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감독님은 배우들에게서 다른 얼굴은 어떻게 발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아무래도 성격이 이상하다 보니까, 사람을 볼 때도 자꾸 이상한 것만 보게 되나 봐요.
그 사람의 흔히 알려진 모습과 다른 모습이 보이면,
거기에 집착이 생깁니다.
마크 러팔로님이 그동안 한번도 악당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 저는 신기할 따름이었고요.
그 첫 번째 기회가 저한테 왔다는 게 되게 신나고, 재밌고 영광스러워서 시나리오를 드렸더니, 처음에 되게 낯설어하시더라고요.
“왜 왜 나에게 내가 뭘 잘못했어요?” 약간 이런 느낌…
이 역할 하시면 너무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독재자들의 또 이상한 매력이 있어요.
이게 위험한 매력인데, 무섭기만 한 게 아니라 대중들을 휘어잡는 기묘한 매력이나,
애교 같은 게 있거든요.
그게 사실 위험한 거지만 마크가 그런 걸 되게 잘 해주리라고 봤고, 마샬이랑 캐릭터도 영화 속에서 소리만 지르는 그런 악당은 아니고, 이상한 또 귀여움이 있어요.
위험할지라도.
그거를 마크가 정말 잘 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고요.
그런 독재자에게 또 엄청난 에너지로 소리를 지르면서, 완전히 목소리 하나로 제압해 버리는?
씬을 갖고 있는 우리 나오미 배우도, 여러분 아시다시피 휘트니 휴스턴 전기 영화서 그런 역사적인 가수의 목소리를 직접 노래도 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던 그런 배우로서 총과 칼이 아니라, 목소리 하나로 독재자를 완전히 제압해 버리는.
그 장면에서 이제 영국에서 시사할 때, 막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막 그랬었거든요.
그런 에너지를 가진 나오미 배우를 제가 알아봤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Q. 기생충 같은 경우에는 자본주의 모습을 꼬집었다는 해석이 많았는데, 이번 신작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 하고 싶으셨는지?
기생충도 뭐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와 비판으로
그게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영화를 만들 때 그런 목표나 깃발을 들고 만들진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반지하에 살았던 ‘최우식군’ 같은 캐릭터가 그 사람의 하루가 어땠을까?
처음 과외를 하는 부잣집에 들어갈 때, 그 잔디밭에 물이 막 뿌려지는 걸 보고 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런 식으로 항상 접근해 나가서, 그런 모든 인물의 사소한 많은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2시간짜리 영화가 되는 거죠.
<미키 17>도 마찬가지죠.
프린터에서 출력되고 있는 자기 몸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일까?
그러다가 마샬 같은 사람한테 혼나고, 무서운 상황이 있을 때 얼마나 겁이 날까?
이런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그리고 유일한 친구인 티모가 자기 앞에서 이렇게 깐죽거리면서 자기를 괴롭힐 때 걔 속마음은 어떨지.
이 모든 힘든 상황 속에서 그래도 나샤 때문에 내가 버티고 있구나를 생각할 때도, 위안과 위로는 어떨지 이런 구체적인 여러 감정들을 다 그냥 나누고 싶은 것입니다.
‘자본주의를 분석한다’ 아니면 ‘뭐 무슨 메시지를 던진다’하는 건, 사실 사회과학을 하시는 분들이, 내시는 책에서 더 명확하게 효율적으로 잘 설명돼있습니다.
영화는 사실 그런 것보다는, 그런 틈바구니에서 숨 쉬는 인간들의 감정을 같이 좀 나눠보자고 하는 게 목표니까요.
어제 시사회 때도 동료 감독이 그런 얘기를 해줬었는데,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되게 기뻤거든요.
미키라는 주인공이 이런 여러 가지 힘든 상황 속에서도 결국은 부서지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거.
연약하고 어떻게 보면 좀 불쌍한 청년인데, 결국은 그가 파괴되지 않았다는 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Q. 미키 17를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
지금도 우리가 극장에 앉아서 이야길 하고 있지만,
어떤 작품이 스크린에 걸리기를 개봉하기를 기다리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개봉의 날을 카운트다운 하듯이 기다리는 마음과 매표소로 달려가는.
직접 어느 장소로 가는 또 흥분감 이런 것들이 시네마 자체의 힘, 그 힘이 가진 가장 소중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요.
미키 17은 물론 우주선도 날아다니고, 수만 마리의 크리퍼가 선언을 뛰어가고, 이런 스팩타클한 장면들도 있지만,
또한 옆에 계신 우리 배우들의 아주 섬세한 뉘앙스의 연기를 대형 화면으로 봤을 때 배우들의 얼굴 자체가 스펙타클이 되는? 그런 모먼트들이 많이 있거든요.
극장에서 안 보시면 후회하실 거예요.
부탁드립니다.
촬영·편집: 추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