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빙수 프랜차이즈 운영사인 ‘설빙’은 2023년부터 주주 환원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당해 설빙은 302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는데, 이는 7년 만에 결정된 역대 두 번째 배당이었다. 첫 현금배당을 실시했던 2016년에는 45억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향상된 수익성이 현금배당의 당위성을 뒷받침한 모양새였다. 설빙의 2023년 매출은 261억원, 영업이익은 10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3%, 10.6% 증가한 수치였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동반 상승에 힘입어 영업이익률은 38.7%에서 41.8%로 3.1%p 올랐다.
꼭대기 바뀌고…
넉넉한 재정 여력 역시 현금배당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2023년 말 기준 설빙의 총자산 571억원 가운데 부채는 83억원에 불과했으며, 부채비율은 ‘적정 수준(200% 이하)’을 한참 밑도는 17.1%에 그쳤다.
게다가 현금배당의 근간이 되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은 2023년 말 기준 430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현금 유출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매년 발생한 수익을 자본 항목에 충실히 반영한 덕분이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흐름이 목격됐다. 지난 10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설빙은 2024회계연도 현금배당으로 220억원을 책정했고, 지난달 22일 배당금 전액을 주주에게 지급했다.
또 한 번 대규모 현금배당을 실시할 수 있었던 건 빼어난 실적 덕분이다. 지난해 설빙이 거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81억원, 110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7.6%, 영업이익은 10억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설빙의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은 지배 주체의 변경과 연관돼있다. 2023년 8월 중순까지만 해도 정용만 전 대표를 비롯한 창업주 일가는 설빙 지분 100%(5789주)를 직접 보유하고 있었다.
잘나가고…잘 벌지만…
순이익보다 큰 배당 지출
지분 소유 형태는 2023년 8월 말 완전히 뒤바뀌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UCK파트너스가 약 1300억원을 투자한 게 전환점이 됐다. 당시 UCK파트너스는 창업주 일가로부터 설빙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특수목적회사(SPC) ‘UCK설빙’을 설립했고, UCK설빙은 2023년 말 기준 설빙 지분 100%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UCK파트너스의 지배하에 놓인 설빙은 본격적으로 현금배당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현금배당으로 빠져나간 금액이 회사의 수익을 월등히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설빙은 2023년 순이익 101억원을 거둔 상태에서 배당금으로 302억원을 지급했으며, 지난해 거둔 순이익과 책정된 배당금은 각각 98억원, 220억원이었다. ‘배당성향(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은 2023년 298.6%, 지난해 225.6%로 집계됐는데 이는 순이익보다 배당으로 지출한 금액이 더 컸음을 의미한다.
설빙의 고배당 기조는 UCK파트너스의 자금 순환에 기여하고 있다. UCK파트너스는 설빙을 인수하는 데 투입한 1300억원 가운데 700억원가량을 금융권에서 끌어왔다. 설빙이 내놓은 배당금이 UCK파트너스가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을 상환하는 용도이자, 투자자에게 건네는 배당 제원으로 쓰이는 구조다.
UCK파트너스는 외부에서 조달한 금액의 상환을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배당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당분간 현금배당을 빼먹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변수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현금배당의 제원으로 활용되는 이익잉여금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금 창구
2023년 430억원이었던 설빙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현금배당 302억원의 반대급부로 1년 새 282억원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지난해 배당금 220억원을 차감해 반영하면, 미처분이익잉여금은 62억원으로 줄어든다. 만약 올해 영업 성과가 예년 수준을 밑돌 경우 현금배당 제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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