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농산물 개방 두고 ‘동상이몽’

2025.07.31 11:26:55 호수 0호

“완전 개방” VS “추가 개방 없다”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한미 관세 협상이 30일(현지시각) 타결된 가운데,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농산물 시장 개방 범위를 놓고 양국의 해석이 엇갈리며 논란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농산물을 포함한 완전 개방”을 언급한 반면, 대통령실은 “민감 품목 추가 개방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정부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협상 타결 소식을 SNS를 통해 직접 알리며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히 개방할 것이고 자동차, 트럭, 농업(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우리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한 페이스북 글에서 농산물 관련 내용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의 책임 있는 설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쌀·소고기를 비롯한 농축산물에 대한 추가 개방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농업’이 포함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쌀·소고기 이외에 다른 곡물이나 과일류에 대한 수입이 대폭 확대되는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의 단순한 정치적 수사인지 정부에서 명확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국회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정희용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농민들과 국민들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왜 이런 해석의 차이가 있는 건지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농업 분야 협상 내용을 조속히 국민들께 밝혀주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정치적 표현’으로 규정하며 진화에 나섰다. 김 실장은 이날 추가 브리핑을 통해 “농축산품 부분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합의된 것도 없다”고 재차 부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배경으로 이미 높은 수준의 우리 농산물 시장 개방률을 꼽았다.

김 실장은 “(대미 관련) 우리나라 농축산, 농업 프로덕트 분야가 99.7% 개방돼있다. 0.3%, 한 10개 내외 종목만 유보돼있고, 쇠고기의 경우 우리가 미국 쇠고기의 제1 수입국”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추가 개방 없이도 미국 입장에선 ‘완전 개방’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해명이었다.

앞서 미국은 줄곧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과 쌀 시장 개방 등을 우리 측에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이미 미국의 5대 농산물 수입국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대미 농축산물 무역적자는 약 80억달러(한화 약 11조원)에 달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협상단 워싱턴 현지 간담회에서 “우리 협상단의 끈질긴 설명 끝에 미국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적인 시장 개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선 아직까지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과정에서 구체적인 품목별 논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다.

한 농업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 사수를 위해 노력한 부분은 박수 쳐줄 일”이라면서도 “향후 공개되는 품목별 세부 협상 내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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