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총학 ‘나란’이 기자회견 자청한 이유 보니…

2024.11.15 16:14:21 호수 0호

“학교서 3억3000만원 피해 보상 요구”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국내 여자대학들의 남녀공학 전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가운데, 동덕여자대학교 총학생회 ‘나란’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나란은 15일, ‘1115 기자회견 공지글’이라는 제목의 공지를 통해 “동덕여대 본부 측에서 공학 전환이 논의된 이후, 학생 측에서 비롯된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 대학 본부가 지난 14일 피해 보상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전히 학생과 소통하지 않고 돈으로 학생들을 겁박하는 것에 대해 규탄하는 입장을 강력히 표명하고자 총학생회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심했다”며 “학생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학교에 전달하는 목소리의 힘이 된다. 함께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마무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후 2시에 동덕여대 앞 본관서 진행됐으며, 총학생회장 및 중앙운영위원회 발언, 기자회견문 낭독 후 반대 퍼포먼스로 진행됐다.

나란은 이날 “농성 점거를 해제하기 위해 학생들이 취약한 금전적 문제로 겁박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돈으로 겁박 말고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나란에 따르면 대학 본부는 총학생회에 피해 보상 금액으로 총 3억3000만원의 금액을 청구했다. 이 금액은 지난 12일 개최 예정이었던 2024 동덕여대 진로 취업 비교과 공동 박람회 및 학생들의 점거와 시위 과정서 발생된 파손 및 청소 비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취업 박람회를 주최했던 업체들이 기물 훼손 등에 대한 견적을 보내왔는데 ‘수신인이 총학생회’로 돼있어 전달한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총학생회 및 재학생들 100여명은 지난 12일, ‘대학 본부는 공학 전환을 즉시 철회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검은색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백주년기념관 건물 앞 계단에 ‘공학 전환 결사 반대’라는 내용이 들어간 근조화환을 세워놓기도 했다.

또 본관 앞에 과잠(대학 점퍼)을 늘어놓거나 학교 건물 외벽과 일부 유리창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공학 전환 반대’를 쓰는가 하면, ‘사기 입학’ ‘민주 동덕은 죽었다’ ‘여자들이 만만하냐’ ‘명애(김명애 동덕여대 총장)롭게 폐교하자’ 등의 구호가 담긴 메모를 강의실 의자에 올려두고 수업을 거부했다.

학교 앞에 설치된 율동 조용각 박사상은 재학생들에 의해 달걀, 붉은 색깔의 페인트 세례를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학교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좋지만 조동익 선생의 흉상에 케첩병을 붙이거나 페인트 칠을 하는 등 학교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는 선을 넘었다며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 이날 동덕여대 총동문회는 성명을 통해 재학생들의 시위에 대해 우려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학내 사태에 대한 총동문회 입장문’이라는 제목으로 “현재 학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대해 동덕 구성원 중 하나인 졸업생으로서 우려와 개탄을 금할 수 없음에 총동문회의 입장을 밝히려 한다”며 “동덕의 미래에 대한 지금의 문제를 서로 대화와 상대방 의사에 대한 경청으로 풀어나가기를 바란다. 하루속히 정상화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학교의 건물과 교정은 동덕의 뜻깊은 역사를 간직하며 우리 모두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사사롭게 여겨질 수 있는 작은 기물 하나도 모두의 노력과 결실로 마련된 우리의 자신인데, 그런 소중한 동덕이 시위라는 이름하에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동덕은 누구의 소유가 아닌 구성원 모두의 역사와 노력의 결실로 만들어진 보석과 같은 결과물로 어떤 이유로도 함부로 훼손하고 망가뜨리는 경우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대의 목표는 자연 소멸’이라는 개악적인 주장은 너무나도 충격적으로 모교의 건재함이 훗날 사회서 여러분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버팀목이 될지 저희 총동문회는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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