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지난 2022년 8월25일, 지난해 8월28일 2년 연속 참석했던 국민의힘 연찬회에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서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가 개최됐으나 불참했다.
2년 연속 참석의 전례를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은)29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며 짤막한 입장을 내놨다. 왜 불참하는지, 다른 일정이 잡혀져 있는지 등의 이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통상 연찬회는 이른바 ‘국회 가을 농사’로 불리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당이 단합과 국정감사 등에 대한 의기를 투합하는 자리로 역대 대통령들은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 게 관행이었다.
실제로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전신) 연찬회에 불참했다. 박·문 두 전직 대통령은 연찬회 이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하는 오찬 자리를 따로 마련했던 바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오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정가에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30일 예정돼있던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이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8일,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에게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함께할 예정이었던 오는 30일 만찬 회동을 추석 이후로 연기했다”고 공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추석 연휴 이후로의 오찬 연기와 관련해 따로 들은 이야기는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연찬회 불참 배경에 대해 ‘의대 정권 문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정부가 지난해부터 밀어붙여왔던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 한 대표가 정부 입장과는 다른 입장을 밝히면서 틀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는 지난 27일, 자신의 SNS에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엔 입시요강으로 발표된 증원대로 시행하되, 이듬해엔 3000명의 수업 미비로 인한 증원분까지 합산한 7500명의 한 학년 교육의 무리한 상황을 감안해 1년간 유예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대표는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더 좋겠다. 국민 건강에 대해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한 대표의 이 같은 ‘유예 제안’을 두고 “관련 기관서 검토해 봤는데 정부로서는 어렵다는 결정을 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튿날엔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데 대해 “국가 의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으로 거기에 대해 어떤 게 정답인지만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정 브리핑을 통해 기존의 의료개혁 의지를 재천명하며 집권여당 대표의 입장은 외면했다.
그는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개혁 과제가 있다. 연금, 의료, 교육, 노동개혁의 4대 개혁은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절체절명의 과제들”이라며 “이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의료 채우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찬회 불참’에 대해 친윤(친 윤석열)계 권성동 의원은 30일 ‘동료 의원 특강’서 “당정이 일치되지 않고 분열되고, 대통령 따로 가고 당 따로 갔을 경우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예가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현실적으론 대통령 권력이 더 강하다. 더 강한 대통령과 함께 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 당·원내 지도부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며 지도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당과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아지지 않으면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치를 수 없다. 우리가 똘똘 뭉쳐서 물밑서 수많은 대화를 통해 대통령과 당 지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함께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연속으로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소속 의원들에게 당정의 긴밀한 협조를 당부해왔다.
2022년 8월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서 열린 ‘국민의힘 2022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했던 그는 “당정이 하나돼서 오로지 국민, 오로지 민생만을 생각할 때 모든 어려운 문제들이 다 해소되고 우리 정부와 당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인 경제위기 상황서 우리 정권이 출범했지만 더 이상 국제 상황 핑계나 전 정권서 잘못한 것을 물려받았다는 핑계도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당시 연찬회엔 윤 대통령 외에도 한동훈(법무부)·권영세(통일부)·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 등 장·차관 39명, 외청장 24명 등이 총출동했다.
당시 현직 대통령의 연찬회 참석을 두고 일각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로 “당을 장악하기 위한 행보”라는 비판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새 정부 출범 후)첫 정기국회 때 풀어야 할 개혁 과제와 여러 법안들의 추진을 당부한다는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윤 대통령은 이듬해 같은 달 25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서 개최된 ‘2023 국회의원 연찬회’도 참석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영했고 지도부에선 “내가 윤석열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모두 함께하고 있다. 모두가 국정 파트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확실한 원팀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당에서 국민 입장을 대변한다며 정부, 대통령실을 더 존중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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