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신인상에 응모했으나 최종 심사에 들지 못하자 현실의 벽을 깨닫고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회사에 취직해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했다. 그러다 좋아하던 소설가의 행사에 갔다가 문득 ‘지금 글을 쓰지 않으면 다신 쓸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 펜을 들었다.
48세에 추리소설 팬들의 추천을 받아 작가로 데뷔한 나카야마 시치리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계속 좋아하기 위해 갖은 시행착오 끝에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냈다. 이 책은 그야말로 프로 작가가 건네는 영업 비밀이다.
플롯을 짤 때는 2000자 이내로 정리해보고, 마감 기한과 분량은 담당 편집자의 노고와 견해를 존중하는 방식이므로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 역시 작가의 의무이므로 가능한 한 좋은 의자를 쓰고, 과식은 멀리하고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운동도 꾸준히 할 것을 권한다.
그는 원고를 끝내지 못했는데 졸음이 몰려올 때면 발바닥에 피가 흥건하도록 바늘로 찔렀다고 하니 이쯤 되면 수행자의 삶이 따로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성실함과 노력이 없다면 작가로서 롱런할 수도 없고 작품을 쓸 수도 없다. 저자가 현업 작가 중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가장 많은 시리즈화, 영상화가 이뤄지는 작품의 원작자란 사실을 알게 되면 이 방법들을 절대 허투루 지나칠 수 없다.
1장 ‘미스터리란 무엇인가’에서는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고전을 통해 언페어, 미싱 링크, 목 없는 사체 등을 어떻게 작품에 녹여낼지 알아본다. 인면창 탐정을 비롯해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일품인 그의 캐릭터 조형 배경도 밝혀진다.
2장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스터리 작성법’은 본격적인 작법 방식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의 작법이 아니라, 플롯을 왜 써야 할지, 주제나 트릭을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해 품은 그의 생각이다. 작품의 흥행을 염원하는 것이 작가의 자연스러운 마음일 텐데, 그로 인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 설계를 허투루 하지 말라는 프로 작가의 당부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3장 ‘미스터리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법’에서는 작품의 재미를 좇느라 놓치기 쉬운 한 끝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나간다. 등장인물이 많은 소설의 이름 짓기를 비롯해 인칭 정하기, 문장에 긴장감을 더하기 등 작업 현장에서 자주 맞닥뜨릴 수 있는 고민거리를 시원하게 해소해준다.
특히 미스터리에 자주 등장하는 폭력 묘사에 있어 주의할 점은 작가가 현업에 있기에 줄 수 있는 유용한 팁이다.
4장 ‘미스터리와 생활’을 통해 좀처럼 알 수 없는 작가의 생활을 밀착 렌즈로 보여준다. 그가 왜 미스터리 작가가 됐는지, 왜 흥행 작가가 돼야 했는지, 또한 어떻게 60세가 넘었어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사람들과 원만한 교류를 이어가는지 등 각 꼭지마다 다큐를 보는 듯 생생해 흥미롭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작가로 살기 위한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는 일을 향한 진심이 느껴져 뭉클해진다. 그가 쓴 책을 읽을 때만큼은 독자들이 시름을 잊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위해 저자는 죽을 때까지 원고를 쓰겠다며 글을 맺는다. AI로 금세 수천 자의 글도 쓸 수 있는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결심이 반전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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