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78돌을 맞은 한글날, 공영방송 KBS가 자막 오타를 그대로 내보냈다. 국민 모두가 한글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기념해야 할 이날, KBS의 자막 실수로 시청자들의 얼굴이 화끈거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발생했다.
KBS는 이날 오전 한글날을 기념해 세종문화회관서 열린 경축식 행사를 중계했다. 행사에는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풍류대장>서 우승한 서도밴드가 축하 공연으로 민요 '한글 뒤풀이'를 선보였다. 해당 공연을 중계하면서 가사 자막을 제공했는데, 기본 맞춤법과 맞지 않게 표기됐기 때문이다.
KBS는 가사 대부분이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이었는데 이를 ‘기억 니은 디읃 리을’이라고 자막에 표기했다. 심지어 실제 행사 영상 배경에도 ‘기역 니은 디귿 리을’로 정상적으로 노출되고 있었다.
한글 맞춤법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언어의 정확성과 명확성을 유지하고, 문화적 전통을 존중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역’을 ‘기억’으로 잘못 표기 시 단순한 오타가 아닌, 의미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역’은 자음 ‘ㄱ’을 의미하는 한글 용어인 반면, ‘기억’은 ‘기억하다’라는 뜻의 별개 단어다. 이처럼 맞춤법을 지키지 않으면 단어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져 독자나 시청자가 혼동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에 대해 KBS는 “행사 기획사가 제공한 가사 자막에 오류가 있었다”며 “방송용으로 재제작하는 과정서 걸러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획사로부터 가사를 받았다면 적어도 한 번의 검수 과정서 이 같은 자막 실수는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KBS의 낯부끄러운 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광복절에도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등장하는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을 방송으로 편성하고, 뉴스 프로그램 날씨 코너서 좌우가 반전된 태극기 이미지를 사용해 비판받았던 바 있다. 이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본적인 역할과 책임을 게을리한 결과다.
KBS가 국민으로부터 징수한 TV수신료는 약 6850억원에 달했다(지난해 기준). 또, KBS는 올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공적 책임 강화와 프로그램 제작 지원에 124억4100만원의 예산을 편성받았다. 이처럼 국민들로부터 결코 적지 않은 수신료와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눈살이 찌푸려지는 실수를 반복하는 것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미 엎질러진 문을 담기엔 늦었지만, KBS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뼈아픈 반성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사과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검수 시스템 강화와 더불어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되새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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