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인터넷에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했대”고 한 줄의 글을 올립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몇 시간 뒤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누군가는 분노하고, 누군가는 비꼽니다.
어떤 사람은 그의 신상을 찾아내 올려놓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 사건을 정리한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립니다.
이제 조리돌림이 시작됩니다.
누군가의 이름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뉴스 기사까지 쏟아집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평범했던 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공공의 적이 됩니다.
일이 이렇게 커지고 나면 그 사람이 실제로 무슨 잘못을 했는지보다, 그를 욕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버립니다.
예전에는 마을 광장에 사람을 세워놓고 돌을 던졌다면, 지금은 온라인에서 댓글과 공유 버튼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한 대상을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걸까요?
오늘은 심리학과 사회학 연구를 바탕으로 조리돌림이 왜 한국에서 점점 더 심해지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1. 사람들은 왜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은가?
조리돌림은 단순한 재미나 분노 표출이 아닙니다.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서 비롯된 행동이죠.
미국 하버드대학교 심리학자 조슈아 그린은 사람들이 집단 내부서 규범을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본능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런 처벌이 직접적인 물리적 응징이었다면, 지금은 그 역할을 인터넷과 댓글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2. 온라인에서는 왜 더 과격해질까?
현실에서는 누군가를 대놓고 욕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다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익명성이 강할수록 인간은 더 쉽게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비개인화 효과’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동료가 실수를 했다고 해서, 바로 그의 얼굴 앞에서 “넌 진짜 한심하다. 사라져라”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다릅니다.
상대방이 나를 알지 못하고, 나도 상대방을 직접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비난의 강도가 훨씬 세집니다.
2020년 유튜브 ‘뒷광고’ 논란이 터지자, 사람들이 분노했습니다.
‘내돈내산’이라던 제품들이 사실 광고였다는 게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은 신뢰를 배신당했다고 느꼈습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한 플랫폼에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판이 감정적인 비난으로 변질되면서, 허위사실까지 더해져 논란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이들은 실수한 것이 아니라, 본성적으로 부도덕한 사람들”이라는 식의 확신이 생겨났습니다.
또 ‘이 유튜버는 실제로 제품을 써보지도 않았다’ ‘수억원을 챙겼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확산되면서, 비판은 더욱 감정적으로 흘러갔습니다.
3. 조리돌림을 하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심리학적으로 이는 ‘도덕적 우월감(moral superiority)’과 관련됩니다.
사람들은 타인을 비난하면서 자신은 더 도덕적이고 올바른 사람이라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죠.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비판은 한 사람의 행동을 고치는 방향이 아니라, 그를 완전히 도태시키는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사회학적으로 이는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로 볼 수 있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집단적으로 밀어내며, 패자로 낙인찍고 결국 사회서 퇴출시키려는 거죠.
처음에는 “책임져야 한다” 논리였지만, 어느 순간 “이 사람은 다시는 기회를 가져선 안 된다”는 분위기로 변해버리는 겁니다.
4. 조리돌림은 왜 점점 심해질까?
조리돌림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특정한 사건이 알려지려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야 했지만, 지금은 단 몇 초 만에 수백만명이 하나의 사건을 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와 커뮤니티 문화가 발전하면서, 논란을 정리한 영상이나 게시글이 빠르게 확산됩니다.
사람들은 이런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더욱 강한 분노를 느끼고 조리돌림에 가담하게 됩니다.
이제는 단순한 잘못도 조리돌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예전에는 한두 사람이 지나가는 말로 할 법한 비판이 이제는 전 국민이 동참하는 거대한 공격이 되는 것이죠.
미디어 역시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논란 정리 영상이 유튜브서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뉴스에서는 비판 여론 확산이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왜 이런 기사들이 많을까요?
미디어는 사람들이 많이 클릭하는 기사일수록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논란에 관심이 많을수록 더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지게 됩니다.
5. 조리돌림, 앞으로 줄어들 수 있을까?
인터넷이 존재하는 한 조리돌림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현상을 이해하고, 온라인서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조리돌림이 점점 심해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기획·구성&편집: 김미나
<emn20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