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 찰리 커크, 총격 사망⋯과거 발언 재조명

2025.09.11 13:29:39 호수 0호

총기 규제 반대해 왔는데⋯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1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자로 알려진 보수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31)가 공개 행사 도중 총격을 받아 사망하면서, 그가 과거 총기 규제를 반대하며 남긴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커크는 이날 유타주 유타밸리대학에서 그의 단체 ‘터닝포인트 USA’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연설하던 중 괴한이 쏜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그는 청중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총기 난사 사건과 총기 폭력 문제를 주제로 발언하던 순간 피격됐다. 청년 보수 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그가 역설적이게도 총기 난사 문제를 이야기하던 자리에서 총격을 받아 사망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위대한, 그리고 전설적인 찰리 커크가 죽었다”며 “그만큼 청년을 잘 이해한 사람은 없었다. 멜라니아와 나는 그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6시까지 미국 전역에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커크는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창립자이자 대표로, 트럼프 진영에서 청년층 지지를 이끈 핵심 인물이었다. 다만, 그는 총기 소유권을 강력히 옹호하며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앞서 커크는 지난 2018년 9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경마장에서 허공에 총기를 발사하던 남성이 경찰들에게 총기로 제압된 사건과 관련해 “총은 생명을 구한다”고 옹호했다.


특히 2023년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기독교 학교에서 6명이 숨진 총격 사건 이후, 커크는 “매년 발생하는 총기 사고 사망자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총기 소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2조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합리적이고 신중한 교환(deal)”이라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번 피살 사건으로 해당 발언은 미 현지를 비롯, 국내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이 말한 ‘합리적 교환’을 직접 당한 셈이다” “죽음으로 신념을 증명한 건가” “죽기 전에 이 사실을 알았다면 본인 주장을 유지했을까?” “말은 뿌린대로 거두게 된다는 걸 새삼 다시 느끼네” 등 다소 냉소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사망자를 조롱하는 것은 지나치다” “당시에 피해자들을 직접적으로 조롱한 것도 아닌데 왜 고인에 대해 조롱하는 걸까” “저 사람 주장은 자기 방어권과 자유에 대한 입장인 거지. 살인을 옹호한 게 아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사망자를 향한 조롱 섞인 여론에 반박했다.

총기 규제를 둘러싼 논쟁은 미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주제다. 넓은 영토와 치안 유지의 한계 속에서 자기 방어를 위해 총기 소지가 필수적이라고 보는 옹호론자들과, 높은 총기 사망률과 잇따르는 총기 난사 사건을 근거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대론자들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커크의 죽음은 이러한 갈등의 복잡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총기 소유를 ‘합리적 교환’이라고 옹호했던 인물이 역설적으로 총기에 목숨을 잃으면서, 미국 사회가 직면한 총기 문제의 모순이 극명하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오히려 총기 규제 논의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인물이 총격의 희생자가 되면서, 총기 규제 강화 법안 논의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커크가 남긴 발언이 여전히 옹호론자들의 신념을 대변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비극적인 사건이 총기 규제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며 여전히 총기 소유권을 보장하는 수정헌법 2조를 기본 자유로 바라보고 있다.

결국 커크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미국 사회가 수십 년간 풀지 못한 총기 문제의 이중성과 아이러니를 다시금 세계 앞에 드러낸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지 수사 당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을 정치적 동기에 의한 표적 암살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타주 공공안전국장에 따르면, 현재까지 신병을 확보한 용의자는 없으며 범인을 추적 중에 있다.


미 언론들도 총격이 커크를 겨냥해 단 한 발만 발포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이번 사건이 단순한 총기 난사가 아닌 계획된 암살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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