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승부수? 이재명 “중도 보수” 발언 후폭풍

2025.02.20 16:45:48 호수 0호

‘우클릭’ 행보에 당내서도 시끌
국민의힘도 “위장 보수” 맹폭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 보수” 발언이 정계에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당내뿐만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강한 비판이 이어지며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유튜브 방송에서 했던 “민주당이 중도 보수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는 발언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진보 정당은 정의당이나 과거 민주노동당 같은 정당이 맡고 있는 것 아니냐.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 보수 정당”이라면서 “국민의힘은 극우·보수, 혹은 거의 범죄 정당이 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국민의힘을 ‘정통 보수’가 아닌 ‘극우 정당’으로 규정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 변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우리 정치 지형은 보수에 너무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극우적인 성향까지 보이고 있어서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평가된다”며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진보 계열 정당으로 인식돼온 만큼, 이번 이 대표의 발언은 꽤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당내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들은 “대선 승리와 국민통합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그를 감쌌지만,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비명(비 이재명)계 인사들은 “당 정체성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당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적, 비민주적, 몰역사적”이라고 직격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이 대표를 향해 “위장 보수”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이 대표를 향해 “본인은 과거 미군을 점령군이라 부르고 재벌 체제 해체를 운운하고, 당 주류는 과거 운동권 시절 반체제 운동을 해 왔는데 이제 와서 오른쪽을 운운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보수인가, 아닌가’ 여부는 그동안 축적된 실천과 언행으로 평가받는 것이지, 말 한마디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것도 국민이 평가하는 것이지 본인이 스스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친명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이재명 일극 체제’를 구축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그는 중도·무당층 표심을 얻기 위해 실용주의를 내세운 ‘우클릭 정책’을 연일 발표하며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번 ‘중도 보수’ 발언도 조기 대선을 대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도층 확장을 위해 당의 전통적 지지층과는 결이 다른 노선의 지지층까지 끌어안아 보겠다는 계산으로도 읽힌다.

당내 반발과 여권의 공세가 격화되면서, 오히려 대선 가도에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추후 어떤 ‘우클릭’ 추가 입장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가 일각에선 집토끼와 산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가 오히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게 될 수도 있다는 회의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기존 이 대표의 지지 세력이 자칫 ‘배신자 프레임’에 의해 우클릭 행보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은 데다, 보수당을 지지하고 있는 기존 보수 세력이 그를 품에 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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