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고려사이버대 석좌교수·동국대 명예교수](http://www.ilyosisa.co.kr/data/photos/20250206/art_17388914569765_7237af.jpg)
대다수 사람이나 주거지 및 상업시설은 좀처럼 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는다. 반면 누군가 또는 특정 장소는 반복적으로 범죄 피해에 노출된다. 이처럼 반복적 범죄 피해를 학술적으로는 ‘반복 피해자화(Repeat Victimization)’라고 한다.
반복 피해자화는 최초 범행과 이어지는 범죄를 포함해 특정 피해자나 표적이 겪은 범행의 전체 숫자라고 할 수 있다. 반복 피해자화의 양은 통상적으로 특정한 범죄 유형에 대해 정해진 기간 동안 한번 이상 피해를 당한 사람이나 주거지의 비율로 보고된다.
반복 피해자화와 관련된 개념 및 용어는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
먼저 ‘표적 반복’은 같은 표적에 대한 반복적인 범죄라고 할 수 있으며, 범죄에 취약한 ▲사람 ▲주택 ▲자동차 등을 대상으로 한 반복적 범행이다.
‘전술적 반복’은 종종 같은 표적을 대상으로 같은 수법·기술을 요하는 범죄로, 같은 유형의 자물쇠를 사용하는 건물이나 동일한 차종에 대한 범죄가 대표적이다.
‘시간적 반복’은 범죄 발생의 시간적 근접성이 부각되는 범죄로, 같은 날 밤 수차례에 걸친 주거침입 절도나, 자동차 절도에 이은 강도 및 도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연속 범행(Offending Spree)’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공간적 또는 근린지역 반복’은 근접성과 특징에 기인한 인근 위치에서의 범죄로 범죄 다발 지역, 높은 범죄율 등이 이와 관련된 것들이다.
‘범죄 유형 반복’은 같은 표적에 대한 상이한 유형의 범죄 피해로, 같은 사람이 여러 번에 걸쳐 ▲절도 ▲폭행 ▲강도 등 다른 범죄를 당하는 것이다.
‘범법자 반복’은 같은 표적에 대한 다른 범법자에 의한 범죄며, 다른 범법자의 범행 표적이 다른 사람에게도 매력적인 표적이 되는 반복 피해다.
반복 피해자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범죄는 사후 대응보다는 사전 예방이 중요한데, 바로 예방의 효율성 때문이다. 실제로 표적이 매력적이고 보호되지 않을수록 반복적으로 범죄의 표적이 될 개연성은 높아진다.
한 통계에 따르면 주거침입 범죄나 대인 범죄의 40%가량이 이미 피해를 당한 표적에 대한 반복 범죄였다고 한다. 이는 반복 피해자화의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그렇다면 반복 피해자화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 왜일까? 학계에서는 대체로 ‘사건 의존성(Event Dependence)’과 ‘깃발(Flag) 효과’라는 측면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건 의존성은 범행을 통해 최상의 표적을 알게 된 가운데 범행 동기를 북돋아 표적에 대한 범죄를 반복하거나, 다른 범법자를 끌어들여 범행 과정서 같은 표적을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깃발은 어떤 표적의 경우 더 매력적으로 보이거나, 스스로 매력적으로 보이게 깃발을 흔들어 다른 여러 범법자가 표적으로 선택하게 만든다.
범죄 피해자화가 반복될수록 반복 범죄가 발생할 개연성은 더 높아진다. 통계에 따르면 1%의 사람이 폭력을 포함한 대인 범죄의 59%를 경험하고, 2%의 사람이 재산 범죄 중 41%를 겪었다.
결국 반복 피해자나 표적을 분석해 범죄 예방적 활동을 펼친다면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최상의 범죄예방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한편에서는 반복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낙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아서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받기도 한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