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X-선 아티스트’로 알려진 작가 한기창의 개인전 ‘뢴트겐의 정원 25’가 서울 삼청동 오매갤러리에서 열린다. 한기창은 전통성과 현대성을 독창적인 새로운 감각으로 조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 한기창은 2000년대 초반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아트 스펙트럼’ 전시로 큰 주목을 받았다. 죽음과 생, 상처와 꽃, 음영과 빛의 경계에서 피어난 정원 이미지를 옮긴 작품은 관람객의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X-선 필름을 활용한 그의 ‘뢴트겐의 정원’ 시리즈는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 생의 균열을 통과한 이들이 비로소 감각할 수 있는 ‘환영의 치유 공간’까지 보여주고 있다.
자개 활용
한기창은 1993년 교통사고로 생사를 넘나드는 투병 생활을 겪은 후 엑스레이 필름과 의료용 도구를 한국화에 접목했다. 그에게서 이 재료는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의 순환을 대변하는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재탄생했다. 당시 사고의 의학적 기록물인 필름을 받아 든 그는 자신의 남은 생이 더 이상 ‘상처의 반복’이 아니라 작가로서 ‘상처의 형상화’로 승화시킬 숙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X-선 필름은 ‘뢴트겐의 정원’으로 재해석되면서 죽음을 극복한 기록의 화조화 혹은 풍경화로 다시 태어났다. 상처의 흔적을 형상화해 새로운 의미를 되살리는 샤먼적 전환이자 한국화 특유의 여백과 반복 구조에서 비롯된 내면적 울림을 현대적 매체로 재해석했다.
투병 생활 후 의료용 도구에
내면의 울림 현대 매체 해석
한기창은 이번 전시에서 X-선 필름의 새로운 파트너로 전통적 재료인 자개를 활용한 작품을 처음 선보인다. 전통 화조화의 조형성을 기반으로 동양적 여백의 미를 강조한 작품이다.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김윤섭은 “그동안 한기창 작가가 애용해 온 X-선 필름이 차가운 음영으로 작가적 내면의 언어를 대변했다면, 이번에 채색 물감 대신 자개를 사용하면서 상처 너머의 삶이 지향해온 환희와 기쁨을 시각화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오매갤러리 관계자는 “한기창의 개인전 ‘뢴트겐의 정원 25’는 내면의 어둠을 통과한 작가만의 독창적 조형 언어로 큰 위로를 전하고 있다. 뢴트겐에 투과된 필름 위에 덧그린 색과 선은 상처의 흔적이자 회복의 징후, 존재의 공백에 놓인 감정의 기록으로 이해할 만하겠다”고 전했다.
빛의 정원
한편 오매갤러리 지하 1층 전시장에는 라이트박스를 활용한 작품이 놓인다. 뒤편에서 밀려 나오는 빛은 필름의 틈새를 타고 캔버스 전면을 물들인다. 빛과 채색의 오묘한 시각적 효과가 어우러져 관람객이 시선의 거리와 각도를 바꿀 때마다 신선한 ‘빛의 조형 정원’이 연출된다. 전시는 오는 16일까지.
[한기창은?]
▲학력 및 경력
추계예술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프랑스 파리 베르사이유 수학
단국대학교 조형미술학 박사
연세대학교 CLA 창의공학 연구원 11기 수료
추계예술대학교 미술창작학부 교수
▲개인전
사비나미술관, 학고재, 갤러리밈, 갤러리세줄, 아르코미술관, 남송미술관, 영은미술관, 아트사이드, 갤러리현대, 금호미술관, 토탈미술관, 가나보브르, 갤러리시테, 올드빌리지게이트, 디시인사이드갤러리 등 30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