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문재인정부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던 임종석 전 의원이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임 전 실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중도 보수정당이 아니다. (이 문제는)대표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문제로 이것을 용인하면 앞으로 숱한 의제를 물러서야 할지 모른다”며 “실용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성장과 복지의 균형, 환경과 생명, 시장 방임이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해 온 민주당이 어떻게 중도 보수정당이겠느냐?”며 “설익은 주장은 분란을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도와 합리적 보수층까지 마음을 얻고 싶은 것은 모두가 같지만 단순히 우클릭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장차 진보 진영과의 연대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며 “이 대표에겐 자신이 사실과는 달리 좌파 혹은 진보로 인식되고 있다는 불편함이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런 불편함이 우클릭 강박관념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은데 우클릭은 정답이 아니다”라며 “지금 민주당의 리더십에 필요한 것은 신뢰감과 안정감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두쪽 난 사회를 통합해내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서 자신의 ‘중도 보수 발언’ 논란을 의식한 듯 “중도 보수 논쟁이 한창인데 세상엔 흑백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떻게 흰색 아니면 검은색이라고 주장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회색도 있고,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에 무지갯빛도 있다”며 “어떻게 세상을 흑백으로만 보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명색이 국가 살림을 하는 정당이 ‘오로지 진보’로 어떻게 살림을 하나? 그런 시각으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사회에 각기 다른 영역에 따라 진보, 보수 성향을 띤 정책들을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8일엔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앞으로 민주당이 중도 보수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정권이 아니다” “우리는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고,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민주당의 정체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튿날에도 국회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민주당이 중도 보수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는 발언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진보 정당은 정의당이나 과거 민주노동당 같은 정당이 맡고 있는 것 아니냐.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 보수정당”이라며 “국민의힘은 극우·보수, 혹은 거의 범죄 정당이 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우리 정치 지형은 보수에 너무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극우적인 성향까지 보이고 있어서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평가된다”며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다만 ‘거의 범죄 정당이 돼가고 있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논란에 불을 당기는 모양새다. 이는 지난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했던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민의힘이 결의안 표결을 방해했던 점, 윤 대통령의 국회 본회의 탄핵소추 표결 과정서 협조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범죄 정당’ 발언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 존재 자체가 형법 교과서인데, 무슨 자격으로 범죄 정당을 운운하느냐”고 강력 반발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비상대책위원회의서 “이 대표는 전과 4범으로 현재 8게 사건, 12개 혐의로 5곳의 재판부서 재판받고 있는데도 어제 MBC <백분토론>에나와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느냐’고 우겼다”며 “존재자체가 형법 교과서인 사람이 본인의 혐의조차 전면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가 한국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여러 주와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도 허위사실공표죄가 있다. 허위사실공표죄를 피하기 위해 또 다른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서 거짓말로 거짓말을 돌려막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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