조 대상이 되는 모순이 반복된다면, 이는 제도적 배임이나 다름없다. 바다 한가운데서 또 다른 희생을 낳는 구조 체계는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하며, 오히려 해경 스스로의 안전이 보장돼야만 국민의 안전도 담보할 수 있다.

순직한 대원을 애도하는 자리는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늘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식의 같은 말로 끝난다. 그러나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 없이 반복되는 약속은 공허할 뿐이다. 출동 지침의 합리적 개편, 기상 상황에 따른 출동 제한 규정의 강화, 장비 현대화, 인력 확충, 그리고 현장 지휘관의 자율성 보장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이재석 경사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육상에서는 소방관과 경찰관의 안전 장비와 시스템이 꾸준히 보강돼오고 있다. 그러나 해양이라는 특수 환경 속에서 활동하는 해경은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위험은 같아야 하며, 안전도 평등해야 한다. 바다 위라고 해서 희생이 당연시돼선 안 된다.

이재석 경사의 순직은 우리 사회가 ‘빠른 구조’라는 명분 뒤에 어떤 대가를 외면해 왔는지를 묻고 있다. 출동 관리 시스템은 국민만이 아니라 현장 대원을 지키는 장치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애도의 말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희생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 제도 개선이다.

이재석이라는 이름 앞에 더 이상 ‘희생’이라는 단어가 붙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반드시 답을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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