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집중호우로 비상근무 상황에서 야유회에 참석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백경현 구리시장이 22일, 고개를 숙였다.
백 시장은 이날 구리시청 본관 기자실에서 성명서를 통해 “이번 일을 깊이 반성하며,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일, 경기 북부 일대에 쏟아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구리시 왕숙천이 범람하는 등 시민 불안이 커졌고, 시청도 새벽부터 안전총괄과, 도로과, 공원녹지과를 포함한 70여명의 직원이 하천 수위 점검과 침수 방지 통제 등 비상근무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송구하게도 저는 같은 날 관외에서 열린 지역 단체 야유회에 참석하는 신중하지 못한 결정을 하게 됐고, 이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며 “이로 인해 시민 여러분과 현장 직원들의 마음에 깊은 실망과 분노를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경기 북부를 포함해 전국에 집중호우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잇따르던 가운데, 백 시장이 강원도 홍천의 한 야유회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영상이 SBS를 통해 보도되며 논란이 일었다.
백 시장은 “시정의 최우선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며 어떠한 행사나 약속도 재난 상황 앞에서는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며 “앞으로는 재난 대응 상황 발생 시 시민들 곁에서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음주 의혹에 대해선 “구리시민들로 구성된 해당 단체의 요구로 오전 11시까지 재난 상황을 점검하고 약 20분간 야유회에 참석했으나,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가에선 백 시장이 공식 사과했음에도 추후 정치적 책임을 면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정부에서 취임 첫 국무회의 때부터 재난 대비와 안전을 강조해 왔던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조사와 책임 추궁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제32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죽어가는 그 엄혹한 현장에서 음주가무를 즐기거나 대책 없이 행동하는 정신 나간 공직자에 대해선 아주 엄히 단속하길 바란다”며 백 시장을 지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백 시장은 비상 상황임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해이한 행보를 보여 국민들의 비난으로부터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20일, 그는 오전 9시30분에 “폭우 피해를 재난상황실 등에 신고해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자신의 이름으로 시민들에게 보냈으면서도 이후 야유회에 참석했고, 당일 구리시에도 폭우가 내려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날 새벽부터 오전까지 구리시 전역엔 홍수주의보가 발효됐고, 하천 범람으로 다리가 무너지며 하상도로 4곳이 침수되기도 했다.
한편 백 시장과 같은 공직 기강 해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창규 제천시장과 장세용 전 구미시장 역시 재난 상황에서 부적절하게 처신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김 시장은 지난 2024년 7월8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충북 지역에 집중호우와 호우 특보가 이어지던 기간에 해외 휴가 차 대만을 방문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제천시청 직원들은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했고, 인근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긴급 복귀하거나 대응에 집중했으나 김 시장은 귀국 일정을 변경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지난 2020년 8월10일부터 14일까지 집중호우와 태풍 ‘장미’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 중일 때 장 전 시장이 4박5일 여름휴가를 다녀와 비판받았다. 특히 휴가 첫날, 덕산교와 구미교 네거리 차량 통행이 제한되고 낙동강 수위가 급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장 전 시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당시 김천시장, 정세균 국무총리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일정을 취소하고 비상 대응에 나서면서 공직자 처신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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